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공연음란죄 봐주기 수사 의혹 檢 향해 "죄는 없어지는 것 아냐" 지적
  • ▲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바리맨' 성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지인의 아들을 선처해 달라고 현직 판사에게 청탁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죄 기소유예 판결에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 시절 "유례 없는 검찰 고위직 추문에 대해 검찰이 나서서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3개월 동안 사건 처리를 미루더니 결국 경찰청의 기소의견을 무시한 채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2014년 여름, 대한민국에선 비슷한 성범죄 두 건이 일어났다. 8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2시간가량 바지를 벗고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다 근처를 지나던 여고생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돼 공연음란행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음달에는 서 의원 지인의 아들 이모 씨가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추행하려다 피해자가 우산을 휘두르며 저항해 미수에 그친 혐의(강제추행미수)로 기소됐다. 앞선 사건과는 한 피해자를 특정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차이가 있다.

    서 의원은 당시 검찰이 김 전 지검장을 기소유예 처분하자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다. 서 의원은 "공연음란 혐의 사건의 기소 비율은 72%인 반면 김수창 전 지검장은 15%에 속하는 경미한 처분을 받았다"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계속되면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검사들의 의욕을 꺾는 일부 검찰의 추문과 비리가 재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김 전 검사장의 경우 변호사 개업이 가능해졌다. 죄는 잊혀질 수 있지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영교가 비난한 "솜방망이 처벌", 5년 만에 '부메랑'으로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서 의원이 비난했던 '바바리맨' 사건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야당에선 지인 아들 재판에 청탁을 넣고도 처벌을 면한 서 의원을 향해 "검찰의 솜방망이 수사가 의심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16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 의원은 사건 발생 8개월 뒤인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모 부장판사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김 부장판사에게 형사재판을 받는 이씨를 선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서 의원 지인의 아들로 지난 총선 때 서 의원 캠프 연락사무소장으로 일했다. 서 의원은 "강제추행미수는 인정되지 않는 것 아니냐. 21일 선고 예정인데 벌금형으로 해달라"며 죄명과 양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해당 내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이메일로 알렸다. 임 전 처장은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보고 받은 내용을 전화로 전달했고, 문 전 법원장은 즉시 담당 법관인 박모 판사에게 연락해 "변론재개 및 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에게 지시해 박 판사가 속한 재정합의부 재판장에게도 청탁 내용을 재차 전달했다. 이 재판장은 심의관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박 판사는 이씨 측의 변론재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이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결국 서 의원의 요구가 실현된 것이다. 범행 정도가 약하고, 강제추행 전력이 없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2012년 공연음란죄로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고, 운전 중 피해자를 발견하고 계획적으로 범행한 만큼 징역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 그동안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서면조사만 받았다. 청탁 정황은 분명하지만 적용 가능한 법 규정이 없어 처벌은 면하리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의 솜방망이 수사가 의심되는 대목"이라며 "이는 일반 국민의 법상식과 눈높이에 반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이 제 식구 감싸기용 '사법 길들이기'라는 증거 하나가 더 추가됐다"고 규탄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서 의원을 국회윤리위원회 제소하고 출당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검찰을 향해서도 "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해 철저히 조사하고, 일반 국민이 납득 가능한 수준의 엄정한 법적 단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