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등 정부 사용 드론의 56.4% 중국 DJI산… 방사청 "당분간 교체 계획 없다"
  • ▲ DJI의 드론 '팬텀 3'의 국내 발표 현장(사진과 기사 내용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DJI의 드론 '팬텀 3'의 국내 발표 현장(사진과 기사 내용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주요 기업들에 “권위주의적 외국 정권의 영향력 아래 있는 업체의 드론을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경고문을 보냈다는 CNN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20일(현지시간)이다. DHS는 이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CNN은 “북미지역에서 사용하는 드론의 80%는 중국 DJI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DJI사의 드론을 우리 국방부 등 13개 정부 부처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산하기관에서 사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 기업의 부품을 우리 육군에서 사용한다는 사실도 확인돼 정보보안이 우려된다. 방위사업청은 22일 본지에 "당분간 중국 DJI사의 드론 제품을 교체하거나 배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용자 개인 또는 조직 정보 유출 가능성" 

    CNN에 따르면, 미국 DHS는 “이 업체가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드론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 개인 또는 조직의 정보가 수집·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DHS는 경고문 말미에 “중국정부는 자국민에게 국가 첩보활동을 지원하라는 의무를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CNN은 "DJI 드론이 위치정보와 이미지·영상 등 사용자 정보를 중국당국에 몰래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017년 말 문재인 정부는 “2026년까지 드론산업을 규모 4조4000억원, 상용 드론 5만3000대 보급, 기술경쟁력 세계 5위에 오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드론산업을 키우겠다고 앞다퉈 밝혔다. 하지만 1년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정부는 국내 드론보다 DJI 드론을 주로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사용하는 드론 기종의 56.4%가 중국산 

    한국드론산업진흥회가 지난해 1월까지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77곳의 ‘공공용 무인항공기 수요 현황’을 조사한 데 따르면, 정부가 사용하는 드론 기종 78개 중 중국산이 44종(56.4%)으로 나타났다. 국산은 15종(19.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도 넘게 지난 최근까지도 중국산 드론 점유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의 드론은 현재 국토교통부·산림청·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해양경찰청·관세청·소방청·농촌진흥청·법무부 등 13개 부처에서 사용한다. 심지어 정보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육군마저 문제의 드론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관 가운데 드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이다. 공단이 보유한 75대의 드론 가운데 70대가 DJI 제품으로 밝혀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환경처는 “2014년부터 드론을 도입해 사용 중"이라며 "지난해 이전에는 필요한 성능과 제원을 갖춘 제품이 DJI 드론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단 직원들은 산과 섬을 돌면서 공원을 관리해야 한다. 공단 측은 "과거 국산 드론은 차량이 없으면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부피가 크고, 공원에서 계도방송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수 없었다"면서 "바닷바람이나 고지대, 연무 등의 험악한 환경을 견뎌내는 제품도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DJI 제품은 배낭에 넣을 수 있는데다 내구성이 좋고, 부가기능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하지만 지난해 후반부터 국내업체와 함께 공원 관리에 맞는 드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후에 도입한 국산제품 5대가 그것”이라고 답했다.
  • ▲ 지난해 8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DJI 드론으로 수목 상태를 살피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8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DJI 드론으로 수목 상태를 살피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단 측은 "중국산 제품을 사용할 때 상급기관인 환경부나 관련 부처의 지원 또는 지침은 없었다"면서 "올 초에야 국토교통부에서 드론 도입에 관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공단이 사용하는 중국 DJI사의 드론은 미 DHS가 "정보유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제품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경우 적잖은 곳이 군부대와 인접해 안보상 위험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관련 내용은 앞으로 드론을 운영하거나 도입할 때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드론산업 육성 ‘말잔치’ 후 '윗선'만 쳐다보는 ‘드론 관련 부처들’

