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장 600장-표창장 950장, 전임자의 4배… '검찰 비판 북콘서트' 정치중립 위반 우려
  • ▲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전임 청장들의 4배에 달하는 감사장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청장은 9일 저녁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뉴시스
    ▲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전임 청장들의 4배에 달하는 감사장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청장은 9일 저녁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뉴시스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해 '청와대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1년간 전임 청장의 4배가 넘는 감사장과 기념품을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황 청장의 처신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청장은 9일 북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9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황 청장은 2018년 12월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5일까지 감사장 604장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임 장향진 청장과 이상로 청장이 각각 52장과 90장의 감사장을 배포한 것과 대조된다. 

    부임 1년 새 감사장 604장… 포돌이 인형에 이름표 달아 증정

    황 청장은 감사장과 함께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 인형도 함께 수여했다. 이 인형은 1만4000원 상당으로 인형에 부착된 명찰에 감사장을 받은 사람의 이름을 새겼다. 황 청장은 특히 이들 수상자를 직접 찾아 감사장을 수여했다. 경찰청장이 감사장을 일일이 대면해 수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포돌이 인형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서 경찰에 친근감을 주기 위해 나눠 주는 것이 대부분인데, 감사장과 함께 돌렸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 청장 명의의 표창장 수여도 크게 증가했다. 전임 장 청장과 이 청장이 각각 357건과 356건의 표창장을 수여한 데 비해 황 청장은 955건의 표창장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청장의 정치적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9일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이 쓴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책을 소개하는 북콘서트를 연다. 북콘서트에는 정치인, 전·현직 경찰 등 5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콘서트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예민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세욱 변호사는 "북콘서트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제의 소지는 있다"며 "내용에 따라서는 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제9조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북콘서트에서 선거나 출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면 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황 청장의 행보는 내년 총선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청장은 지난달 18일 대전 중구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지난 1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청으로부터 '명퇴 불가' 통보를 받아 총선 출마가 무산되는 듯했다. 공직선거법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공무원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청장은 사퇴하는 방법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중립 의무' 위반 소지, 매우 부적절"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명퇴를 거부당했는데,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현직 공무원이 북콘서트를 해도 되느냐"며 "이런 행동 자체가 자신이 해온 일련의 일들이 정치적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퇴든 사퇴든 법이 요구하는 취지는 공무원이 일을 저질러 놓고 '먹튀'하지 말라는 것인데, 황 총장이 사퇴한다고 사퇴를 받아준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요즘 조직 내부가 굉장히 어수선하다"며 "어떻게든 결론이 나서 조직이 재정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황 청장은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하는 과정에서부터 각종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황 청장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았던 2017년 경무관  계급정년에 걸려 퇴직이 유력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직후인 2017년 7월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울산지방청장으로 부임했다. 지방선거 직전이던 2018년 3월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관련 수사를 지휘했고, 김 전 시장은 낙선했다. 같은 해 자신의 고향인 대전지방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내년 총선출마를 위한 '보은성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