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하명수사' 참고인 조사 3시간 앞두고 선배 사무실서 숨져… 선배 "만날 약속 없었다"
  • ▲ 백원우(사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특감반) 출신의 전직 특감반원 A씨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3시간가량 앞둔 1일 오후 3시께 사망했다. ⓒ뉴시스
    ▲ 백원우(사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특감반) 출신의 전직 특감반원 A씨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3시간가량 앞둔 1일 오후 3시께 사망했다. ⓒ뉴시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의 전직 특감반원(현 검찰수사관) A씨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3시간가량 앞둔 지난 1일 오후 3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그가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9장의 메모가 함께 발견됐다. A씨는 일명 '백원우 별동대'에 소속돼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 등 '청와대 하명수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하명수사’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의 이 같은 선택에 대한 국민적 의문이 커졌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은 1일 오후 3시쯤.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불과 3시간여 앞두고서다. 그는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무실은 A씨의 고향 선배이자 검찰수사관 선배였던 한 법무사가 임차해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법무사는 그러나 이날 A씨와 만날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원에서 A씨 시신의 부검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가 숨진 사무실 건물의 CCTV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원우 특감반', 해결사 역할 했나  

    A씨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풀 핵심 참고인이었다. 백 전 비서관(현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비공식 특감반에서 활동했다. 현재 청와대는 김 전 시장 등 야권 인사는 표적감사한 반면,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여권 인사 비위에 대해서는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백원우 특감반'은 이들 의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김도읍(55)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비공식 특별감찰팀을 운영했다. 공식적인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아닌 셈이다. 우선 대통령 친·인척 관리팀은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사를 관리했다. 4명 이상의 검·경 출신으로 팀을 구성했다. 다른 팀은 백 전 비서관의 각종 지시사항을 이행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과 접촉하며 '해결사' 역할도 했다는 이 팀에는 A씨와 경찰 출신 총경 등 2명이 있었다. 

    '백원우 특감반'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청 특수수사과(현재 중대범죄수사과) 과장은 2017년 12월28일 김 전 시장 비위 문건을 울산지방경찰청에 하달했다. 이 문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파견경찰이 같은해 11월 경찰청으로 가져왔다. A씨는 당시 울산으로 내려가 김 전 시장 수사 상황 등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지목된다. 

    그는 이미 울산지검에서 한 차례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김 전 시장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는데, 자유한국당이 황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1일 오후 참고인 조사도 이 사건 관련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A씨를 상대로 '김기현 첩보'를 생산했는지, 울산에서 직접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했는지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검찰 내에서 좋은 평가… 김태우 "입술 부르틀 정도로 열심히 일해"

    A씨는 생전 검찰 내에서 '실력 있다' '검찰 첩보 수집 에이스'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그 때문인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로 파견됐다 지난 2월 검찰로 복귀해 유 전 부시장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했다. 그는 다만 이 사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수사관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전 수사관은 2일 '김태우TV'에서 "고인이 되신 검찰수사관 그 형은 호탕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능력 또한 출중했다"며 "이번 정부 청와대에 와서 입술이 잘 부르틀 만큼 열심히 일했다"고 전했다. 또 "아마 상관들로부터 상당히 능력을 인정받았을 것이고, 검찰에서 어느 부서에 있든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다"며 "해병대를 나와서 참 씩씩했고, 성격도 유들유들해서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를 참 좋아했다"고도 말했다. 

    그런 A씨는 최근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유재수 감찰 무마'에 대한 수사 상황을 묻는 연락을 받고 괴로움을 토로했다는 게 주변 지인들의 전언이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윤(석열) 총장에게 미안하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1일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인과 일정을 협의해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며 "전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현 검찰수사관)이 오늘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고인은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근무해오신 분으로,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청와대는 2일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특감반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했고, 울산시장 첩보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