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기자 되기 싫다" 한겨레 성명 이어… MBC·KBS 내부서도 "부끄럽다" 자성 잇달아
  •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과 현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에 소홀한 국장단의 사퇴를 촉구한 한겨레 기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같은 기자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 방송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한겨레 기자 성명 보며 부끄러움·좌절감에 '몸서리'

    MBC노동조합(위원장 허무호·이하 MBC노조)는 지난 6일 '침묵하는 기자들, 추락하는 MBC'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조국 보도 참사'에 항의하는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을 MBC는 오늘 질식할 듯한 수치심으로 받아 들인다"며 "자사 보도가 부족했다고 자성하는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을 접하고 그 보도마저 부러워했던 MBC 구성원들은 부끄러움과 좌절감에 몸서리친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초기 모든 매체가 비리 의혹을 제기할 때 MBC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이를 홀로 외면해왔다"며 "그 뒤 각종 보도가 물결을 이루자 겨우 리포트 수를 채웠지만 내용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의혹은 빠뜨리고, 해명은 키우고, 조국 당시 후보자에게 불리한 증언자의 정치 성향 논란을 길게 보도했다"면서 "뒤늦게 취재에 뛰어든 KBS도 단독 보도를 하는데, MBC는 언감생심 남의 기사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9월 5일 KBS가 조국 후보자 측이 딸 총상장 직인을 받았다고 지목한 동양대 직원의 '그런 사실이 없다'는 인터뷰를 단독 보도하는 동안, MBC 뉴스데스크는 '총장 표창장 전결 가능…'과 '표창장 추천 교수 찾았다' 같은 리포트를 내보냈다"고 전했다.

    MBC노조는 "한겨레 기자들은 성명에서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듣는다고 분해 했는데 한겨레가 '민주당 기관지'라면 MBC는 더 한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며 "그런데도 MBC 내부에서는 반성하고 개선하자는 목소리조차 없다. MBC 보도국에서는 이른바 '보도국 임금'과 '내시'들이 자기들이 만든 뉴스를 보며 경탄을 하고, 그들 외에는 넓은 사무실에 냉소만이 흐른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권의 나팔수… 비판 받는 KBS와 한겨레 닮아"

    KBS 내부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나왔다. KBS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은 같은 날 배포한 '한겨레 기자들도 들고일어났다. KBS 기자들이여 깨어나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겨레신문은 결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을 보고, KBS의 참담한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정권의 홍보기관, 나팔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 KBS의 형편과 한겨레의 사정이 아주 많이 닮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공영노조는 "편파, 왜곡, 조작 방송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KBS가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침묵하는 KBS기자들이여, 더 이상 정권의 편에 서지 말고 이제 공정(公正)의 장(場)으로 나아오라. 사실(事實)에 기반을 둔 객관적인 보도를 하라. 오랫동안 좌편향 매체라고 불렸던 한겨레신문 기자들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공영방송 KBS기자들은 언제까지 권력의 품에 안주할 것인가"라고 촉구했다.

    "데스크가 '조국 내로남불 발언' 빼자 기자들 반발"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위원장 정상문)은 '조국 내로남불 발언 왜 삭제했나'라는 제목의 10일자 성명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당시 후보자를 비판하는 다큐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데스크가 과도한 검열로 조 후보자의 '내로남불 발언(발췌문)' 일부를 삭제해 취재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KBS노조는 "지난 3일 방영된 KBS1 '시사기획 창'은 조국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자녀 특혜 논란, 웅동학원 채무면탈, 사모펀드 투자 의혹들을 긴급 취재한 내용을 방송해 동시간대 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정작 방송이 끝난 후 올라오는 제작진 명단에서는 취재 기자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과도한 데스킹에 불만을 가진 취재 기자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KBS노조는 "당초 조국 후보자의 '내로남불 발언'은 12개였는데 7개가 데스크에 의해 삭제됐다"면서 "이제 제작진이 3개의 발췌문을 더 넣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데스크는 구성상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고 2개만 추가해 최종적으로 12개의 발췌문 중 7개만 올라가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데스크는 당초 프로그램 취지와는 달리 조국 후보자의 지지 집회와 지지자 인터뷰를 집어넣었다"고 KBS노조는 덧붙였다.

    KBS노조는 "'시사기획 창 – 태양광 복마전'에 대한 청와대 압력 의혹도 밝혀지기도 전에 데스크가 나서 취재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프로그램 취지를 훼손한 이번 사건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양승동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시사기획 창' 조국 관련 발췌문 삭제의 전말과 이유를 반드시 밝히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