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항소심]변호인 "거래 가능성 의심"… 검찰 "자수서 공개" 맞불… 이상주 증인 불출석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검찰은 17일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플리바게닝 가능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들이 작성한 자수서(自首書·자수하는 내용을 적은 서면)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자수서에 ‘사실대로 얘기할 테니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은 죄를 자백할 테니 선처해 달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플리바게닝 증거로 해석된다면 공개문서에 자수서를 내놓겠느냐"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성우와 권승호는 SNS에 다스 경리여직원의 120억원 횡령에 대해 자신들이 관여돼 있다는 보도를 보고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해서 변호사하고 상담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그런 상담을 받고 자수서를 제출하라고 할 변호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받기도 전에 '유죄 인정할 테니 선처해 달라' 지시?"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 제출한 자수서에는 "있는 그대로 진술을 하고자 하니 선처해 달라"는 동일한 내용이 적혀 있다. 두 사람은 자수서를 제출할 때까지 검찰과 접촉한 적은 없으며,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작성한 자수서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결국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의 변호사가 이들에게 검찰 조사를 받기도 전에 유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할 테니 선처해 달라는 자수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플리바게닝'을 변호인 측이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은 김성우와 권승호가 검찰과 사전접촉해서 본인들의 죄를 선처받는 대가로 피고인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자수서를 내세웠다"며 "변호인의 주장대로 플리바게닝의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공개된 문서에 이를 버젓이 기재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의 법정진술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도 이어졌다. 이들의 수백억원대 축재 과정이 공방의 핵심이다. 두 사람은 다스 실소유 및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김성우와 권승호가 개인적으로 다스 비자금을 착복하고도 피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란 취지로 신문을 했다"며 "그러나 원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231억원의 경우 계좌추적을 통해 김재정·이영배에게 전달됐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자금이 다시 김성우와 권승호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따라서 김성우 등의 축재여부는 피고인의 비자금 횡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변호인의 주장은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김성우·권승호 재산 공동 명의… 횡령 이득 공동관리한 것 아닌가"

    이에 변호인은 "권승호는 40억~5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진술했고, 김성우는 형사기록상으로 볼 때 거의 100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특히 변호인이 유의해서 보는 것은 경주 미래건물 빌딩이나 제주 등 수많은 필지의 땅들이 김성우·권승호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 상사와 부하직원이 모든 재산을 취득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재산을 공동 명의로 취득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런 경우는 대개 횡령 행위로 인한 이득을 공동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을 때 벌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김재정에게 간 돈을 김성우·권승호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김성우·권승호·김재정이 다스의 자금을 횡령해 김재정 몫이 있고 김성우 몫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자신들의 죄를 면하기 위해서 김재정하고만 공모한 것을 이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술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폐문부재(閉門不在) 송달 불능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4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