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 자막으로 옮기며 '독재'→ 공산'으로 바꿔… 美 항의에 사과
  • ▲ 지난 7월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보훈처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의 공식행사 인사말을 마음대로 수정했다가 미군의 항의를 받았다고 조선일보가 5일 보도했다. 보훈처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보훈처는 지난 7월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낭독할 인사말의 한글 자막 가운데 북한에 관한 표현을 마음대로 바꿨다. 미군은 북한을 ‘독재(Tyranny) 세력’이라고 지칭했는데, 보훈처가 이를 ‘공산 세력’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사령관 의도 왜곡할 수 있으니 수정 말라” 미군 당부도 무시

    신문에 따르면, 미군 측은 보훈처에 한글 자막을 주면서 “사령관의 의도를 왜곡할 수 있으니 수정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보훈처는 그러나 미군의 말을 무시했다. 결국 미군 측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보훈처에 항의했고, 보훈처는 이틀 뒤 직접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다.

    신문에 따르면, 보훈처는 미군에게 “자막에서 북한을 독재라고 표현할 경우 참석자들이 ‘북한 독재세력’이 아니라 과거 ‘한국의 독재정권’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어서 고쳤다”고 해명했다. 보훈처는 “기념식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정부 기념식인 만큼 일반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군의 직역 등 오해를 줄 만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수정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DDP에서 열린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치권 인사, 참전국 주한 외교사절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