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미북회담 시사…대화 테이블로 김정은 다시 불러들여
  • ▲ 지난 29일 한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방명록을 적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지난 29일 한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방명록을 적는 모습.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 탁월한 비즈니스맨이었다. G20 정상회의가 끝나던 날 아침에 올린 트윗 하나로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을 판문점으로 불러냈다.

    트럼프 “보고 있나? 시진핑·푸틴”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간의 만남을 이뤄내기 전까지 “한반도 비핵화 대화는 이제 끝”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많았다. 김정은은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실패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비핵화와는 다른, 제 3의 길을 모색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시진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G20 직전, 방북한 시 중국 주석은 파격 행보를 보이며 김정은과의 우의를 과시했다. 푸틴 또한 김정은을 불러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면서 후원자처럼 굴었다. 마치 냉전 시절 북한-중국-러시아 동맹이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하나로 북-중, 북-러의 밀월 이미지에 균열을 냈다. 김정은은 중국, 러시아와 급속히 친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속내는 미국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다. 이 주장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만나자”는 트윗을 올리자 북한은 5시간 만에 냉큼 반응을 보였고, 김정은은 하루 만에 그를 만나러 판문점으로 왔다. 시진핑, 푸틴에게 다가가던 김정은을 사실상 ‘우클릭’시켰다는 해석까지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유일한 최강국 미국의 위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트럼프 각본·연출·주연, 김정은 조연 ‘판문점 대화’
  • ▲ 30일 오후 4시 무렵,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화를 갖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M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30일 오후 4시 무렵,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화를 갖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MBC 관련보도 화면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3시 45분경 판문점 회담장소 T2와 T3 사이에서 김정은과 만났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남북을 오고 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 자유의 집으로 김정은을 끌고 와 기자들 앞에 섰다. 몇 분 뒤 두 사람은 자유의 집 안에서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대단히 우호적인 제스처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에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기자들 앞에서 나눈 두 사람의 대화는 “다시 만나서 기쁘다”는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나 대북제재 완화 등과 같은 주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의 '포괄적 합의'를 언급했다. 그는 "포괄적 합의가 목표"라며 "폼페이오 주도로 2~3주간 실무팀 구성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란 전제를 붙였지만, 트럼프는 '2~3주간'이라는 구체적인 기간까지 언급했다. 3차 미북회담의 여운을 남긴 것이다. 김정은의 '이탈'은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2020년 재선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그가 가장 자랑하는 비핵화 협상이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김정은에게는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30일 판문점 평화의 집을 배경으로 일어난 '사건'은 이같은 주장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하나 제거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위협에 불안해하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

    오바마 정부를 비롯해 지난 정권들이라면 수십억 달러를 들여도 해결하기 어려웠을 일들을 트럼프 대통령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트윗 하나로 해결한 셈이다. 역시 타고난 장사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