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인구 감소로…‘특정기능평가시험’ 합격하면 5년 간 취업·체류 자격
  • ▲ 지난 8일 자정 무렵 日참의원 법무위원회 의결 현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일 자정 무렵 日참의원 법무위원회 의결 현장.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베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부보다는 해외에서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자정 무렵 日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는 몸싸움, 같은 날 오전 4시에는 참의원 본 회의에서 격론이 오갔다. 외국인 노동자에 문호를 개방한다는 출입국 관리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야당은 해당 법안의 통과에 반대했지만 압도적인 수의 여당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아베 정부가 추진한 출입국 관리법의 핵심은 향후 5년 동안 34만 50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고 인정한 5개 산업 분야에 기능 인력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산업은 건설, 농업, 간호(간병), 숙박, 조선업 등이다. 여기서 다시 기계 제조업, 자동차 정비, 항공기 산업, 요식업과 숙박업, 건설 숙련인력 등으로 세분화돼 인력을 받게 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해당 분야에서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가칭 ‘특정기능평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지원한 분야의 기능 테스트와 일본어 실력이 시험에 포함된다. 과거에 비해 대폭 완화된 부분은 바로 일본어 실력이다. 일본 정부는 언어 실력을 N1부터 N5까지 다섯 단계로 분류하는데 합격 기준은 N4로 낮아졌다고 한다. N4 수준이란 300시간 정도 공부하면 도달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이라고 한다. 시험에 합격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최장 5년 동안 일본에서 일할 자격이 주어진다. 건설과 농업 분야에서는 N4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일본도 사실상 이민 국가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일본어로도 작성돼 일본 야후에도 게재됐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이민국가’ 운운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초고령화 사회로 인한 일손 부족, 지방 지자체의 인구 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더 큰 때문으로 풀이됐다.

    산케이-FNN 조사 “외국인 대거 유입 찬반 44 대 44”

    日산케이 신문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FNN과 함께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출입국 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응답자의 22.4%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고, 71.3%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유입에 대해서는 지난 조사보다 반대 수치가 찬성보다 약간 높아졌다고 한다. 찬성은 44.8%, 반대는 43.8%였다.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43.7%로 0.5% 하락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일본 국민들이 이처럼 외국인 유입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한국과는 크게 다른 외국인 대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17년 말 기준 256만 명이다. 같은 시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18만 명이다. 일본 전체 인구는 1억 2680만 명, 한국은 5147만 명이다. 즉 인구 비율로 보면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한국의 절반도 채 안 된다.

  • ▲ 지난 10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의 96%가 한국 인재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의 96%가 한국 인재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국의 가장 큰 차이는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다. 일본 사회는 외국인들에게 특혜를 주지 않고 “일본 사회에 융화될 것”을 강요한다.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은 대접을 못 받는다. 영어로 떠든다고 해서 떠받들지도 않는다. 일본어가 안 되면 취업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다보니 불법체류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공공질서를 위반하거나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할지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반면 일본인들이 ‘인정할 만한 외국인’에게는 문호가 열려 있다. 日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대학 교육, 교육, 예술, 종교, 언론, 투자 및 경영, 법률 및 회계, 의료, 연구개발, 기술, 기능, 인문지식 및 국제 업무, 다국적 기업의 전근,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비자(査證)를 받은 사람은 일본에서도 취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 가운데 영주권자와 그 가족, 일본인과 결혼을 했었거나 일본계 외국인들을 일컫는 ‘정주자’ 등은 제한 없이 취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 문호 개방, 한국 청년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여

    아베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2016년 하반기부터 ‘고급인재 유치전략’을 펼쳤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일본 돈으로 700만 엔(한화 약 7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해외 유명대학 출신이고, 고급기술까지 갖고 있는 사람 등 소위 ‘고급인재’로 인정받을 정도의 사람이 일본에 오면 1년 이상 지낼 경우 영주권을 주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자신들과 싸우거나 사회질서와 문화를 교란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교감을 가질 수 있는 외국인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 만났던 일본 대기업 경영자와 유명학자, 정치인들은 “일본의 복지제도나 정부지원책에 기생하며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보다는 일본의 전후 세대만큼 열심히 일하고 배우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와서 우리 일손을 거들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런 외국인으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을 지목했다. 어쩌면 아베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문호 개방은 숨 쉴 곳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남성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