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연설에 與의원들 흥분… “박근혜 귀태·그X 등 원조 막말 해놓고” 비난 쏟아져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본회의 직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본회의 직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강도 높은 대통령 비판 연설을 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 역시 과거 '막말' 파문으로 거듭 파문을 일으킨 바 있어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지도부와 의원들의 성토 끝에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결론을 냈다. 13일 국회 의안과에 징계안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나 원내대표가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며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인 만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저지에 나서면서 20여 분간 연설이 파행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나 원내대표 발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다.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나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인영 "2차대전 나치보다 심각" 운운

    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 의원은 "문 대통령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수석대변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2차대전 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학대했던 나치보다 심하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에 대한 불복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 반란"이라며 "우리 검토할 수 있는 최고수준에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윤리위 제소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을 향한 날선 비난은 민주당이 원조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13년 7월 ‘귀태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의 구절을 인용해 “만주국의 귀태(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주장해 여당의 반발을 샀다. 당시 홍 대변인은 해당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그의 막말은 6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7일 '소수정당' '영향력 없는 정당'이라고 비하한 홍 대변인이 △국회법 25조(품위유지 의무) △국회의원윤리강령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윤리위에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

    민주, 야당 땐 "막말 의원 재갈, 독재적 발상"

    또 양승조 전 민주당 의원(현 충남도지사)은 2013년 12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새누리당은 국회 윤리위에 양 의원 제명안을 제출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정의 동반자인 야당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정치를 보여 달라”며 반발했다. 우상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의원의 유일한 무기인 입과 말을 막는 것은 야당 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이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19대 대선 직전에는 당시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그년’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정당 공천과 관련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적어 여권의 비판을 받았다. 이 의원은 “그년은 그녀의 줄임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2015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동에서 이 의원을 만난 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자, 이 의원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황교안 "누가 누구한테… 與 부당 조치엔 단호 대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2일 청년 사무처당직자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연설하는데 중간에 달려들어 고함치고 얘기도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니다"라며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오히려 이런 부분에 관해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에 대해 "그런 죄가 있나"라며 "있지도 않은 죄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만약 (윤리위원회 제소와 같은) 그런 부당한 조치가 있으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대로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는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1차 미북정상회담 후에도 핵물질을 그대로 생산했고, 지금은 해체했다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재가동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보증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지극히 타당한 나경원 대표 발언의 어떤 점이, 어떤 부분이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말인가"라면서 "오늘 본회의장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내년 '공천용 청와대 눈도장 찍기 충성경쟁대회'를 벌이는 듯 막말과 고성으로 제1야당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이유 없이 방해했다. 이분들이 정작 윤리위에 회부되어야 할 당사자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