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직격④사상 최악의 난투극: 물대포, 화염병, 폭력배 대량 출현
  • ▲ 시위대의 화염병에 맞아 불이 붙은 물대포차ⓒ허동혁
    ▲ 시위대의 화염병에 맞아 불이 붙은 물대포차ⓒ허동혁
    일명 ‘중국압송악법’이라 불리는 홍콩의 ‘도주범조례’ 파동이 15주째에 접어들었다. 9월5일 캐리 람 행정장관은 중국압송악법 철회를 선언했지만, 상황이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정부 청사에서 물대포차 3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향해 형광물질을 섞은 물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화력을 강화한 화염병 100병 이상을 경찰에게 투척했다. 화염병 공격으로 한때 물대포차에 불이 붙었다. 도심 애드미럴티(金鐘), 완차이(灣仔), 코즈웨이베이(銅鑼灣)역의 유리창이 파괴되고 불탔다. 칼을 든 폭력배도 출현했다.

    지난 8월 5일 노스 포인트(北角)를 근거지로 둔 폭력배들과 시위대가 충돌한 뒤 경찰은 삼엄한 경계를 폈다. 이후 노스 포인트에서는 별다른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다. 15일 정부청사에서 경찰에게 밀려난 시위대는 포트러스 힐(炮台山)과 인근 노스 포인트 곳곳에서 폭력배들과 싸움을 벌였다. 일부 폭력배는 취재진을 폭행했다. 이후 칼을 든 폭력배 2명이 노스 포인트에서 시민들을 위협했다가 경찰이 이들의 본거지인 ‘제일청년회의공단’ 건물까지 쫓아가 검거했다.

    노스 포인트는 그전에도 혼자서 길을 걷던 시위대가 폭력배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던 곳이다. 폭력배 대부분은 복건성(福建省, 푸젠) 출신으로, 노스 포인트 일대에는 복건성 향우회가 있을 정도로 복건성 출신 주민이 많이 거주한다고 한다.
  • ▲ 노스포인트에서 '홍콩복건원로' 티셔츠를 입은 폭력배ⓒ허동혁
    ▲ 노스포인트에서 '홍콩복건원로' 티셔츠를 입은 폭력배ⓒ허동혁
    복건성은 홍콩을 둘러싼 광동성의 북서부이자 대만의 서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홍콩에는 복건성을 본적지로 둔 주민이 약 120만 명에 달한다. 이는 홍콩 인구 750만 명의 약 16%다. 복건인들은 예로부터 해외 진출이 활발해, 동남아와 미국, 캐나다 등에 많이 거주하며, 거주 지역에서는 주로 복건어(민남어, 閩南語로도 불림)를 사용한다. 또한 대만 인구의 70% 이상이 복건성을 본적지로 두고 있다.

    1967년 중국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일어난 반영폭동(6.7 폭동)때 노스 포인트는 복건성 폭력배를 중심으로 좌파의 진지 역할을 했다. 폭력배들은 보통 식당, 주차장 등을 운영하며 자금을 조달한다. 또한 <빈과일보(蘋果日報, 사과일보, Apple Daily)> 계열 주간지 <일주간(壹週刊)> 보도에 따르면, 복건성 폭력배들은 돈세탁 능력이 뛰어나고, 증권사기 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며, 자산 규모가 한화 약 3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복건성 주민들은 대체로 온순하며 인간적인 유대감을 중요시 한다. 복건성 출신이 절대다수인 대만인들도 성격이 비슷하다. 그런데 폭력배들은 유난히 유대감이 강해, 평소 “우리를 건드리는 자는 죽이겠다” “우리는 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밤 벌어진 소동 때 ‘홍콩복건원로’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 ▲ 완차이에서 시위 도중 경찰을 저지하기 위해 널어놓은 화분ⓒ허동혁
    ▲ 완차이에서 시위 도중 경찰을 저지하기 위해 널어놓은 화분ⓒ허동혁
    그런데 현장에서 많은 폭력배가 광동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이들은 중국 복건성에서 직접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주간>에 따르면, 폭력배 중 일부는 복건성에서 중국 선전까지 이동한 후 홍콩으로 밀항했으며, 시위에 나가면 소속 조직으로부터 1200~2000홍콩달러(한화 약 18만~30만 원)를 받는다.

    이 폭력배들이 100년 이상 뿌리내리고 지역 경제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로부터 전적으로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다. 노스 포인트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일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때때로 이른 아침, 술에 취해 거리를 배회한다”고 밝혔다.

    한편 9월 5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압송악법 철회를 선언했지만 15일 시위는 유례없는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이 벌어졌다. 경찰은 노스 포인트에서 폭력을 행사한 폭력배들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시위대까지 연행해 물의를 빚었다.

    시위대는 오는 9월 28일 우산시위 5주년 기념일과 10월 1일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에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홍콩과 중국 당국이 오는 11월 홍콩 구의회 선거가 있기 때문에 10월 1일 이전에 사태 수습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국제 정세 상 중국군의 홍콩 투입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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