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당 "5명 사망 진실 규명하라" 천막농성 8일째… 서울시 "끝난 사안" 주장만 되풀이
  • ▲ 대한애국당은 3.10 애국열사 5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8일차(17일) 광화문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대한애국당은 3.10 애국열사 5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8일차(17일) 광화문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2017년 3월 10일, 서울 안국역 부근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헌법재판소는 그 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 선고를 내렸다. 선고를 전후로 열린 우파들의 대규모 집회에서, 5명이 숨졌다. 대낮, 세계 10대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집회 도중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한애국당의 광화문 천막 농성이 17일로 8일차를 맞이했다. 언론들은 애국당의 급작스런 텐트 설치와 서울시의 강제 철거 고지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애국당이 왜 철거 명령을 무릅쓰고 광화문 광장을 철야 농성으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외면당하고 있는 애국당의 주장은 바로 ‘3.10 희생자 진상 규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날, 안국동 태극기 집회 도중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시민 5명의 사인과, 그들 죽음의 책임 소재를 가리자"는 것이다. 애국당은 5명의 희생자를 ‘애국열사 5인’으로 명명하고 있다. 

    “본질은 ‘불법 텐트’ 아닌, 시민 5명의 2년 전 죽음”

    애국당 측은 "2017년 3월 10일 사태 진상 규명이 이번 광화문 광장 대치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합법적 경로를 통해, 2년에 걸쳐, ‘5인의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이번 천막 농성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2018년 11월 국정감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탄핵 시위 현장 경찰 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 

    조원진 대표는 16일 유튜브 ‘이봉규TV’에서 “대한민국 집회 사상 가장 많은 분이 돌아가셨는데 2년 간 묻혀 있었다. 작년 국감에서 경찰‧소방당국에 자료를 요청했는데도 묻혔다. 언론 보도조차 제대로 안 됐다”며 “자유대한민국에서 백주대낮에 5명이 사망했는데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총책임자는 박원순 시장"이라고 지목했다. 조 대표는 "당시 탄핵 이후 (좌파 정권이) 장악한 분위기 속에서 박 시장이 (사건을) 덮어버렸다”며 “이번 기회로 진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 검찰의 발표와 애국당의 주장에 근거해, 2017년 3월 10일의 상황을 복원해보자. 

    5명 중 4명 심정지… ‘원인 불명’에도 규명 시도 없어

    애국당에 따르면,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도중 5명이 사망했다. 5명 중 1명은 당시 경찰버스 위에서 떨어진 스피커에 맞아 우측두개골이 함몰돼 즉사했다. 시위대가 경찰 버스를 탈취하는 과정에서 버스가 흔들렸고, 그 위에 설치된 스피커가 공교롭게도 시위대 머리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이에 대한 책임이 당시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의 과격한 시위 주도에 있다고 판단, 지난해 8월 정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나머지 4명의 사인은 '심정지'라고만 알려졌을 뿐, 이들이 심장이 왜 갑자기 정지하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된 바 없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호흡곤란 등을 일으켜 CPR을 실시했고, 강북삼성병원‧서울대병원‧서울백병원 등으로 황급히 이송됐다. 하지만 추후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키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은 없었는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까지 막연하게 '심정지'로만 알려진 4명 중, 김모씨(50대)‧다른 김모씨(60대)‧이모씨(70대) 등 3명의 사망은 확인됐다. 그러나 나머지 1명은 사망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애국당 관계자는 “나머지 1명이 당일 큰 부상을 당해 당일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 당은 신원미상 희생자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이한 대처... 응급신고 30분 뒤에야 환자 접촉”

    애국당은 "당시 운집한 군중이 4만~6만 명에 달했다"면서 "거대 인파가 시위를 벌였는데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소방인력과 구급차량 배치가 미미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소방인력과 구급차량은 대부분 좌파단체들이 탄핵 찬성 시위를 벌였던 광화문과 경복궁역에 집중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애국당은 “당일 응급신고는 12시9분에 이뤄졌는데, 서대문소방서 미근119안전센터는 12시38분에야 환자와 접촉할 수 있었고 12시47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면서 “서울시의 안이한 대처로 애국 국민 4명이 응급조치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숨졌다”고 했다. 소방인력 관리의 총 책임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즉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이와 관련 애국당은 “박 시장은 현장 상황에 대해 총 3번의 문자메시지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사망‧부상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대응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국당 관계자는 “경찰도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서울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서울시는 애국당의 광화문 ‘농성’ 자체를 ‘불법 농성’이라 규정,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의 본질인 ‘3.10 희생자 진상 규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사망사건 모른다… 우리가 왜 진상규명하나” 

    17일, 서울시 측에 2년 전 발생한 ‘5인의 사망’과 최근 제기된 애국당의 주장에 대해 물었다. 서울시 측은 2년 전 사건에 대한 진상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대한애국당 천막 농성의 주관 부서인 광화문광장추진단과 대변인실 측에 ‘진상 파악’ 여부와 관련해 수차례 질문을 했지만 “천막 농성은 불법”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국당이 주장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허가 없이 천막 농성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민원 전화가 많이 들어온다. 행정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만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그는 “사망과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 "경찰 수사로 밝혀진 내용이 심정지 아니냐. 문제가 있었으면 2년 전에 내부 감사를 통해 밝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끝난 사안을 가지고 (애국당이) 정쟁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도 했다. 그에게 "2년 전 사태에 대해 내부 감사가 진행된 것은 맞느냐"고 묻자 그는 “당시 내부 감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현재 대한애국당 측 주장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서울시에 진상 규명을 하라는 게 말이 되냐”라면서 “당시 사법당국(경찰)과 얘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에게 “애국당은 소방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관련 서울시장에게 총책임을 묻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소방인력 관리 총책임은 서울시가 (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