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오디컴퍼니
    ▲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오디컴퍼니
    브로드웨이 진출을 앞둔 '타이타닉'부터 뮤지컬과 K팝을 결합한 팝시컬(POPSICAL) '그리스'까지 최근 오디컴퍼니의 행보를 보자면 가히 '도전'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이 변화를 진두지휘하는 선봉장에는 "또 사고쳤어요"라고 하는 신춘수(51) 오디컴퍼니 대표가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싶다.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제가 만든 작품을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처럼 전 세계 관객들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 뮤지컬·K-POP 결합 '팝시컬' 도전

    오는 4월 30일부터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될 팝시컬 '그리스'는 1950~60년대 방황하는 미국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강지환, 김무열, 엄기준, 이선균, 조정석, 주원 등을 배출해내며 '스타 등용문'으로 통하는 작품이다.

    신춘수 대표는 극중 두 주인공 '대니'와 '샌디'를 주축으로 팀이 형성된 것에 착안, 각각 남녀 유닛 '티버드'(5명), '핑크레이디'(5명)를 구성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시킨다. 지난해 7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은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연습을 진행하며 음반 발매를 준비 중이다.

    그는 "오페라를 대중적으로 만든 게 뮤지컬이라면, '팝시컬'은 뮤지컬을 대중과 더욱 가깝게 발전시킨 것이다. 뮤지컬이 대중화 됐다고 하지만 공연을 보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뮤지컬 음악을 일반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팝시컬을 통해 뮤지컬 장르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 티버드와 핑크레이디 단체사진.ⓒ오디엔터테인먼트
    ▲ 티버드와 핑크레이디 단체사진.ⓒ오디엔터테인먼트
    먼저 보이그룹 티버드는 오는 2월 첫 번째 싱글 앨범을 공개하고 가수 활동에 들어가며, 걸그룹 핑크레이디는 3월에 데뷔 음반을 발표한다. 이들은 추후 뮤지컬 '그리스' 무대에도 오르는 등 멀티엔터테이너로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바로 가능성이다. 기본적인 노래와 춤, 연기 등 실력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으냐 하는 잠재력이었다. 그에 부합한 멤버를 찾기 위해 수차례 오디션을 진행했다."

    신 대표는 팝시컬 제작을 위해 2018년 초 새로운 법인 오디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오디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음반 및 매니지먼트, 영화, 드라마, 전시사업 등을 펼칠 계획이다. 오래 전부터 디즈니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신 대표의 꿈이 안전한 항구에서 벗어나 항해를 시작한 셈이다.

    이에 비스트·포미닛·비투비 등 정상급 K-POP 아이돌을 탄생시킨 노현태 전 큐브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을 음반사업본부 대표로 영입했다. 정지원 KCMI 대표가 대표이사에, MBC 드라마국 국장과 SBS 플러스 대표이사를 지낸 박종 본부장이 드라마사업본부 대표를 맡는다.

    신 대표는 "팝시컬은 오래 전부터 구상했지만 실행이 쉽지 않았다. 오디컴퍼니는 뮤지컬 제작사지, 음반 회사는 아니다. 뮤지컬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키우고 음반을 만든다고 하면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 전문적인 회사를 세워 그릇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팝시컬은 아이돌을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근간은 뮤지컬 배우다. 배우들에게 어떤 색깔을 입히느냐가 중요한데, K팝과 뮤지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대박은 아니어도 서로 다른 장르의 상호작용을 통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티버드와 핑크레이디 단체사진.ⓒ오디엔터테인먼트
    ◇ 브로드웨이 세 번째 출사표 '타이타닉'

    신춘수 대표는 '공연계의 돈키호테'라고 불린다. 2001년 오픈 더 도어(Open the Door)'라는 뜻의 오디(OD)컴퍼니를 설립한 이후 꿈을 향해 저돌적으로 전진해 왔다. 

    2014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소리 들리면 소리쳐)'와 2015년 '닥터 지바고'의 리드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리며 브로드웨이 무대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두 작품 조기 폐막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의 브로드웨이 꿈은 멈추지 않고 '타이타닉'을 통해 세 번째 출사표를 던진다.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권을 확보하고 현재 미국에 '타이타닉'을 위한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한 신 대표는 지난달 배우 캐스팅을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 그는 "정말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다. 관객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현지 유명 배우들이 오디션에 많이 참여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작곡가 모리 예스톤과 작가 피터스톤이 의기투합한 뮤지컬 '타이타닉'은 1997년 공연한 첫 해 토니어워즈에서 5개 부문,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1개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17년 11월 10일부터 2018년 2월 11일까지 초연했다.

    "브로드웨이는 한국의 리미티드 런과 달리 오픈런 시장이다. 최근 좋은 조건을 제시한 극장이 있었지만 오픈런이 보장되지 않아 고심 끝에 거절했다. 2019년 가을이나 늦어도 2020년에는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세계 어디든지 진출할 수 있다."

    신 대표는 두 번의 실패 경험을 곱씹으며 그 원인을 꼼꼼히 분석하고 책임을 통감하기도 했다. "미국 힙합 전설 故 투팍 샤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할러 이프 야 히어 미'는 음악이 훌륭했지만 대본이 약했다. 당시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닥터지바고'는 한 마디로 얘기하면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았다."
  •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조승우) 공연 사진.ⓒ오디컴퍼니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조승우) 공연 사진.ⓒ오디컴퍼니
    ◇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끊임없이 진화

    오디컴퍼니의 성장 밑거름이 돼준 대표 흥행작은 단연 '지킬앤하이드'다. 류정한, 조승우, 서범석, 민영기, 김우형, 홍광호, 김준현, 윤영석, 양준모, 박은태, 조성윤 총 11명의 배우가 '지킬/하이드'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오는 3월부터는 민우혁과 전동석이 그 계보를 이어간다.

    '지킬앤하이드'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준 작품이지만 2004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첫 공연을 올리기 전까만 해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공동 제작자가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예술의전당 대관이 취소되는 등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습 과정을 지켜보면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조승우가 '지금 이 순간'과 '대결'을 부를 때 관객 반응이 대단했다.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었다. 2018~2019년 시즌 출연을 제안했을 때 관객에게 더 보여주겠다며 어려운 선택을 해준 조승우에게 고맙다."

    2019년 오디컴퍼니의 라인업 중 '스위니토드'(10월 2일~2020년 1월 19일, 샤롯데씨어터)가 삼연으로 돌아온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때 건실한 이발사였던 벤자민 바커가 15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7년 초연에 이어 2016년에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에릭 셰퍼의 연출로 선보였다. 셰퍼는 손드하임과 오랜 시간 작업을 함께 해온 연출가다. 그는 설립자 겸 예술감독으로 있는 시그니처 시어터(Signature Theater)에서 오디컴퍼니가 개발 중인 '스핀(Spin)' 워크숍 공연에 참여한 인연으로 신 대표의 제안을 수락했다.

    "올해 신작은 없지만 '그리스', '스위니토드' 등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그리스'는 진부한 느낌을 정리하고 세련된 편곡으로 지금의 감각과 맞아 떨어지는 음악을 들려주려고 한다. '스위니토드'는 정말 잘 만들어서 작품적으로 한국에 자리를 잡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