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득 내정자는 군 출신" 靑에 반대… 4개 보훈단체들 "군 출신이라서 안 된다니"
  • ▲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 행사. ⓒ청와대
    ▲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 행사. ⓒ청와대
    김원봉 서훈을 추진했던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행보가 논란이다. 이 단체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 독립유공자·유족 오찬 행사에 앞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 임명을 반대하는 내용의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러자 4개 보훈단체는 14일 이에 반발해 '김원웅 광복회장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신부가 지난달 만든 '조선의열단 기념사업추진위'는 문건에서 "군사정권 시대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군 출신 인사를 임명한다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때와 같은 군 위주의 보훈정책시대로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제2의 항일 독립정신이 요구되는 때에 분위기를 거스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임명된 박삼득 내정자는 육사 36기로 육군 5사단장, 국방부 육군개혁실장, 국방대 총장 등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이다. 

    김 광복회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고, 함세웅 신부는 좌파성향 종교인이다. 이 단체는 의열단장 출신으로 북한 정권 수립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김일성 정권의 요직을 거친 김원봉에 대한 '서훈 대국민 서명운동'을 기획한 바 있다. 

    친일파 청산 앞장섰던 정운현 임명 주장

    추진위는 보훈처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인 박 내정자 대신 정운현 국무총리비서실장 임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07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대변인 겸 사무처장을 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요청에 대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오찬 건배사에서도 "지난 수십년 동안 민족의 이익을 지킬 도덕적 자격이 없는 친일 반민족세력이 권력을 잡고 일본과 불평등한 굴욕외교를 했다"며 "이젠 이렇게 잘못 길들여진 일본의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극일항쟁(克日抗爭)'이라는 문구가 담긴 붓글씨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취지에 반하는 행위다.

    4개 보훈단체 "보훈처장 호국 위주 정책은 당연"

    대한민국상이군경회·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등 4개 보훈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광복회의 논리가 개탄스럽다"며 "보훈처장이 호국 위주의 보훈정책을 펼쳐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나라를 지켜냈고 영원히 지켜야 할 호국 가치를 폄훼하는 처사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단체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 초청 오찬에서 박 내정자가 군 출신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며 "보훈은 6·25 전쟁에서 목숨 바쳐 싸운 호국영웅들을 위해 군 위주의 보훈정책을 펴오다 독립운동에 기여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 공로자의 업무로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가 군 출신 인사란 이유로 교체를 요구한 것은 보훈처 연혁을 보더라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4개 보훈단체는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족상잔의 6·25 전쟁 같은 비극이 재발되면 안 된다"며 "호국 가치를 제고함에 너와 나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 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보훈처장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호국 위주의 보훈정책 근간을 흔드는 광복회의 처사를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피우진 전 보훈처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로부터, 그리고 편향된 사회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국가보훈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다"면서도 "그 길에서 나라사랑 교육이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정치적 중립 문제를 지적한 적폐청산, 그리고 김원봉 서훈 관련된 정치적 논란 등 아직도 우리는 갈등의 길목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