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칠레서 ‘1단계 무역합의’ 예정… 세계경제 향방 정할 '제3의 장소'에 관심
  • ▲ 호세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11월 중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 주최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세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11월 중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 주최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호세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다음달 16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소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외신들은 “이로 인해 미중 무역협상 일정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피녜라 “APEC 정상회의 취소…공공질서 재정립 급선무”

    AP통신·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은 이날 “이번 결정을 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상식에 기초해 내린 결정”이라며 APEC 정상회의 취소를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오는 12월2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5)’ 개최도 포기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공공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며 최근 격화한 반정부 시위가 주요 국제회의를 취소한 원인임을 시인했다.

    영국 BBC는 같은 날 “이처럼 짧은 공지만으로 국제회의 주최를 포기한 나라는 (1993년 APEC이 시작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라며 “처음 칠레에서의 시위는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발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높은 의료비와 불평등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앞세워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칠레 상황이 단기간에 안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신들은 칠레의 사회적 불안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협상에 끼칠 영향을 더 궁금해한다.

    BBC는 “미국과 중국은 지난 18개월 동안 서로 강경한 태도로 무역전쟁을 벌여왔다”면서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당초 오는 11월15~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무역갈등을 해소하려 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최근 “다음달 APEC에서 우리는 중국과 역사적 무역협정 ‘1단계(Phase One)’를 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 ▲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외신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서명 장소 새로 모색”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칠레의 APEC 정상회의 주최 포기로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다음달 16일 또는 17일 상대편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이번 일로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되기 어려워질까 우려했다.

    언론의 우려에 백악관은 “당초 예정했던 시기에 중국과 역사적인 무역협상 1단계에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그러나 미중 정상이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 무역협상의 대체지를 먼저 내놓은 것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0일 트럼프 대통령 측에 “시진핑 주석과 마카오에서 만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중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처럼 APEC 정상회의가 무산됐어도 상호 필요에 따라 새로운 회의를 준비 중이다. 반면 다른 19개국 정상들이 다시 APEC을 계기로 모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PEC 사무국 또한 “2020년 APEC 정상회의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