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마카오 집으로 돌아갔을 수도…‘천리마 민방위’와 김한솔 연관성 없어 보여
  • 지난 2월 13일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지 2년이 흘렀다. 범행에 가담한 2명의 동남아 여인은 아직 재판 중이다. 범행을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공작원들은 사건 직후 모두 북한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김정남 암살 며칠 후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이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그 후 많은 언론들이 그를 추적 했으나, 암살사건 직후 거처인 마카오를 떠나 대만에 잠시 들른 것만 확인됐을 뿐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이후 ‘천리마민방위’가 탈북자 구출 같은 새로운 소식을 홈페이지에 올릴 때마다 국내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실체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면 실제로 김한솔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김정남 일가가 살던 마카오의 아파트는 작년 여름부터 경찰 경비가 갑자기 강화됐다. 이 아파트는 민간인 전용 고급 아파트여서, 우범지대 수준의 경비 수요가 거의 없는 구역이다. 이에 김한솔이 마카오로 귀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아파트에 대해서는 작년 5월 스페인의 아시아 전문잡지에 상세히 보도된 바 있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중인 스페인어 강사가 암살사건 이후 아파트의 근황을 소개하며 “우체통에서 편지를 한 다발을 꺼낸 두 건장한 남자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 엽서가 얼핏 보였는데, 북한 인공기가 그려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기사는 얼마 후 삭제됐다.

    현재 국내 및 일본 언론이 그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내 언론은 거의 ‘천리마민방위’의 활동 추적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본 쪽은 다소 적극적이다. 한국 언론 내에서는 현재 북한 정권과 교류가 사실상 끊긴 것으로 보이는 김한솔의 정보 가치가 거의 없다는 시각이 있다.
  • ▲ 김정남이 포르투갈 식당 주인에게 선물한 북한돈 5000원 권. ⓒ허동혁
    ▲ 김정남이 포르투갈 식당 주인에게 선물한 북한돈 5000원 권. ⓒ허동혁
    일본 언론, 지금도 정기적으로 ‘김한솔 루트’ 확인

    일본의 경우, 이웃나라이자 일본에 현실적인 위협을 주고 있는 폐쇄국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조카인 김한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정남이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가 추방된 전례도 일본인들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2017년 2월 김정남 암살사건 직후 “마카오에 사는 김한솔이 아버지의 시신확인 차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마카오-쿠알라룸푸르를 매일 한 차례 운항하는 에어 아시아 출발시간에 맞춰 마카오 공항에는 한동안 이를 확인하려는 20여 명의 일본기자들이 매일 몰려들었다. 반면, 한국기자들은 처음 1주일 간 5명이 공항에 상주했다. 일본 언론의 홍콩 및 광저우 주재 특파원들은 그 후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마카오를 방문하며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필자는 2년 전 김정남 일가가 자주 나타난 마카오의 한 동네에서 그의 행적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동네에 있던 많은 포르투갈 식당의 필리핀 종업원들이 김정남을 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들의 증언이 재미있었다. 종업원들 모두가 “돈 많은 한국인인줄 알았으며, 가끔 기분이 좋으면 우리들을 데리고 카지노에 같이 가서 슬롯머신을 하는 일이 있었다. 카지노에서 돈을 땄다며 우리에게 나눠준 일도 있다”고 답했다.

    반면 포르투갈 식당 주인들은 다른 증언을 했다. 한 유명 포르투갈 셰프 오너는 “그가 북한인인줄 알고 있었으며, 포르투갈 요리를 대단히 좋아했다. 한번은 잡지사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식당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간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며칠 전 필자는 그 마을을 다시 방문해서 몇몇 포르투갈 식당을 돌아보며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종업원과 오너는 예전과 같이 각각 다른 대답을 했다. 어떤 오너는 김정남이 남긴 선물이라며 빳빳한 북한지폐 5000원 권을 필자에게 보여줬다. 이로 보아 유럽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남은 포르투갈 식당 주인들과는 비교적 허물없이 교류하며 지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한솔과 그의 여동생 김솔희는 포르투갈어 권 국가의 보이·걸 스카웃 단체인 ‘루소포노’ (Lusófono) 활동을 한 바 있어, 김정남 일가는 포르투갈 문화와 친숙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김한솔의 현재 근황은 모르고 있었다. 단 한 명의 종업원이 “암살사건 직전에는 몇 번 식당에 왔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 ▲ 김한솔이 마카오와 베이징을 드나든다는 내용을 알려온 소식통의 지난해 10월 전언. ⓒ허동혁.
    ▲ 김한솔이 마카오와 베이징을 드나든다는 내용을 알려온 소식통의 지난해 10월 전언. ⓒ허동혁.
    김한솔 내세웠던 ‘천리마 민방위’ 정체 여전히 불명

    한편 김한솔과의 연관성을 내세우는 ‘천리마민방위’의 정체는 무엇인가? 해당 홈페이지를 보면, 암살사건 직후 방영된 김한솔 생존 동영상을 제외하고는 김한솔과 관련된 소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정말로 이 단체가 김한솔과 연관이 있는 단체인지 의문도 든다.

    필자는 최근 ‘천리마 민방위’와 한동안 교신했다는 한 인사와 연락했다. 이 인사는 ‘천리마 민방위’와의 교신내용 일부를 보여주며 “이들의 정체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에 의하면 ‘천리마 민방위’에 올라온 김한솔 유튜브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지만, 그 후 그와의 교신에서 “돈이 없으면 연락하지 말라”며 막무가내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들과의 교신은 영어로 이뤄졌는데, 문장의 수준과 내용으로 봐서 한국이나 비영어권에서 교육받은 20대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어떤 영어문장은 한국어를 번역한 흔적이 있어, 이는 모든 교육과정을 북한이 아닌 외국에서 이수해, 영어가 사실상 모국어인 김한솔이 직접 교신한 것은 아니라고 그는 추정했다.

    그는 이어 “금전 요구를 거절했더니 바로 연락이 끊겼다. 그의 비트코인 계좌를 그 후 추적했더니 얼마 후 갑자기 거액이 오간 기록이 나타났고, 오래지 않아 그들의 근황을 비교적 자세히 담은 한 외신뉴스가 보도됐다. 이 외신이 ‘천리마 민방위’ 요구대로 비트코인을 송금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천리마 민방위’ 게시글 중 “다음의 경력을 가진 분을 특히 찾는다: 군인, 응급구조, 경찰, 소방, 간호, 의료, 통역”의 내용을 들며 “이는 테러단체를 결성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다. 유튜브에서 성숙된 모습을 보인 김한솔 본인의 상상인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북한 문제에 밝은 한 소식통은 작년 “김한솔이 마카오로 돌아왔으며, 베이징과 유럽을 드나들고 있다”고 전한 적이 있다. 이 소식통은 작년 말 “김한솔이 김정은 신년사 직후 유튜브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적도 있는데, 실제로는 1월 3일 “모든 것이 변화되는 올해 입니다”로 시작되는 짤막한 글만 게재됐다.

    ‘천리마 민방위’는 어제 “이번 주에 중대한 발표가 있다”, “우리와 약속을 지키는 분은 걱정 마십시오”라는 내용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