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군 일부 오키나와에서 규슈로 이전 움직임… 남해안과 100킬로미터 '즉각 지원' 가능
  • ▲ 2011년 2월 걸프전 20주년 기념행사를 여는 미군과 쿠웨이트군. 미군 병력은 걸프전 이후 급감했다. ⓒ미 국방부 공개사진.
    ▲ 2011년 2월 걸프전 20주년 기념행사를 여는 미군과 쿠웨이트군. 미군 병력은 걸프전 이후 급감했다. ⓒ미 국방부 공개사진.
    한국 사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2018년 말부터 나오는 소문은 꽤 구체적이다. 현재 주둔 중인 2만8500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순환 배치되는 전투여단(육군 제1기갑사단 제3기갑전투여단)이 오는 7월 귀국한 뒤에는 새로운 지상 전력이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주장에다 미 의회에서 2018년 통과시킨 ‘2019 국방수권법’ 내용(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 수를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이지 못한다는 조항), 한국 정치권의 행동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언론 보도 등과 맞물리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클린턴-부시-오바마 정부 당시 미군 병력 추이

    냉전 시절 미군 병력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1200만 명에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었지만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기구, 중공과 북한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는 됐다. 1980년대 후반 미군 전체 병력은 21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걸프전쟁까지 끝난 뒤에는 병력 감축이 시작됐다. 애초 미군 감축 계획은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990년에 세운 것이었다. 그러나 걸프전으로 실행이 미뤄졌다. 결국 1992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빌 클린턴이 미군 군축의 스타트를 끊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병력을 40% 가까이 줄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병력이 줄어든 건 육군이었다. 1990년 육군 73만2000명, 해군 57만9000명, 공군 53만5000명, 해병대 19만6000명이던 병력 수는 2000년 육군 48만2000명, 해군 37만3000명, 공군 35만5000명, 해병대 17만3000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한 조지 W.부시 대통령 또한 자신의 집권 기간 동안 병력을 줄이려 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 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육군과 해병대 병력이 늘었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8년 동안 육군은 48만1000명에서 55만3000명으로, 해병대는 17만3000명에서 20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해군은 37만8000명에서 32만9000명, 공군은 35만3000명에서 33만3000명으로 줄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지친 미국인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뽑았다. 오바마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과 핵무기 없는 세상 등을 표방하며 병력을 줄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집권에 성공한 뒤 재정적자 문제를 앞세워 대규모 전력 감축을 추진했다. 이때 나온 단어가 바로 ‘시퀘스터(재정부족에 따른 예산 자동 삭감)’다. 당시 미군은 병력감축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신무기 개발 계획도 취소했다. 그동안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었던 전장에서도 철수했다. 오바마 정부는 막판에는 유럽과 한반도, 일본에서도 병력과 장비를 줄여보려 했다. 오바마 정부 1기때 통계만 봐도 병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 수 있다. 육군은 56만6000명에서 51만6000명으로, 해군은 32만8000명에서 31만9000명으로, 공군은 33만4000명에서 32만6000명으로, 해병대는 20만2000명에서 19만2000명으로 줄었다. 이후에는 병력이 더욱 줄었다.
  • ▲ 경기 평택시 개리슨 험프리에 있는 미 육군 항공여단 소속 AH-64 아파치 헬기. 과거 주한미군에는 항공여단이 2개 배치돼 있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 평택시 개리슨 험프리에 있는 미 육군 항공여단 소속 AH-64 아파치 헬기. 과거 주한미군에는 항공여단이 2개 배치돼 있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추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중단됐다. 2017년 7월 트럼프 정부는 당초 미 육군 병력 감축 계획을 수정해 3만8000명을 증원했다. 트럼프 정부가 병력 감축을 막은 결과 현재 미군 총 병력은 135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육군은 47만1000명, 해군 32만6000명, 공군 32만3000명, 해병대 18만4000명 선이다. 

