'정치 시녀' 전락한 교육부 행태 최대 문제로 꼽혀… '조국사태'로 교육 공정성·투명성 요구 높아
  • ▲ 교육부 전경. ⓒ뉴데일리DB
    ▲ 교육부 전경. ⓒ뉴데일리DB
    올해는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공정성·투명성’ 논란으로 교육계 전반이 흔들렸다. 특히 교육의 공정성 강화 요구는 이른바 ‘조국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특혜 의혹은 자사고·외고 폐지와 정시 확대 등의 결과를 내며 입시제도를 뿌리째 흔들었다.

    교육계가 꼽은 올해 교육계의 최대 문제점은 여론에 따라 정책기조를 바꾸며 교육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 '교육부의 행태'였다. 교육계는 "교육부가 교육철학을 상실한 채 정치 시녀로 전락했다"고 봤다. 본지는 2019년 교육계를 뒤흔든 이슈 5가지를 선정해 정리했다.

    ①‘개학 연기’ 투쟁 빚은 한유총 사태… 에듀파인 도입 의무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를 중심으로 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이슈였다. 특히 교육당국은 제도 개선을 위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는 강수를 뒀다.

    교육부는 유치원 폐원 시 학부모 동의를 3분의 2 이상 받는 것을 의무화하고, 유아교육법 시행령 공포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유총의 법인 설립허가 권한을 가진 서울시교육청은 설립허가 취소 결정까지 내렸다. 일부 사립 유치원들은 이 같은 교육당국의 방침에 반발해 ‘개학 연기’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결국 사립 유치원의 개학 연기 투쟁은 여론전에서 참패하며 급하게 마무리됐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원아 200명 이상 사립 유치원 568곳 전체가 에듀파인 도입을 완료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사립 유치원에 에듀파인 도입이 의무화된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지 약 1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②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 시행… 2021년 전 학년 확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은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내년에는 고교 2·3학년,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시행된다. 국회는 10월31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고교 무상교육 실시와 입학금·수업료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은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정부와 교육청이 각 47.5%씩, 지자체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약 9조 4000억원이 투입된다.

    ③8월 도입된 강사법, 득보다 실 많아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도 4차례 유예 끝에 지난 8월 도입됐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보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강사법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많은 대학이 강사법 시행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강좌와 교원 수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한 제도가 강사들의 설 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의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2학기 시행 전 대학들은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강사 7834명을 해고했다. 강사법 시행 후 대학 강좌는 5800여 개가 줄었다.

    ④사립 대학들, 재정난 한계 달해… 11년 만에 ‘등록금 인상’ 추진

    재정난을 호소한 사립 대학들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을 선언했다. 4년제 사립대 총장 모임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11월 정기총회를 열고 "2020학년도부터 법정 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행사한다"고 결의했다.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인해 대학 재정은 황폐화했고 교육환경은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이었다. 

    내년도 등록금 인상 법정상한율이 1.95%로 정해진 가운데,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등록금 인상안을 두고 교육부와 대학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교육부는 임기 절반이 지난 문 정부의 교육분야 국정과제 추진 성과를 분석한 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와 고교 무상교육 실현,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 등을 성과로 꼽기도 했다.

    ⑤조국사태, 입시제도도 바꿨다…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올 하반기 교육계는 ‘조국발(發) 교육개혁’으로 크게 들썩였다. 특히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교육 공정성 문제는 ‘자사고 폐지’와 ‘정시 확대’라는 결과를 낳았다.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육정책을 수차례 뒤집으며 교육현장의 혼란을 야기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먼저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시기에 맞춰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자사고 등이 설립 취지와 다르게 서열화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게 이유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당초 교육부는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다. △1단계(2017∼19년)는 고교 입시제도 개선 △2단계(2018∼20년)는 교육청의 학교별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부 학교의 일반고 전환 △3단계(2020년 이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교 체제 개편(일반고 전환)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조국사태 이후 ‘자사고 일괄 폐지’로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 불공정성 해소"라고 주장했지만, 교육계는 "수월성·다양성 교육을 위축시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학교 측의 반발도 거세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후폭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시 확대’도 올해 교육계를 뜨겁게 달궜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파문으로 인해 대입제도 불공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쌓였다. 이에 교육부는 ‘정시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 정시 비중 '30% 룰'을 단번에 깨버린 것이다. 

    줄곧 교육의 다양성을 주장한 정부 역시 기존 정책기조와 반하는 정시 확대 방안에 힘을 실었다. 교육계는 "교육철학 없는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 뒤집기 쇼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유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