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포럼' 101회… 데이비드 필즈 부소장 “조미수호조약 활용해 우호 여론 이끌어”
  • ▲ 7월 2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제101회 이승만포럼에서 데이비드 필즈(36) 위스콘신대학교 아시아연구센터 부소장은 '이승만의 외교력과 한국의 독립'에 관한 강의를 했다. ⓒ 이종현 기자
    ▲ 7월 2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제101회 이승만포럼에서 데이비드 필즈(36) 위스콘신대학교 아시아연구센터 부소장은 '이승만의 외교력과 한국의 독립'에 관한 강의를 했다. ⓒ 이종현 기자
    “미국을 상대로 한 이승만의 적극적 외교압박이 없었더라면 자유민주주의 한국은 없었다.”

    데이비드 필즈(36) 위스콘신대학교 아시아연구센터 부소장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제101회 '이승만포럼'에서 “이승만이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한국의 독립에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형성해, 미국 정부가 직접 일본과 한국 관계에 개입하도록 압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필즈 부소장은 이승만이 미국 내 한국 독립에 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조미수호조약'과 '한국의 기독교화'를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은 1882년 조선과 미국이 맺은 조미수호조약 안의 '거중조정' 조항을 근거로, 일제가 1905년 한국을 침략하자 미국에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거중조정 조항은 조약을 맺은 나라 중 어느 한쪽이 제3국과 문제가 생겼을 경우 조약 상대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원만하게 사태를 처리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이를 거절했다.

    조미수호조약과 한국의 기독교화 활용… 美 여론 움직여

    필즈 부소장은 “루스벨트가 도움을 거절하자, 이승만은 5년간(1905~10) 미국 전역에서 200번 이상 강의를 통해 '미국이 한국과의 국제조약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현지인들에게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은 한국 독립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호적 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한국의 기독교화'를 강조했다고 필즈 부소장은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1907년 신앙부흥운동인 '평양대부흥운동' 이후 기독교 신자의 급격한 증가로 미국을 비롯한 기독교국가들의 이목을 끌었다”며 “이승만은 강의에서 ‘한국이 기독교국가가 되기 위해선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1905년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에 대해 대부분 찬성했던 미국 내 여론이 1919년 이후 '신생 기독교국가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승만은 1919년 '한국친우회(The League of Friends of Korea)'를 조직해 미국이 한국의 독립을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미국 전역에서 벌였다. 같은 해 한국에서 일어난 ‘3·1운동’은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승만의 이 같은 노력으로 1919년부터 1920년까지 미국 언론에는 '한국의 독립' '한국의 기독교화' 등을 주제로 8000여 개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과 소련 비밀 합의 폭로… 美 한국 독립 관여 결정적 계기

    필즈 부소장은 “이승만이 미국 내 여론 형성뿐 아니라 미국 정부가 직접 한국 독립에 관여하도록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승만이 뛰어난 외교력으로 미국 정부의 ‘한국 독립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1945년 당시 미국의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소비에트연방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이 비밀리에 만나 '한국을 소련에 넘기기로 협의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에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미국 상·하원과 기독교 지도자들이 미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독립에 관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필즈 부소장은 “이승만은 한국의 분단을 원하지 않았지만, 반쪽이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선택한 것”이라며 “한국의 독립 뒤에는 이승만의 적극적 미국 외교활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필즈 부소장이 이날 이승만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은 자신의 위스콘신대 역사학 박사학위 논문 중 일부다. 논문은 지난 5월 <외국 친구들: 이승만, 미국예외주의, 그리고 한국의 분단(Foreign Friends: Syngman Rhee, American Exceptionalism, and the Division of Korea)>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판됐다. 이 책은 2021년 한글로 번역돼 국내에도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