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빼고 야3당과 공조… '선거제' 주고 '사법개혁' 얻어… '김경수 구하기' 효과도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선거제 개혁’과 관련,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임시국회까지만 해도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민주당의 기조가 돌변한 것이다. 여야5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도 ‘보이콧’을 외쳐 선거제 개혁 표류에 영향을 끼쳤던 민주당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급작스런’ 선거제 개혁 드라이브에 숨은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정도 상대방의 의사는 확인이 됐고, 그걸 갖고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법안 처리가 어려워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거의 한계점에 온 것 같다”며 “패스트트랙을 통해 하려 해도 (법안의 정상적 처리는)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불가피하다면 야3당과 우리 당이 공조해 사법 개혁을 비롯해 유치원3법, 노동관련법 등을 공조해 처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뜻과 달리 현재로서는 선거제 개혁이 이대로 표류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관측이다. 

    3월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 마련돼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안을 토대로 국회는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해 21대 총선에서 선거제 개혁안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오는 3월15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토대로 4월15일까지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이에 선거구획정위는 국회 정개특위(정치개혁특위)에 지난 15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거구획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이 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는 선거구획정위가 요청한 15일까지 기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당장 한국당을 제외한 여당과 야3당 사이에도 ‘국회의원 정수 확대 여부’ 등 세부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원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3당은 “의원정수 확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선거제 개혁이 무의미하다”며 의원 정수를 최소 33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여당과 야3당이 ‘선거제 개혁’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세부 내용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패스트트랙'에 신중한 바른미래

    게다가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에 동참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현행 국회법상 상임위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정개특위 재적의원 18명은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야3당 4명으로 구성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당과 야3당이 합의하면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능한 구도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19일 여당과 야3당 간 조찬회동 후 패스트트랙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패스트트랙은 ‘최후 수단’일 뿐 기본적으로 안건은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당 패싱’ 구도가 형성되면 국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여당과 야3당 사이 ‘단일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1일 의총 뒤 브리핑을 통해 “(비공개 의총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입장 등 민주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고, 또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내년 본회의 표결시 민주당 표결을 실제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한국당을 뺀) 4당 안을 만든다고 할 때 민주당이 어떤 안을 제시할지 등이 핵심”이라며 “최종적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참할지 여부는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긴밀히 의논한 다음 조만간 의총을 다시 열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제 개혁' 진정성 의심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이 돌연 ‘선거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두고 ‘공수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야3당과도 합의안을 마련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카드부터 꺼내든 데는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제 개혁안이 법정시한 내 이뤄질 수 없을 거라 본다”며 “이 시점에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거론하며 선거제 개혁을 내세우는 것은 야3당과 공조를 부각해 한국당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관망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을 내주는 대신 ‘사법 개혁’을 취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을 제기했다. ‘사법 개혁’은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 의 일환으로 줄곧 추진한 사안이다. 다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구속 후 비판 수위를 높이며 일각에서는 ‘사법 개혁’이 ‘사법부 압박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다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법 개혁이 ‘김경수 구하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사법개혁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크다. 이 상황에 (민주당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야3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결국 ‘선거제 개혁’과 ‘사법 개혁’을 맞바꾸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19일 선거제 개혁과 함께 사법 개혁, 상법 개정안 등 개혁법안을 연계해 패스스트랙으로 처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그 방안을)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요구했고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가야 한다면, 야3당과 우리가 공동으로 해서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동의했다”며 “여러 개혁특위에서 이뤄지는 논의들에 대해 민주당과 야3당은 대체로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