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체 통해 '노동신문' 구글 서비스… "국내법 회피해 북한 선전하려는 꼼수"
  • ▲ 10일 구글에서 노동신문(또는 로동신문)을 검색한 결과와 링크를 클릭한 결과. ⓒ구글-노동신문 캡쳐
    ▲ 10일 구글에서 노동신문(또는 로동신문)을 검색한 결과와 링크를 클릭한 결과. ⓒ구글-노동신문 캡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주요 정부 부처와 함께 불법적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불순한 내용을 담은 인터넷 사이트를 ‘유해매체’로 지정하고 국내에서의 접속을 막는다. 여기에는 ‘이적성’을 띠는 북한 선전매체도 포함된다. 그런데 구글(Google)에서는 북한의 노동신문을 유료로 보는 곳이 검색되는 것은 물론 바로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전문가는 "이런 사이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북한 외화벌이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개인신상정보와 금융정보까지 악용당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10일 구글 사이트에서 노동신문을 검색했다. 기존 노동신문(www.rodong.rep.kp)은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다른 주소(www.dprkmedia.net)로는 바로 접속돼 기사와 논평 목록을 볼 수 있었다. 이 노동신문은 10일 오전까지 기사 본문도 공개했지만, 오후부터는 이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로그인 화면만 보여준다.

    이 사이트의 정체는 '코리아미디어'가 노동신문을 유료로 보여주는 곳이다. 코리아미디어는 노동신문의 대외 판권을 소유한 일본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코리아미디어가 노동신문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그동안 조용했던 이 업체가 10일 새로 사이트를 열고 유료회원을 모집할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통일부 “모른다”... 방심위 “요청 와야 해제"


    정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7항 8호에 따라 이적성을 띠는 북한 선전매체의 접속을 차단했다. 조총련계 '조선신보'부터 위장 선전매체 '아리랑' '우리민족끼리'도 모두 차단 대상이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에 해당하는 것도 당연하다.

    통일부는 지난 6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의 접속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일부의 건의를 받고 의견수렴에 나선 적이 있다. 북한 선전매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거나 해제하는 곳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하지만 먼저 관계 부처의 공식 요청이 있어야 한다. 통일부는 이 규정에 따라 지난 6월부터 북한매체 접속 허용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 ▲ 구글에서 '리수용 담화'를 검색한 뒤 나온 조선중앙통신과 이를 링크한 화면. ⓒ구글-조선중앙통신 캡쳐.
    ▲ 구글에서 '리수용 담화'를 검색한 뒤 나온 조선중앙통신과 이를 링크한 화면. ⓒ구글-조선중앙통신 캡쳐.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일각의 건의에 따라 의견 수렴을 위한 TF를 만들었지만, 찬반 양론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 그 후로는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매체 접속 허용 논의가 중단된 뒤 (경찰청이나 방송심의위 등에서도) 북한 매체 접속에 대한 의견을 통일부로 보내온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 사이트가 생긴 것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심위 홍보실 관계자는 “북한 매체에 대한 접속 차단이 해제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해당 부서를 통해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연락된 방심위 통신심의국 김정한 차장은 "지적한 노동신문은 1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존 노동신문은 메인 도메인을 모두 차단한 상태인데 새로운 도메인으로 서비스하는 것 같다"며 차단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북한 매체 등의 접속을 차단하려면 정부 중앙부처의 검토와 요청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열 "노동신문 가입하면 불법"


    노동신문 사이트에 로그인 화면만 뜬다고 해서, 일본 기업이 운영한다고 해서 차단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공안전문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지적이다. 유 원장은 일본 조총련이 운영하는 조신신보도 국내 접속이 불가능하다며 "일본 기업의 사이트라도 이적성이 있으면 차단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일본 기업이 운영한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북한 노동신문을 유료로 보는 곳"이라며 "이곳에 회원가입해 내는 돈은 북한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이 사이트는 국내법을 회피해 북한체제를 선전해 보려고 시도하는 꼼수"라며 "만에 하나 호기심으로 노동신문 사이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가는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금융정보까지 악용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구글은 세계적 검색엔진이자 유튜브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유튜브는 최근 국내에서 문재인 정부와 북한·중국에 비판적인 유튜버들의 콘텐츠에 무차별적으로 광고 탑재를 차단하는 ‘노란 딱지’를 붙인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구글에서 이적성을 가진 북한 선전매체들이 그대로 검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