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비황 심재철… 필리버스터 철회, 예산안 공수처 선거제 협의 요구
  • ▲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심재철 의원(왼쪽)과 신임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김재원 의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심재철 의원(왼쪽)과 신임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김재원 의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비박‧비황계인 ‘비주류’ 심재철(5선‧경기 안양시 동안구을)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 사령탑이 됐다. 당내 주류인 친박‧친황계가 득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의외의’ 압승을 거둔 것이다. 이에 따라 '황심(黃心)'으로 쏠리던 당내 역학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비황(非黃)'의 역습이다.  

    심 의원은 이날  1차 투표에서 39표를 득표했다. 이어 강석호 의원 28표, 김선동 의원 28표, 유기준 의원 10표였다.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어 곧바로 2차 결선투표를 벌인 끝에 심 의원이 52표로, 강석호(27표)‧김선동(27표)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다. 정책위의장은 심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김재원 의원이 됐다. 

    당선 직후 “4+1 협의체 저지하겠다”… 전투력 과시 

    심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인사말에서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내가 당선된 것은) 우리 당이 잘 싸워서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원들의) 고심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겸허하게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오늘 오후부터 (여야) 협상에 들어갈 것 같다”며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당장 예산안 등 추진을 멈추라고 하겠다. 여야 4+1만의 협의는 안 되고,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국당을 뺀 이른바 ‘여야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오늘(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선거제 개정안 및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등을 모두 상정하기로 한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심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비춰볼 때, 한국당의 대여 강경기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는 그동안 대정부‧대여투쟁에서도 강경 견해를 고수했다. 지난 대선정국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이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비공개 업무추진비 내역을 폭로해 이에 따른 정보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또 지난 ‘조국사태’ 때는 조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주영 의원과 함께 삭발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제황(帝黃)' 체제 끝나나… 5선‧중진 심재철 등장에 ‘투톱’ 구도 형성

    당내 역학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심 원내대표는 그동안 당내 주류인 친박-친황계와는 거리를 유지했다. 이번 원내대표선거 후보군에서도 ‘황심’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로 꼽혔다. 

    때문에 심 원내대표의 당선은 황심에 대한 당내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크다. 최근 황 대표가 당직 개편,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당 장악력을 높이자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황 대표가 이번 원내대표선거에서 재선의 김선동 의원을 물밑 지원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중진 의원들 사이에 ‘물갈이’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당직 인선도 초‧재선 중심이었는데 원내대표까지 재선이 되면 총선까지 앞둔 마당에 너무 큰 모험을 하는 것 아니었겠나”라면서 “당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심재철 원내대표가 그 역할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