    ‘아버지 부시’ 때부터 오바마 때까지의 주한미군 철수계획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냉전이 끝난 뒤 국방예산을 대폭 줄이고자 했다. 이 가운데 하나로 만든 계획이 ‘동아시아 전략구상’이다. 부시 정부가 1990년 4월 의회에 제출한 이 계획에 따르면, 주한미군을 큰 폭으로 감축한다고 돼 있다. 1992년까지 1단계로 7000명을 줄이고, 1995년까지 2단계로 6500명, 1996년부터는 3단계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모두 철수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1990년 11월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는 1992년 말까지 7000명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2단계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1993년부터 북한의 핵위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북폭 직전까지 갔던 1994년, 북한과 극적인 합의를 한 끝에 미국은 동아시아 병력감축 계획을 대폭 수정한다. 북한 핵위협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다시 불거진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계획은 북한 때문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한 비용 부족, 전력 소모 때문이었다. 2000년 11월 부시 정부는 미군을 더욱 감축하기 위해 해외주둔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세웠다. GPR은 9.11테러 때문에 시행이 늦춰졌지만 한국과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전국 곳곳에 산재돼 있던 주한미군 기지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일대로 통합이전하기로 결정했고, 2006년 1월 한미 양국은 “한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을 존중하고, 미국은 한국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에 합의했다.

    2009년 1월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전략을 사용하는 한편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기존에는 대서양 중심이던 미국의 안보 정책을 아시아 태평양으로 돌렸다(Pivot Asia).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의 임기를 지내는 동안 주한미군의 변동은 없는 듯 보였으나 보다 근본적인 곳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부시 정부 때의 GPR은 그대로 시행하면서, 정부 재정적자 감축을 목표로 군부대-주로 육군과 해병대-를 통폐합한 것이다. 그 결과 미 육군에서 실질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단위인 전투여단이 45개에서 31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 와중에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당초 주한 미 육군 제2사단에 배속돼 있던 제1전투여단이 해체되고, 그 자리에 다른 전투여단이 번갈아가면서 배치된 것이다. 주한미군 항공여단도, 지상화력지원용 강습부대도 그렇게 번갈아가면서 한반도에 오고 있다. 이런 미군의 변화는 “한반도 유사시 미 지상군 69만 명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 ▲ 주일 미해병대와 함께 주둔 중인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 함. ⓒ위키피디아 공개사진-미해병대.
    ▲ 주일 미해병대와 함께 주둔 중인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 함. ⓒ위키피디아 공개사진-미해병대.
    한반도서 주한미군 지상전력 빠지면, 그 뒤에는?

    2017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미국’을 표방하며 국방비를 증액하고 부대도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은 늘릴 수 있지만 ‘정예부대’는 단기간에 육성할 수가 없다. 따라서 미국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적대세력이 어디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여기에 맞춰 전략을 바꾼 뒤 기존의 부대들을 GPR에 따라 재배치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전환한 것이나 유사시 언제든지 전투여단으로 변환할 수 있는 ‘안보지원여단’을 계속 창설하는 것 등이 이런 개념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 방어에도 차등을 두려고 한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가 아닌가”를 동맹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사실 과거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기준으로 삼았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아무튼 이런 기준에 따라 미국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 병력을 증강하고 ‘이지스 어쇼어’까지 배치했다. 일본에게는 F-35의 정비면허뿐만 아니라 F-22를 제작한 록히드 마틴과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동개발을 허용했다.

    대만에게는 새로운 무기 판매를 허용하는 동시에 대만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자유의 항행’ 작전 범위에 대만 해협까지 넣었다. 이스라엘에게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선물을 줬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미국은 한국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는 병행돼야 한다”는 경고를 지난해부터 거듭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김정은 서울 답방, 남북군사합의 이행,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가동, 서해공동평화수역 조성 등을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서울 광화문 주한 미 대사관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양키 고 홈”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곳에 계속 주둔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주한미군에 순환배치 되는 병력 규모 또한 2019 국방수권법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여서 오는 7월 제1기갑사단 제3기갑전투여단이 귀국하고 이를 대체할 전투여단이 오지 않는다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주한미군에서 지상전력이 빠지면, 그 공백은 누가 메울까. 단순히 생각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 주일미군 해병대가 그 역할을 맡을 것이다. 4만여 명의 주일미군 가운데 해병대는 제3해병원정군(MEF) 소속 병력 1만3000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2200명 규모의 제31해병원정대(MEU)는 즉각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미 해병대 병력의 한반도 파병은 한국 정부가 계속 반대해 왔다.

    최근 미국은 주일미군 일부를 괌과 호주에 배치하고, 나머지 전력을 오키나와, 혼슈 일대에서 규슈와 홋카이도로 옮기는 추세다. 규슈는 한반도 남해안과 10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 주일미군 전력이 모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튼 주한미군에서 지상전력이 빠진다면 그 후 한국군을 즉각 지원해줄 수 있는 건 주일미군 해병대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