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알고도 3일간 쉬쉬… 국방부, 26일에야 北에 항의… 北 공개하자 뒤늦게 "유감"
  • ▲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뉴시스
    ▲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뉴시스

    북한이 연평도 포격 9주기인 지난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3일이 지난 26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북한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연평 포격 9주기’ 당일 사격 확인… 3일 지나 항의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의 해안포 사격 시점을 묻는 질문에 "지난 23일 오전 중에 파악됐다"고 답했다.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사건 9주기에 맞춰 서북5도에 가장 근접한 해안포부대의 포 사격훈련을 직접 지도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최 대변인은 군 당국이 해안포 사격 사실을 알고도 북한 보도가 나올 때까지 숨겼다는 지적에는 "그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분석하는 와중에 북한 중앙매체의 발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보안상 이유로 사격 시점과 방향, 해안포 종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포 사격과 관련한 구체적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연평도 포격사건과 연계돼 국민의 대북 감정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방부는 26일 오전 북측에 전화로 항의의 뜻을 전하고 팩스(fax)로 항의문을 보냈다. 최 대변인은 "오늘 오전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이번 북측의 해안포 사격훈련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측에서는 아직 반응이 오지 않았다.

    北, 이승도 해병사령관에 "연평도 불소나기" 폭언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NLL 인근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하고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 시찰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백령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45㎞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은 남북이 지난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규정한 해상적대행위금지구역(완충수역)에 속한다.

  • ▲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10월 15일 오전 경기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10월 15일 오전 경기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지난달 19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를 통해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함박도 초토화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데 대해 “연평도를 벌써 잊었느냐. 무모한 군사적 적대행위는 기필코 파국적 후과를 초래하게 마련”이라며 위협한 내용이다. 

    이 영상은 "리승도로 말하면 골수까지 동족대결에 환장한 대결 광신자"라며 "연평도 해병대 포대장으로 있던 지난 2010년 감히 우리를 건드렸다가 우리 군대의 불소나기의 맛을 톡톡히 본 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연평도 포격전은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4분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에 맞서 해병대 연평부대가 K-9 자주포로 즉각 대응한 전투다. 군인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연평부대장이던 이승도 사령관은 포병에게 "포탄을 남김없이 쓰라"며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 도발은 당시 집권을 준비하던 김정은이 주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 김정은이 9년 만에 다시 인근지역을 찾아 화력을 과시한 것이다.

    백승주 "北, 향후에도 연평도 도발하겠다는 의지 표시"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북한이 사격 도발한 시점이 연평도 도발한 날짜를 고려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연평도를 도발했던 그러한 태세를 갖고 있고, 그런 도발 의지를 갖고 있고, 그런 도발을 향후에 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우리 군은 이러한 북한의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을 하고 사격을 한 것을 인지하고 발표한 시간을 고려할 때 철저히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제 더 이상 남북군사합의서가 북한 김정은에 의해서 이미 휴지조각이 되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고조치를 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아세안 정상들에게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조기에 재개돼 실질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당부하며 남북관계에 대한 희망적 견해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