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세 지원 → '졸업 2년 지난' 19~34세로… 용처 묻지 않는 현금 '묻지마' 논란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서울시가 취업준비생들에게 지급하는 '청년수당' 지원 대상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청년수당 자체가 안고 있던 '포퓰리즘' 문제 자체에 더불어 그 수혜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서울시가 미취업자 양산에 크게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의 지원 대상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19~34세 취업 준비생'으로 수정하고 이를 내년 3월부터 적용한다고 13일 밝혔다. 청년수당이 처음 도입된 건 2016년이다. 기존에 서울시는 '19~29세 취업 준비생'들에게 6개월간 매달 50만원씩을 지급해왔다. 서울시 내년도 청년수당 예산은 150억원, 지급 대상자는 5000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졸업 2년'까지 6개월간 50만원

    서울시가 갑자기 수당 지원 범위를 확장한 이유는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만들어 지급하기로 했다. 청년수당과 마찬가지로 취업준비생들에게 6개월간 50만원씩을 지급한다. 2019억원 규모로 약 10만명이 수혜 대상이다.

    서울시가 내년도 청년수당 지원 대상을 두고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구직자로 규정한 이유는,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지급 대상이 '졸업한 지 2년 이내'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수혜 대상과 겹치지 않게, 졸업 후 공백이 길어진 청년들에 대해서도 사회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정된 기간 동안 지급되는 현물 외에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은 청년수당이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로 꼽혀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가진 청년수당이 중앙 정부에서마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6년 청년수당 정책 출범 후 당시 보건복지부는 '대상자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며 정책에 제동을 걸며 서울시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1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번 시행된 복지정책은 다시 철회하기가 힘들다.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해당 정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현 정부에서는 중앙 및 지방정부 모두 폭주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김영훈 실장은 "서울시 내 복지예산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장 임기가 한정된 상황에서 차후 지속적인 행정 및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청년수당은 전혀 그러한 제반 요소들이 고려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주의식 배급제? 정책의 한계

    청년수당은 그동안 '로또'에 줄곧 비유됐다. 수혜기간 6개월 만료 후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사실상 '취업준비 기간을 연장하는 임시방편책 밖에 되지 않는다'는 눈총을 받아왔다. 아울러 인기영합주의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원된 돈의 용처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어디에 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청년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던 이유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안정적 취업 지원'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라는 입장이지만, 6개월간의 한시적 금전지원이 청년실업난 해소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또한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수당과 중복수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는 중복 수혜가 안된다고 못박고 있지만 일정 유예기간을 지나면 사실상 수혜가 가능하다.

    김영훈 실장은 "청년수당 시행 후 아직까지 해당 정책이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도움이 됐다는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며 "정책이 가진 장단점을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고 무작정 지원 범위를 늘리는 것은 국민 세금을 남발하는 꼴"이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일자리"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진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수당이라는 현물이 아니라 일자리"라며 "서울시 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진짜 일자리를 나눠줄 생각은 하지않고 공짜 돈만 잠깐 준다고 해결이 되느냐"라고 질타했다.

    한편, 서울시는 '청년 일자리' 논란과 관련해 내년 1월 말까지 시 산하 전 공공기관을 상대로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1차 전수조사는 14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며, 해당 기간 동안 비위 가능성이 드러난 기관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및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함께 추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