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접대 받았다" 보도해 놓고… "그 부분과 관련된 것은 보도 핵심 아니다” 궤변
  • ▲ 하어영 한겨레 기자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 하어영 한겨레 기자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접대는 받았지만 성접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캡쳐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58) 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별장 접대를 했다는 진술이 있었는데도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겨레가 11일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조국 정국에서 윤석열 접대 논란을 키워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의 이날 기사는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윤중천 씨로부터 '강원도 원주 소재의 별장에서 윤 총장이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한겨레21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한겨레21 기자,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MBC- CBS 잇달아 출연

    이 기사를 쓴 하어영 한겨레21 기자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성접대는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는 있었지만, 성접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다시 나와 “성접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성'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일한 출연자가 같은 시간대에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라디오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같은 주제의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 기자는 '윤석열 총장이 접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저희 보도는 그 부분과 관련된 것은 핵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대 의혹이 거짓이냐 진실이냐는 검찰이 밝혔어야 하는 문제”라며 “검찰이 최소한의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였다.

    하 기자는 “지난해 진상조사단이 꾸려졌고,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2013년 당시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돼 있던 자료 안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자 진상조사단이 대신 조사해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처럼 어떤 프레임을 씌우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는 말에 “너는 누구 편이냐는 질문으로 들린다”면서 “기자 윤리와 관련돼 있을 것 같다. 저는 누구 편도 아니고 그냥 취재가 되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후속보도 할 거리가 있느냐, 할 것이냐조차 지금은 예민한 상황”이라며 “굉장히 이례적이긴 한데, 그럼에도 후속보도를 할 계획은 있다는 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한 게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두렵다. 다만 견디겠다”고 부연했다.

    하 기자는 취재 과정과 관련해 “3명 이상에게 (내용을) 확인했다”면서도 “직접 들은 것이냐, 떠도는 말을 들은 것이냐”는 질문에 “꼭 말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 ▲ 하어영 기자는 1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 하어영 기자는 1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검찰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쳐
    잇달아 이뤄진 취재기자의 방송 출연을 놓고 "언론사 취재기자가 타사의 방송에 직접 출연해 인터뷰한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정부적,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매체를 이용해 검찰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보도에 대해 검찰은 물론 김학의 전 차관 수사 관계자들까지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취재 과정은 물론 보도 내용의 신뢰성이 전반적으로 의심받는다.

    “허술한 사실관계 보도 적절치 못해… 촛불집회 동력 얻기 위함인가”

    이에 대해 김종민 변호사는 “한겨레 정도 되는 매체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려면 2중, 3중으로 크로스체크를 하고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12일 촛불집회를 앞두고 다시 새로운 동력을 얻으려 하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양윤숙 변호사는 “성접대냐, 그냥 접대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동일한 장소인 (윤중천의) 별장에서 검사가 접대를 받았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윤석열 총장이나 검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현 정권이 검찰개혁을 수사 압박의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나 검찰에 대한 이런 내용의 보도는 여론을 검찰개혁으로 집중되도록 유도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검찰의 힘을 빼려는 '조국 수사 압력 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과 교수는 “워낙 민감한 문제니까 나름대로 기사에 승부를 걸었을 것"이라면서도 “단지 이런 사항을 그렇게 허술한 사실관계로 쓴 걸 봐서는 대단히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자는) 정확하고 탄탄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써야지, 들은 정도로 쓰면 안 된다. 언론인으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썼을지 모르나 대단히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지어 TBS 라디오 진행자인 김어준 씨조차 방송에서 "제 취재로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접대는 없었고, 윤중천이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역시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자료에도 윤석열이란 이름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