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분열 가속화… 정동영-박지원 각각 'DJ 적자' 주장, 추모식도 따로 열어
  •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DB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DB
    민주평화당의 내분이 격화했다. 총선에 대비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비당권파와 '자강론'을 설파하는 당권파 간의 분열이다. 

    지난 25일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평화당 당권파 인사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하의도에서 'DJ 서거 10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박지원 의원 등 '대안정치연대'에 참여한 의원 10명은 이 행사를 보이콧했다. 이들은 오는 1일 워크숍을 갖고, 2일 따로 하의도를 찾아 추모식을 가질 계획이다. 독자행보의 노골화다.  

    정동영계인 서진희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에 의해 선출된 대표를 무법적으로 내려오라는 반칙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박지원 의원을 향해 "부디 DJ 영전에 부끄러운 반칙정치, 무법정치, 숙주정치 한다는 말 듣지 않기를 바란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비당권파 의원들은 정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안정치연대는 29일 정대철·권노갑·이훈평 등 평화당 원로 고문단을 초청해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DJ 정신’을 계승하는 '적자' 자리를 두고 당권파와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동교동계 지지 확보'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이에 맞서 정 대표는 "오는 5일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기획하고 이끌어낸 최상룡 전 주일대사를 초청해 21세기 신(新) 한일 파트너십 복원을 위한 대화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분당의 원조…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정동영

    'DJ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과 '원조 친노' 정동영 대표 간에는 과거 열린우리당 분당사태와 관련한 정치적 앙금이 남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에서 천정배·신기남 의원과 더불어 이른바 '천·신·정'의 정풍운동을 이끌었다. 당 최고위원이자 동교동계 좌장이던 권노갑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며 개혁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신당 창당론을 펼치며 민주당 분당 및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 됐다. 박지원 의원에 훨씬 앞서 ‘분당’의 선례를 보여준 셈이다. 박 의원이 참여정부 초기 '대북송금특검'으로 옥고를 치르는 동안 정 대표는 여당 의장과 통일부장관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16년 DJ 정신 계승을 계기로 국민의당에서 다시 의기투합해 갈등을 봉합하는 인연을 보였다. 하지만 과거 앙금을 완전히 해소했다기보다 '친노 패권주의'를 보인 문재인 대표 체제의 민주당과 결별한다는 정치적 명분이 더 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비당권파가 정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분열하는 모습을 꺼려 한다.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31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떻게 됐든 이대로는 (총선에서)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연대도 한 발자국 더 나간 것"이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됐든 분열로 자꾸 작아지는 그런 정치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안정치연대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호남계와 연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30일 '한국정치 재구성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대안정치 출범을 기념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옛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바른미래당 호남계 박주선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하고, 같은 당 주승용 국회 부의장도 서면으로 '제3지대 빅텐트론'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동영 "박지원, 뒤에서 들쑤시고 분열 선동"

    정 대표는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최고위를 보이콧 중인 대안정치연대를 향해 “비당권파의 당무 거부는 명백한 징계 사유”라고 경고하며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박 의원을 향해서는 "당의 단합을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뒤에서 들쑤시고 분열을 선동하는 그분의 행태는 당을 위해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최근 친여성향을 보이는 박 의원과 노선을 달리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31일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찬성한다는 우리 당 소속 의원(박지원)의 발언이 어제 당 대변인 논평으로 '당론과 다르다, 당론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대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한일 갈등을 국내 선거용으로 검토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행태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유감을 표시하고 민주당의 공식 사과, 양정철 원장의 해임을 요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평화당은 이르면 다음주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모두 참여하는 맥주회동을 열어 합의점 모색에 나선다. 이는 전날 당 고문단이 비당권파와 오찬 회동을 하면서 “정 대표를 포함해 다 함께 가는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