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의 의회 쿠데타" 규정...애국가 부르며 "결사항전" 외쳐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의안과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입구복도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의안과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입구복도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두 의원의 사·보임까지 강행하며 선거제 개편, 공수처 설치를 시도하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법안'이 의안번호를 부여받았다. 철야농성을 벌이며 몸으로 법안 제출을 막아섰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26일 "이 모든 과정은 의회 쿠테타"라고 강력 반발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의총을 준비중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70여 명과 보좌관·당협위원장 등 100여 명은 국회 본청에서 "저질정치 그만하라. 막장 사보임 규탄한다. 멀쩡한 검찰·경찰 놔두고 공수처가 웬말이냐. 대통령 딸이나 즉각 수사하라" 구호를 외치며 긴급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도 구호를 외친 뒤 뭐라도 부를 노래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우리는 애국가를 부르자. 우리가 애국가를 부르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선창을 했다. 이에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도 애국가를 합창했다. 

  • ▲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26일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 본청 의안과 앞을 봉쇄하고 있는 모습. 박대출, 김진태, 강효상 의원 등의 얼굴이 보인다.ⓒ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26일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 본청 의안과 앞을 봉쇄하고 있는 모습. 박대출, 김진태, 강효상 의원 등의 얼굴이 보인다.ⓒ정상윤 기자
    국회서 밤 새운 한국당, 복도에 모여 앉아 "결사항전"

    한국당은 전날 밤 9시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는 여야 4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사개특위 회의는 밤 사이 두 번이 열렸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10분 전에야 통보받거나 아예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지도부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농성과 봉쇄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당 사개특위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회의 일시 등은 각 당 간사와 협의하도록 국회법 49조 2항에 명시돼 있다. 밤 9시경 '10분 전에 하겠다'고 통보했던 게 무산되자 새벽 2시40분경에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 몇 명이 모여서 개의한 걸로 안다. 이건 말 그대로 무법천지"라고 규탄했다.

    장제원 한국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는 "선거제가 뭔가. 국민들 민심을 올곧이 받드는 심판 기능이다. 이런 선거제는 반드시 여야가 합의해서 하게 돼있다. 내용에 반대한다고, 그것도 2명이나 사·보임을 했다. 국회의원이 장기판의 졸인가. 이래놓고 사람이 먼저라고 하느냐"고 집권여당에 반문했다.

    장 의원은 이번 패스트트랙에 협의한 야 3당을 '민주당 2중대'라고 규정한 뒤 "심상정 정의당 위원장은 그토록 소수정당을 대변한다던 분이, 항상 거대정당이 숫자로 밀어붙일 때 폭거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슈퍼 갑이 돼서 수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사람이 처지가 달라지니 이렇다"고 지적했다.


  • ▲ 나경원 원내대표. ⓒ정상윤 기자
    ▲ 나경원 원내대표. ⓒ정상윤 기자
    "군사독재도 울고 갈 의회 쿠테타"

    앞서 25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소속 자당 의원 2명을 사·보임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까지 교체한 것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은 패스트트랙 찬성파인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물갈이됐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것이 '국회법 48조 6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해당 법조항에 따르면,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다만 질병 등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보임할 수 있다. 

    한국당의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법안 찬성하는 사람만 투표하느냐"고 반문하며 "이것이 의회 쿠테타"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군사독재도 울고 갈 전체주의 본색"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을 계속 지켰으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전자 시스템으로 법안을 제출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 역시 긴급의총을 열고 당 지도부 퇴진 요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의안번호가 부여된 법안을 철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고발...한국당 "불법에 대한 정당한 저항권"

    한국당의 '육탄방어'에 더불어민주당은 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오후 3시 '국회 회의장 불법점거' 등의 혐의로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관 1명, 비서관 1명을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향후 채증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 지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문희상 의장의 결재 등 과정마다 불법"이라며 "우리는 정당한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 의원들도 5명 넘게 부상을 당했다. 우리도 채증을 하겠다"고 맞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다. 그는 "모든 일의 배후는 청와대다. 그 목적은 단순 선거법 개정이 아니라 정권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 역시 "민주당이 목표로 삼은 자정이 지나고 동틀 무렵까지 강행처리에만 매달린 것은 청와대의 뜻에 따른 것이어서 물러설 곳이 없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출발부터 불법으로 얼룩진 부당한 회의에 맨몸으로 저항하는 야당에게 자신들의 사법부 장악을 자랑이라도 하듯 '징역 5년'을 운운하는 모습은 반대 목소리는 일단 잡아들이고 보는 과거 군부독재와 판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