    문재인 정부의 ‘드론산업 육성’에 앞장선 부처는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위사업청 등이다. 이들 부처의 ‘드론 담당 부서’에 “정부에서 드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지 1년5개월이 지났는데 공공기관조차 여전히 중국산, 특히 DJI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당장 대답할 사안이 아니라 부서회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나중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연락이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는 오후 4시부터 드론을 담당하는 원천기술과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되지 않았다. '부재중'이라는 자동응답 기계음만 들려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부 논의를 거쳤다"며 연락해 왔다. 산자부 기계로봇과는 “중국산 드론의 보안문제에 유념하라는 지침이 지난해 10월 내려왔다”면서 “미국에서 논란이 된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계로보봇과 관계자는 “사실 국내 드론산업 육성에서 중국산 드론이 큰 장애라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규제 샌드박스, 스타트업 기업 지원 등 과제가 너무 많다 보니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육군 "중국산 사용하지만 보안문제 해결해 문제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사용 드론을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지침 때문인지 방위사업청에는 드론 관련 부서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기술정책과와 드론사업팀 모두 “중국산 드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나 충분한 답변을 못 드릴 것 같다”며 “대변인실로 문의하라”고 돌렸다.

    지난해 9월 ‘드론봇전투단’을 창설한 육군은 올초부터 ‘드론특기병’을 양성해 배치한다. 지난 19일에는 육군정보학교에 ‘드론교육원’을 정식 개설했다. 이 교육원에서 사용하는 드론 가운데는 DJI 제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육군은 “어디 제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안문제를 해결해 사용 중”이라며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 ▲ 지난해 10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국제 서버 속의 '스파이 칩'. ⓒ뉴스위크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해 10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국제 서버 속의 '스파이 칩'. ⓒ뉴스위크 관련보도 화면캡쳐.
    육군본부 공보담당자는 “미군 등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DJI인가 하는 드론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중국으로 몰래 보낸다는 것 아니냐"면서 "그래서 GPS 신호 송수신장비나 통신장치 등을 모두 교체하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다 지워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 담당자는 “드론 부품 중에서 모터나 뼈대, 껍데기는 관련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드론 교육원에서는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현재 사용 중인 중국산 드론을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방위사업청은 알고 있을까. “현재 군에서 중국 DJI 드론 부품을 사용하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방위사업청 대변인실은 “육군이나 합참을 통해 소요 제기가 나오면 그때는 보안지침에 따라 DJI 제품을 배제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관련 장비를 퇴출시키거나 재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중국 DJI 제품 배제할 계획 없다"

    미국 DHS가 중국 DJI 드론 사용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은 최근이지만, 문제제기는 몇 년 전부터 있었다. 2016년 8월 미 육군은 장병들에게 "DJI 드론과 관련 앱을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드론을 날리면 자동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그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므로 보안위험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해 10월 미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프로그래머인 에드 듀마는 자신이 소유한 DJI의 S-1000 드론으로 정보유출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드론이 비행위치정보와 음성 데이터, 비행시간 등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송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7년 12월에는 <뉴욕타임스>가 폭로한 미 로스앤젤레스 관세사무소의 공문이 논란이 됐다. 이 공문은 그해 8월 작성된 것으로 “DJI가 미국 내 주요 사회기반시설과 법 집행기관 정보 등을 중국정부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DJI 드론이 꺼진 상태에서도 사용자의 휴대전화에 관련 앱만 깔려 있으면 접근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은 DJI 드론을 사용해 미국의 중요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DJI 측은 법무법인을 앞세워 즉각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DJI는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형사기관에서 합법적인 수사협조 요청이 있으면 상황에 따라 협조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드론 꺼진 상태에서도 사용자 정보 제공"

    “DJI가 비행 중 얻은 정보를 중국 서버로 보낸다”는 의혹은 국내에서도 제기됐다. "DJI 드론이 비행하면서 얻은 위치정보 등을 5000:1 지도 형태로 중국에 보낸다"는 주장이 일부 IT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순항미사일 유도용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DJI 드론은 사실상 국내 드론시장을 독점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한국시장에 더욱 애착을 보인다. DJI는 서울 홍익대 인근에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경기도 용인에는 1395㎡ 규모의 실내 드론 연습장인 ‘DJI 아레나’를 오픈했다. 

    주말과 휴일, 한강 둔치를 비롯해 전국 곳곳을 날아다니는 드론은 대부분 중국산인 DJI 제품이다. 한국의 주요 지형정보가 속속들이 중국 손으로 넘어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정보가 북한에 전달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