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3실장 기자간담회' 강행, 기자들 휴일 출근… 밤 10시까지 '文국민대화' 방송
  •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청와대 경내를 걸으며 신임 민정·인사·홍보수석비서관, 총무비서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청와대 경내를 걸으며 신임 민정·인사·홍보수석비서관, 총무비서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주52시간근무제'는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에도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민간에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52시간 기준이 없다. 정책결정자인 청와대 당사자들은 정작 그물망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정부는 주52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해 위반 시 사용자에게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일단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6개월 이상 부여하기로 했지만, 당초 공약대로 밀어붙일 기세다.

    한때 공직사회에도 주52시간근무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지난해 7월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공무원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한 움직임이었다.

    정부는 청와대 직원들의 초과근무를 최대한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매주 수요일이면 정시퇴근하는 '가정의 날'에 금요일도 포함해 이틀로 늘리고, 기존의 연차제도 외에 월차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52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규정'은 만들지 않았다.

    휴일 출근한 기자들 "죽어난다"

    1년4개월이 지난 11월 현재, 바뀐 것은 없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집권 전환기를 맞았다며 비서실장·안보실장·정책실장 기자간담회를 '일요일'에 열었다. 때문에 민간기업에 다니는 기자들까지 일요일에 출근해야 했다. 기자들은 "주말인데 죽어난다" "왜 쉬는 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청와대 측은 미안함을 느꼈는지 다과를 제공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19일 문 대통령이 출연한 '국민과의 대화' 방송엔 청와대 일부 수석들도 참석해 밤 10시까지 대통령을 보좌했다. 김연명 사회수석은 본지와 통화에서 '주52시간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야근하게 됐는데 어떤가'라는 질문에 "깊은 내용 모른다. 일자리수석에게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 ▲ 정의용(왼쪽부터)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정의용(왼쪽부터)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1주간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하며, 토요일은 휴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해져 있다.

    시간외근무는 월 57시간만 인정되지만, 공무원은 정규 근무일 기준 월 근무일수가 15일 이상이면 별도 승인 없이 월 10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외근무수당을 정액 지급받는다. 실제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월 67시간이 된다.

    똑같이 야근 해도, 공무원이 월급 많이 받아

    4주를 한 달로 계산했을 때 민간은 최대 208시간, 공무원은 227시간까지 인정[有給]돼 월 19시간 차이가 난다. 똑같이 야근하더라도 공무원은 인정 폭이 넓어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현실이다.

    4급 이상 공무원은 초과근무수당이 아닌 '관리업무수당'을 일정하게 받는다. 청와대 비서관(1급)은 월급의 9%를 관리업무수당으로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위공무원은 초과근무에 민감하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수당을 받으니 그에 맞게 어느 정도는 휴일근무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일요일에 3실장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유가 사뭇 이해가 가기도 한다.

    정부의 세밀한 준비 없는 주52간근무제 도입에 정치권에서는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이었다. 계도기간 부여라는 임시방편으로 기업과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며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고, 근로자는 월급이 줄어드는 이런 제도, 과감히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자성론이 나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주52시간 관련법은 너무 경직된 상태로 국회를 통과했다"고 실토했다.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도 "주52시간근로제는 두발 단속하듯 낡은 규제"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수석비서관들과 식사 후 재킷을 벗고 '아메리카노' 커피를 든 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청와대 사람들도 일반 회사원처럼 격의 없이 소통한다는 느낌은 전달됐다. 집권 반환점을 돈 현재 청와대 공무원도 주52시간제를 함께 준수한다고 모범을 보인다면 정책 추진에 더 진정성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