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변경된 공소장, 종전 주장과 달라"… 검찰에 김백준 증인신청도 요구
  •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미국 현지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가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받았다는 검찰 주장에 대한 사실조회를 위해 미국과의 국제사법 공조 방침을 밝혔다. 국가간 사법공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6개월가량 걸려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3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종전에 주장한 내용과는 취지가 많이 달라졌다"면서 "미국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통해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에 "다음 기일까지 국제공조를 위한 사실조회 사항을 정리해 오라"고 요구했다.

    재판부, 검찰·변호인단에 "국제공조 사항 정리해오라"

    앞서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에 다스 소송비를 청구한 인보이스 사본 38건을 이첩받았다"며 기존 뇌물 혐의에 인보이스 금액 430만 달러(약 51억원)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 인보이스는 실비로 청구된 것으로 "SEA가 에이킨검프에 법률비용을 12만5000달러씩 정액으로 지급했다"는 기존 검찰 주장과 상반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종전 공소장에서는 '에이킨검프가 SEA로부터 돈을 받아 법률비용으로 쓰고 남은 돈을 이 전 대통령이 돌려받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변경된 공소장에 따르면 에이킨검프는 SEA에 법률비용을 인보이스로 실비청구했다. 그렇다면 변경 전 공소장에 기재된 12만5000달러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중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2만5000달러씩 총 585만 달러(약 67억원)이면 상당한 금액인데, 이 금액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으로 쓰인 것인지, 쓰이지 않고 남아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 확인할 부분이 생겼다"며 "리테인(retain)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인지에 대한 석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기획관이 김석한 전 에이킨검프 변호사를 만난 후 2009년 10월 경 작성한 VIP 보고사항에는 에이킨검프가 수임한 다스 미국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이 연 40~100만 달러가 소요되며, 비용은 삼성전자 미국법인으로부터의 받는 '리테이너(Retainer)'로 월 12만5000달러를 조달한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검찰 변경 공소장, 종전 공소장과 다른 부분 있어"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찰의 석명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추가된 공소사실이 기존 공소사실과 부합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12만5000달러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이 김석한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자문료이며, 이를 김 전 기획관에게 언급한 것은 청와대로부터 별도의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미국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종전 12만5000 달러의 사용처를 규명하고, 검찰이 제출한 인보이스의 증거능력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증인신문 역시 필요하다며 검찰에 김백준에 대한 증인신청 하라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권익위 제출 인보이스를 근거로 삼성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그 사실을 누구로부터 보고를 받고 승인했는지 그 부분에 대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증인신문 없이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