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기소' 땐 "유치원 비리"… '경제 악화' 땐 "외교 현안만 질문해라"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청와대

    악재를 대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처세가 여론의 눈총을 사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련 현안'을 거론하는 게 아니라, '다른 현안'으로 화제를 바꾸려는 시도를 줄곧 선보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물타기 발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순방 과정 때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각종 경제지표 악화 소식이 보도를 탔다. 

    文 집권 후 각종 경제지표 악화… 최광 "경제는 운명 직전"

    실제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이하 전월 대비) 하락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다. 7개월 연속 하락세는 14년만에 처음인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저소득층(하위 20%)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반면 지난 3분기 고소득층(상위 20%) 소득은 1년 전보다 8.8%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빈부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문민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최광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는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경제 실패와 대안' 세미나에서 "한국 경제는 지금 여러 암으로 운명 직전 상태"라면서 "한국이 그토록 자랑했던 '한강의 기적'은 '한강의 눈물'로 채워질 것"이라고 현 경제의 흐름을 진단했다.

    경제 엉망인데… 文 "국내 문제는 질문 말라"

    각종 경제지표 악화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선지 문재인 대통령은 G20 순방 중 국내 문제가 아닌 외교 현안을 끄집어 내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최근 미북간 대화 과정에서 제기된 한미간 불협화음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간 불협화음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렇게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가 생각할 땐 근거 없는 추측성의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외교계 일각에서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미국이 우리나라를 불신한다'는 풍문이 돌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에게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받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다"며 "외교에 관해서는 무슨 문제든지 질문을 해주면 제가 답하겠다"고 전제조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野 "악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게 '공정사회의 일환'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물타기 발언에 대해 야권은 질타를 가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시급한 국내 문제와 관련된 기자들 질문 자체를 막고 답하지 않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윤용호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현안을 끄집어내 화제를 바꾸려고 한다"며 "이전 송인배 정무비서관에 대해 검찰이 기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유치원 비리'를 거론하지 않았나. 악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게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의 일환'인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송인배 비서관 기소 위기에 "유치원 비리에 국민들 분노" 언급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물타기 발언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검찰이 지난달 19일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된 송인배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을 '기소'로 가닥을 잡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 다음날 청와대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해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에 대한 국민 분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9일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된 송인배 비서관을 기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송인배 비서관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조만간 기소와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정평이 난 송인배 비서관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던 고 강금원 회장의 시그너스컨트리클럽으로부터 매달 340만원씩 총 2억8000만원을 받아 정치활동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