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 사실과 달라… 공권력 남용, 인권침해” 판단
  • ▲ 19일 서울경찰청 김상교ⓒ신세인 기자
    ▲ 19일 서울경찰청 김상교ⓒ신세인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버닝썬’ 폭행피해 신고자 김상교(29) 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보여준 행태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김씨에게 '미란다 원칙' 고지와 의료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19일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며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김씨가 클럽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인 시간을 과장해 기록하는 등 의도적으로 상황을 부풀린 사실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란다원칙은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권위는 신고 당시 처리표와 현행범인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폐쇄회로 영상, 경찰의 보디캠 영상 등을 확인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김씨가 클럽 앞에서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은 약 2분 정도였다.
     
    인권위는 “경찰은 당시 체포상황을 상당부분 사실과 달리 문서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김씨가 한 차례 욕설하고, 약 20초간 항의하자 김씨를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3분 만에 체포했다”며 “경찰의 재량을 인정하더라도 당시 체포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고 현행범인체포서를 작성했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김씨와 클럽 직원 간 실랑이를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며 “신속한 현장조치와 2차 사고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초동조치가 부적절했다”고 봤다. 또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 김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지 않아 미란다원칙이라는 적법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는 가운데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적절한 의료조치 없이 지구대에 김씨를 2시간30분가량 대기시켰다”며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범 체포 시 그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해 범죄수사 규칙을 개정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일이 없도록 관행을 개선할 것을 경찰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지난해 11월24일 김씨가 폭행당하고 112에 신고했는데 현행범으로 몰려 체포되고,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해 다쳤음에도 의료조치가 없었다며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오전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김씨는 “진실 규명을 정확히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지금 사태가 커져서 국민이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알게 됐다. 다음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