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악플에 시달려온 설리, '악플의 밤' 녹화 당일 사망 '아이러니'
  • 매주 토요일 오후 TBN 부산교통방송 '주말의 가요 데이트'에서 방송되는 '연예가 톡톡'을 <뉴데일리>에 동시 게재합니다.
    ■ 프로그램명 : TBN 부산교통방송 '주말의 가요 데이트'
    ■ 방송 : 부산 라디오 FM 94.9MHz (16:05~17:52)
    ■ 방송일 : 2019년 10월 19일 오후 5시 20분
    ■ 진행 : MC 한주형
    ■ 연출 : 프로듀서 서호택, 작가 윤예슬
    ■ 출연 : <뉴데일리> 연예부 조광형 기자


    △한주형 = 자, 이번엔 한주간에 있었던 핫한 연예가 소식을 들어보는 '연예가 톡톡' 시간입니다. 오늘도 <뉴데일리> 연예부 조광형 기자와 전화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기자님.

    ▲조광형 = 네, 안녕하십니까.

    △한주형 = 첫 소식은 설리 씨 사망 사건이겠죠?

    ▲조광형 =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셨고, 저 역시 이 일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인데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이번 주 월요일에 발생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오후 5시 10분 정도에 접했습니다. 이날 영화 언론배급 시사회를 막 마치고 기사를 쓰려는데 휴대폰이 울리더라고요. 한 선배가 지금 뉴스 봤냐며 설리가 숨진 채 자택에서 발견됐다는 뉴스 속보를 보내줬습니다. 뭐, 망설일 겨를도 없었죠. 바로 설리가 발견됐다는 장소로 이동했는데요. 도착해보니 평범한 주택가가 아니었습니다. 산등성이를 깎은 자리에 고급 저택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코너에 위치한 설리의 집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한주형 = 집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전원주택이고요. 2층짜리 집인데, 사방이 돌압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상당히 외지였습니다. 제가 이날 몇 시간 동안 집 앞에 있었는데 지나가는 동네 사람을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이 넓은 집에 설리가 혼자 살았었다는 얘기인데요. 가족도 없이 좀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집 안에는 경찰 감식반 요원들이 투입돼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돌담 밖에서 바라보니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요. 그 안에서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이 얼핏 보였습니다. 문 앞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종이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날 새벽에 배송된 '신선식품'이었더라고요. 아마도 전날 저녁, 설리가 아침에 먹으려고 주문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 지난 14일 오후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소재 고(故) 설리의 자택에 들어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 성남=조광형 기자
    ▲ 지난 14일 오후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소재 고(故) 설리의 자택에 들어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 성남=조광형 기자
    △한주형 = 설리 씨가 '신선식품'을 주문했다고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제가 브랜드를 확인했는데요. 대형 유통업체에서 운영하는 '새벽배송' 회사 제품이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전날 자정까지 주문을 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주로 혼자 사는 분이나 맞벌이 부부가 아침거리가 없을 때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황상 설리는 다음 날 먹을 '아침거리'를 주문하고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13일 오후 6시 30분부터 숨진 상태로 발견된 14일 오후 3시 20분까지, 설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미스터리한 상황입니다.

    △한주형 = 경찰은 고인의 사인을 '우울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것 같은데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경찰은 지난 16일 유가족의 동의를 거쳐 영장을 발부받고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는데요. 이날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부검을 진행한 국과수는 "외력이나 외압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경찰은 아직 최종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고인이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우울증에 의한 사망으로 잠정 결론 내린 상태입니다. 현재 경찰은 CCTV 분석 조사를 진행 중인데요.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오면 내사 종결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 ▲ 지난 14일 오후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소재 고(故) 설리의 자택에 들어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 성남=조광형 기자
    △한주형 = 고인이 생전 우울증을 앓았다는 얘기는 유족한테서 나온 거죠?

    ▲조광형 = 그렇습니다. 경찰이 고인의 유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이 같은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주형 = 국과수 최종 부검 결과에서 유의미한 내용들이 나올까요?

    ▲조광형 = 글쎄요. 경찰 관계자의 말대로 '반전'은 없을 겁니다. 다만 고인이 사망 직전 어떤 상태였는지, 우울증을 앓아왔다면 어떤 성분의 치료약을 복용했는지 등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주형 = 고인을 최초로 발견하신 분은 매니저 분이죠?

