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 “미북회담 김정은에 달려”… 아베 “무조건”…文 “트럼프 방한 전에 만나자”
  • 행사장 단상 아래를 내려다 보는 김정은. 지금은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행사장 단상 아래를 내려다 보는 김정은. 지금은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도 김정은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전후에도 “김정은이 국제무대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 5월부터 일본이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그의 주가는 더욱 오른 듯 보인다.

    볼튼 “3차 미북정상회담, 김정은 결심에 달렸다”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최한 행사에서 “3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김정은이 회담성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답했다. 볼튼 보좌관은 “그들(북한)이 준비됐을 때가 우리도 준비를 끝냈을 때”라며 “북한이 원하는 때 언제든지 회담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볼튼 보좌관은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고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가 어떤 것인지 그에게 설명해 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밝은 미래를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 뿐임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볼튼 보좌관은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들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튼 보좌관은 “다만 그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미국은 북한의 이런 활동 때문에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튼 보좌관의 설명은 김정은이 원하는 대북제재 해제, 그리고 경제적 지원의 열쇠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으로, 김정은의 결심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베 “조건 없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과 거리를 둬왔던 일본도 김정은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어 “일본과 북한 간의 상호 불신의 껍질을 깨기 위해서는 제가 김정은과 직접 만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日北정상회담의 주요 목적이 납북자 문제임을 인정했다. 그는 “과거 5명의 일본인 납북자가 귀국한 뒤로는 추가로 한 명도 귀국하지 못했다”면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부터 대처했던 정치인으로서 통한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과의 국교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정권들과는 달리 일본인 납북자 문제 선결을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삼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한 달이 지난 뒤에야 단호히 거절했다. 북한은 지난 6월 3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을 내세워 일본을 맹비난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5월 25일 시즈오카현에서 있었던 한 강연에서 “북한이 올바른 판단(비핵화 조치)을 하면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북한은 “아베가 마치 일본 정부의 대조선 협상 방침이 변경된 것처럼 광고하며 집요하게 평양 문을 두드려대지만, 고노(일본 외무장관)의 망발이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시 정책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우리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가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처럼 냉정하게 거절했지만 일본은 日北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발언 하나하나에 코멘트 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호불신의 껍질을 깨고, 김정은과 직접 마주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아베 총리의 결의”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방한 전에 김정은 위원장 만나고 싶다”

    미국, 일본과 입장은 다르지만 김정은만 바라보는 것은 한국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서울에 오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문정인 특보는 이날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9년 특별좌담’에 참석해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만약 6월 기회를 놓치면 (미북 비핵화 협상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특사도 중요하지만 시급성으로 봤을 때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최소한 일주일 전이라도 판문점에서 ‘원 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한미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당시 어느 부분에서 실망하고 분노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해야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 특보는 “특히 북한이 먼저 움직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고 하는데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는다면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김정은과 네 차례 만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해 4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8년 만의 러-북 정상회담이었다. 김정은은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식량 등의 원조를 받아내 조금이나마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틈새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