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지도자 만난 뒤 자기가 리더 행세할 것…"숨긴 핵 공개, 제재 완화 요구할 듯"
  • ▲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5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경제지원’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추측에 다수 언론이 동의한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의견을 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푸틴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이라며 “다음 차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4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아산 플래넘 2019’에 참석해 “이번 러·북 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 중국 정상을 여러 차례 만난 데 이어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면 다음 차례는 아마도 아베 일본 총리가 될 것”이라며 “동아시아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나면 최종적으로 자신이 이 지역의 지도자라고 (내부적으로) 선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올 하반기 목표는 ‘흔들림 없는 지도자’의 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하반기부터는 숨겨진 핵시설을 공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부분적 해제를 제안하는 ‘새로운 딜’을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북한이 하반기부터는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 관심을 표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베, 납북자 문제 내세위 일·북 회담 추진할 듯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다음 차례가 아베 일본 총리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최근 일본정부가 내놓은 ‘2019 외교청서’를 보면, 아베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앞세워 일·북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게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
  • ▲ 김정은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 김정은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정부는 ‘2019 외교청서’에서 한국과 협력관계가 중요하다는 대목이 빠지고, 징용 피해자를 ‘반도 출신 근로자’로 표시했다. 또 “한일관계가 한국정부 때문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에 대한 강경한 표현은 사라졌다. “북한 핵·미사일은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압박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한국은 물론 일본 언론조차 “아베 정부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고려해 북한에 대한 강경한 표현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식량원조와 함께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계속 남아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가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로서는 북한 근로자를 내보내면 그렇게 인건비가 저렴하면서도 시베리아의 추위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다른 곳에서 데려올 수 없고, 북한으로서는 한푼의 외화도 아쉬운 상황이라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