    ▲조광형 = 그렇습니다. 사망 전날 고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이 매니저로 알고 있는데요. 사망 당일 설리는 '악플의 밤'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녹화가 예정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락이 계속 되지 않자 매니저가 오후 3시를 넘긴 시각, 설리의 집을 찾아갔고 방 안에서 숨져 있는 설리를 발견하게 된 거죠. 이날 방송 녹화는 12시 정도부터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작진은 사전에 매니저로부터 설리가 개인사정으로 녹화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설리를 제외한 나머지 MC 체제로 녹화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 지난 14일 오후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소재 고(故) 설리의 자택에 들어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기 성남=조광형 기자
    △한주형 = 우울증의 원인이 악플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조광형 = 설리가 이 프로그램에 섭외된 이유이기도 하죠.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직접 읽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 보는 프로그램인데요. 설리는 그동안 노출 문제로 여러차례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많은 악플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SNS와 각종 방송을 통해 늘 당당한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한 SNS 라이브 방송 중 자신을 걱정해주는 팬을 향해 그런 걱정은 안 해주셔도 된다며 오히려 팬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주형 = 설리 씨가 그동안 그런 논란과 지적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주 당당한 모습을 보여왔잖아요. 그래서 멘탈이 상당히 강한 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조광형 = 사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두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잘 견디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거죠. 지난해 10월 방송된 '진리상점'이라는 웹예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기에 설리와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배우 남경(본명 김선아)이 출연했는데요.

    남경이 "설리가 무척 착하고 순수한데 악플이 달려 나도 상처를 받는다"는 말을 하자, 설리가 자신한테 달리는 악플을 보느냐고 물은 뒤 "미안하다. 내가 잘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만큼 주변 지인들이 걱정할 정도로 설리가 오랫동안 악플에 시달려왔다는 건데요. 설리가 이러한 티를 잘 내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같은 제3자들은 설리가 잘 견디고 있는 줄로만 착각해왔던 거죠.
  • ▲ 다이나믹듀오 최자(왼쪽)와 개코. ⓒ뉴데일리
    ▲ 다이나믹듀오 최자(왼쪽)와 개코. ⓒ뉴데일리
    △한주형 = 전 남자친구였죠. 최자 씨에 대한 얘기도 많더라고요.

    ▲조광형 = 온순하기 그지없던 설리가 자유분방한 성품을 갖게 된 건, 2년 7개월 동안 연인 관계로 지냈던 래퍼 최자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자와 사귄 2013년부터 설리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대범하게 표현해왔는데요. 저는 이런 점들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설리가 단순한 아이돌 가수가 아닌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데에는 래퍼 최자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영국 BBC가 이번 사건에 대해 보도를 한 게 있는데요. BBC는 "설리는 아이돌 가수에게 완벽한 외모와 순종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케이팝계에 과감히 반기를 든 여성이었다"며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정신 건강 문제나 여성의 권리 등을 과감히 언급하는 등 사회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는 소신 발언을 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많은 기획사에서 금기시하는 공개 연애를 했고 옷차림에서도 자유분방함을 추구해왔다"며 "이 같은 거침없는 태도가 수많은 케이팝 스타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고 호평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최자'라는 한 가수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BBC가 지적한 것처럼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사회적으로 어떤 해를 끼치는 사진이 아니거든요. 전혀 무해한 이런 사진과 솔직한 화법을 두고 대중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모처에 위치한 설리의 자택에 경찰 감식반이 들어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망 장소로 추정되는 2층 방에 불이 켜져 있다. ⓒ경기 성남=조광형 기자
    ▲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모처에 위치한 설리의 자택에 경찰 감식반이 들어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망 장소로 추정되는 2층 방에 불이 켜져 있다. ⓒ경기 성남=조광형 기자
    △한주형 = 설리 씨가 사망한 직후 119구급대가 작성한 사고 현장 동향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설리가 사망한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성남소방서 119구급대가 작성한 '현장 활동 중 환자 자살 추정 동향 보고서'가 올라와 파문이 일었는데요. 이 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인 설리의 집 주소는 물론, 발견 당시 설리의 상태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이에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조사 결과, 내부에서 보고서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14일 오후 3시 20분경 직원 두 명에 의해 문건이 SNS로 유출됐다"면서 "현재 문건을 유출한 직원을 조사 중에 있고, 사실 관계가 정확히 밝혀지면 직위 해제 등 엄중하게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주형 = 잘 알겠습니다. 오늘 설리 사망 사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