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국 '모친 1주기' 명분으로 방북허가 얻었는데… 국정원은 "통일부에 물어봐라"
  • ▲ 지난 6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최인국 씨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최인국 씨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86년 북한으로 간 뒤 조국통일평화위원장 등 고위직까지 지낸 최덕신 전 외무장관의 둘째아들이 월북했다. 정부는 지난 7일 북한 선전매체가 이 내용을 발표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 통일부는 “민간인이 자진월북할 경우 사실상 막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국가정보원은 “민간인 방북이나 북한 부분은 통일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우민끼' “최덕신·류미영의 차남 최인국, 월북”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6일 “류미영 전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의 아들 최인국이 공화국(북한)에 영구거주하기 위해 오늘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이날 평양 도착 소감에서 “우리 가문이 대대로 안겨 사는 품, 고마운 조국을 따르는 길이 곧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언을 지켜드리는 길이며, 그것이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이기에 늦게나마 공화국에 영주할 결심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어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조국통일 위업 실현에 여생을 다 바치려 한다”고 말했다.

    최인국, 2001년 이후 12차례 방북…文정부 최초 방북승인 받아

    정부는 북한 선전매체가 자랑하기 전까지 최씨의 월북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7일 통일부 설명에 따르면, 최씨는 2001년 이후 최근까지 12번 방북했다. 그는 2017년 11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방북을 허락받은 민간인이다. 명분은 모친의 1주기 기일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사실 최씨는 북한 정권이 선전에 쓰기 좋은 사람이다. 최씨의 부친 최덕신 전 외무장관은 6·25전쟁에도 참전한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박정희 정부에서 군단장으로 예편한 뒤 외무장관, 서독주재대사 등을 지냈으나 박 대통령에 반대해 1976년 8월 부인 류미영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 이후 북한과 접촉해 1986년 4월 월북했다.

    북한은 최 전 장관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면서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했다. 최 전 장관은 조선천도교청우당 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맡았다. 1989년 11월 그가 숨진 뒤에는 부인 류미영 씨가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류씨는 2000년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때 북한 측 단장으로 서울에 오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북측이 최씨가 방북할 때마다 월북을 권유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 ▲ 노동신문의 류미영 씨 부고기사. 오른쪽의 직위는 그의 남편 최덕신 전 외무장관이 죽은 뒤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동신문의 류미영 씨 부고기사. 오른쪽의 직위는 그의 남편 최덕신 전 외무장관이 죽은 뒤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일부 “사실상 못 막는다” 국정원 “통일부에 물어보라”

    통일부 관계자는 8일 “현재 관계기관 간 협조를 통해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최씨가 월북한 건은 사실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최씨처럼 월북하는 사람을 찾아내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중국을 거쳐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월북했다. 정부는 "한국 국민 모두를 감시하지 않는 이상 '중국에 여행간다'고 둘러댄 뒤 평양으로 가면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민간인이 공식적으로 방북하는 문제를 관장한다. 그렇다면 정보기관은 최씨와 같이 ‘특수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모니터링하지 않은 걸까. 국정원에 관련 내용을 몰랐느냐고 묻자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가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예전에도 그런 일(월북)을 우리가 다뤘나? 그게 어떻게 우리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민간인 방북 등에 대한 문의는 통일부에 물어보라”고 했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보도 이후 본지에 연락해 "공식입장이 나왔다"며 "통일부 발표 이외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통화 내용을 녹취했느냐"면서 "그건 우리와 관련 없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말한 내용은 '정보기관이 그런 일에 대해 확인해준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면서 "그건 보안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기관 대변인실에서 언론 취재에 응해 답한 말은 공식입장으로 통용된다. 국정원은 인천·김포·김해 등 주요 국제공항에 사무소를 두었다. 공식 임무는 테러 대응이지만 지난 정부까지는 국제범죄 용의자나 테러분자,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업무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