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환 전 민정수석 저서 <남들길>서 실명 비판…"다수 공직자들, 탄핵 정국 때 文캠프와 거래"
  • ▲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윤 기자
    ▲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윤 기자
    2017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로 청와대를 떠났다. 수장이 부재(不在)한 청와대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튿날인 12월 10일부터 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으로서 청와대를 지킨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변호사는 그야말로 “혼돈과 혹세무민”의 상황이었다고 회고한다. 

    조 전 수석은 당시 온갖 알력으로 얼룩진 정계 상황과 탄핵에 대한 평가 등을 기록한 저서 <남듬길>을 펴냈다. 그가 청와대를 떠난 직후인 2017년 5월 11일부터 13일간 서울 양재에서 청송 부남까지, 2018년 9월 26일부터 12일간 대구 황금동에서 다시 서울 양재까지 걸으며 깨달은 바를 글로 적어냈다. 첫 여정을 물러나 은거함을 뜻하는 ‘듬(處)’으로, 두 번째 여정을 나아감을 뜻하는 ‘남(進)’으로 표현해 책 이름을 <남듬길>로 지었다. ‘길(道)’은 책을 통해 “시공을 뛰어넘어 공직자 선후배가 교감하는 길이 되길 바란다”는 그의 뜻을 담았다. 

    조 전 수석은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책을 쓸 마음은 아니었고, 걷다 보니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영남의 길을 걸으며 옛 관료들의 정신을 되새겼다. 직업관료로서 법치주의를 섬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 관료들이 ‘옳은 것’을 되새겨 직업관료제가 재확립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걷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러주지 않아 서운… 하지만 의리 저버릴 수 없었다”

    사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완전한 ‘제 사람’은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곁에서 일을 돕고도 청와대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에야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부 사람’이 됐다.  

    그는 “대통령께서 취임하고 나서도 나를 안 불러주시더라. 처음에는 서운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다가 아무도 안 하려한 세월호 특조위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뜻처럼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정치권이 뒤숭숭할 때도 그는 자리를 지켰다. 조 전 수석은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탄핵이 임박한 마당에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시했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고사했지만 ‘누군가의 일을 봐주면 3년상까지 치러줘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박 전 대통령과 의리로 만 5개월 간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고 회고했다. 

    “공직자들, 정권 갈아타기 급급”… 실명 거론하며 비판

    그는 당시 정권 교체가 확실한 상황에서 공직자들의 모습에서 큰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문재인 캠프 눈밖에 날까봐 조바심 내면서 이미 그쪽과 거래하는 공직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 사람 얘기는 꼭 해야겠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정종섭 자유한국당(대구 동구갑) 의원이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금배지를 달았고,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조 전 수석과는 경북고 1년 선후배(조 전 수석이 선배) 사이다. 조 전 수석은 “정 의원은 서울대 헌법교수로 자기 스스로도 ‘헌법 최고 권위자’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재 판결과 관련해 헌법에 대해 물어보니까 혹시 불이익이 돌아올까 싶었던지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더라”라며 “박 정부 때 의원 배지 달고, 장관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의리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의 양심으로서 (판결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는 “정권은 교체에 따라 이해관계, 지향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나라의 정체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게 공무원제의 이유”라며 “탄핵 정국에서 이게 완전히 깨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탄핵 후이자 정권 교체 전부터 문재인 캠프의 압력 행사가 빈번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사학연금공단 상임감사 자리에 대한 임명 문제가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공석이어서 부랴부랴 공모절차를 진행해 한 인사가 선정이 됐는데 당시 관계부처가 민주당의 협박에 의해 임명을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만약 임명하면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잘라버리는 것은 물론, 직권남용으로 처벌하겠다’고 겁박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절차‧내용 모두 무시한 엉터리 판결”

    그는 또 이 책에서 “탄핵 선고는 모두 무효이며, 엉터리”라고도 주장한 데 대해서는 명확한 절차적 하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수석은 책에서 “대통령 파면은 후세가 침뱉을 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9급 공무원을 징계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한다. 그 후 징계를 하고, 당사자는 억울하면 소송을 할 수 있다”며 “그만큼 누군가의 신분에 제한을 가하는 행위는 가장 강력하게 절차적으로 보장을 하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 만큼은 예외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국회에서 특검 발의, 특별 청문회, 대통령 탄핵 소추를 동시 진행했는데, 해당 사안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된 후 탄핵소추를 논의했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러한 절차를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국회에서 헌재로 제출된 탄핵소추 의견서도 엉터리”라고 했다. 그는 “의견서가 잘못됐으면 헌재는 그대로 기각해야 맞다. 탄핵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는 국회가 입증해야 하고, 헌재는 제3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판정하면 그뿐”이라며 “하지만 헌재는 ‘이렇게 저렇게 고쳐서 다시 제출하라’고 코치까지 해주며 그에 따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 대상은 대통령의 직무수행 중의 일로, 인수위원회 일은 탄핵 대상이 안 된다. 그런데 국회가 엉터리로 문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인수위원회의 일까지 전부 함께 제출됐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정치? “절대 할 분 아니다”

    한편 그는 최근 화제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옥중정치를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옥중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볼 때는 유영하 변호사가 ‘자기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바깥 상황을 안다 하더라도 유 변호사가 ‘그냥 모른 척 하시죠’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수석은 청송 부남에서 태어나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현 법무법인 대오 변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