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직격 ⑤ 29일 대만 타이페이 홍콩 시위 지지 행진에 10만 명 참가, 일국양제 허구성 주장
  • ▲ 29일 열린 타이페이 시위행진 모습 ⓒ허동혁
    ▲ 29일 열린 타이페이 시위행진 모습 ⓒ허동혁
    일명 ‘중국압송악법’으로 불리는 홍콩의 ‘도주범조례’ 파동 관련, 29일 ‘전 세계 반전체주의 대행진’ 이라는 이름으로 23개국 65개 도시에서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행진이 동시에 개최됐다.

    홍콩 사태 영향으로 국민당 총통 한궈위 후보 지지율 계속 하락

    이 중 대만 타이페이에서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10만 명이 참가했다. 같은 날 대만의 다른 4개 지방도시에서도 행진이 열렸다. 대만의 행진에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몰린 이유는 홍콩 중국압송악법 파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11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선거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친중인사로 의심받고 있는 국민당 총통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은 홍콩 사태로 인해 많은 타격을 받았다. 그는 지난 3월 홍콩, 마카오,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고위관리들과 접촉하고, 6월 초 홍콩 사태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일인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는 선거에 악재가 됐다.

    4개월째로 접어드는 홍콩 사태가 장차 대만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만 내에 확산되고, 이에 반중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지지율이 지난 여름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친국민당 매체 연합보의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한궈위 시장의 지지율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47.4% 대 35.3%, 9월 30일 발표)
  • ▲ 시위에 참가한 타이페이 거주 홍콩인들 ⓒ허동혁
    ▲ 시위에 참가한 타이페이 거주 홍콩인들 ⓒ허동혁
    대만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중국 외교 정책, 오히려 집권 민진당에 호재

    또한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압박하는 중국의 대외 정책조차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만 남태평양의 솔로몬 군도와 키리바티가 대만과 단교했지만, 대만 여론은 오히려 이를 중국의 압력으로 받아들이며서 집권 민진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대만과의 수교국은 15개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압력으로 파나마 등 5개국이 대만과 단교했을 당시 국내에서는 차이 총통의 외교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일었다. 이는 곧 11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압승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난 9월29일 타이페이 대행진에는 집권 민진당 지도부를 비롯해 반중성향 정당과 시민들 그리고 대만 거주 홍콩인들이 다수 참가했다. 홍콩인들은 현재 홍콩시위 복장인 검은색 상하의와 헬멧 그리고 복면차림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필자는 행진에 참가한 각계 인사들에게 의견을 들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앤디 찬(陳浩天, 지난해 홍콩독립 주장을 이유로 해산당한 홍콩 민족당 전 주석): 요즘 홍콩에서는 나에게 발언기회를 주지 않는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홍콩과 대만이 단결해서 중국을 분쇄해야 한다. 중국과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

    린량쥔(林亮君) 시대역량(時代力量) 타이페이 시의원 : 홍콩 사태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허구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유와 (중국)권위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
  • ▲ 일변일국 (一邊一國, 대만과 중국은 다른 나라) 현수막ⓒ허동혁
    ▲ 일변일국 (一邊一國, 대만과 중국은 다른 나라) 현수막ⓒ허동혁
    가오쟈위(高嘉瑜) 민진당 타이페이 시의원: 홍콩 사태의 원인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시민들의 생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만과 홍콩이 추구하는 자유 민주적 가치가 같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많은 인파가 나왔다.

    타이페이 거주 홍콩 직장인: 홍콩 사태가 대만인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무 심각해서 오늘 이렇게 많은 대만인들을 거리에 나오게 했다고 본다. 이런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우리 대만 거주 홍콩인들도 모두 참가했다.

    타이페이 거주 직장인: 대만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위협은 심각한 수준이다. 홍콩을 돕는 것이 대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돼 행진에 참가했다.

    위샤오징(余筱菁) 대만녹당(綠黨) 신주(新竹)현 의원: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당 등 친중정당과 친중매체의 폐해가 심각해졌다. 오늘 많은 청년들이 그 심각성을 알고 홍콩을 돕기 위해 행진에 참가했다.

    시민들 “작금의 홍콩사태, 중국 때문에 어차피 겪어야 할 일”


    타이페이 거주 여대생: 중국의 홍콩 사태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된다.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후 상황이 악화되어, 현재 사태는 홍콩으로서는 어차피 겪었어야 할 일이다. 그 심각성을 깨닫고 대만이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 민주를 지켜야 한다.
  • ▲ '평화협상론자들은 티벳을 보라, 일국양제 지지자들은 홍콩을 보라' 현수막을 든 행진 참가자들ⓒ허동혁
    ▲ '평화협상론자들은 티벳을 보라, 일국양제 지지자들은 홍콩을 보라' 현수막을 든 행진 참가자들ⓒ허동혁
    람윙키(林榮基, 홍콩 코즈웨이 베이 서점 납치사건 피해자, 사실상 대만 망명 중): 홍콩의 미래는 아직 어둡다. 중국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홍콩엔 자유를 지킬 군대도 없다. 이에 많은 홍콩인들이 대만으로 이민 오고 있다. 대만이라도 지금 있는 자유를 지켜야 한다.

    타이페이 거주 미국 유학생: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뭔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인데, 홍콩은 지금 중국 때문에 그런 선택의 자유가 사라져 가고 있다. 이 시위 참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왔다.

    타이페이 거주 대학생: 홍콩 사태가 3개월 이상 계속됐다는 것은 일국양제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업, 동맹휴학 등의 방법으로 홍콩인들은 몸부림 치고 있는데, 우리도 조금이라도 호응해야 된다고 생각해 참가했다.

    대만인은 일국양제 아닌 일변일국(一邊一國) 요구

    이날 행진에서 홍콩 중국압송악법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가수 데니스 호(何韻詩)가 복면 차림의 친중 군소정당원 두 명에게 페인트 테러를 당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 테러범들은 바로 체포됐다.

    행진은 입법원 주변 도로 약 5킬로미터를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만인들은 일변일국(一邊一國, 대만과 중국은 각각 다른 국가)을 외치며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감을 확실하게 나타냈다. 중국은 홍콩에 적용 중인 일국양제를 대만에도 수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홍콩에서 4개월째 계속되는 폭력사태는 대만인들에게 일국양제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
  • ▲ '자유는 탄압자들이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요구해서 얻는 것이다' 피켓을 든 행진 참가 미국인 ⓒ허동혁
    ▲ '자유는 탄압자들이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요구해서 얻는 것이다' 피켓을 든 행진 참가 미국인 ⓒ허동혁
    한편 홍콩에서는 중국 공산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일 6개 장소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획돼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위 주도 조직인 용무파(勇武派)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만약 경찰이 또 다시 강경 진압에 나선다면, 6개 시위장소 중 한 곳을 골라 새로운 방식으로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계속)

  • 홍콩시위 주요 상황 발생시 뉴데일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실시중입니다. 많은 시청 부탁 드립니다.

    ▶ 뉴데일리TV 홍콩시위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