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이자 2~3% 대인데, 회장에게 수백억 빌려 3.8% 지급… 금융권 "이해 못할 방식"
  • ▲ 한독모터스 서초 전시장 이미지. ⓒ한독모터스
    ▲ 한독모터스 서초 전시장 이미지. ⓒ한독모터스
    박신광(75) 한독모터스 회장이 자신의 회사에 100억원대의 사비를 차입금 명목으로 넣은 뒤 매년 수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받은 게 불법은 아니지만, 자신의 회사를 상대로 은행 이자보다 비싼 이자율로 이자를 받아내 '셀프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인 한미건설 직원에게 자택 청소 등을 시켜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한미건설 직원들은 지금 '회장님 댁' 청소중

    박신광 회장은 BMW코리아의 공식 딜러사인 한독모터스를 비롯해 한미석유·한미건설·에너지넷 등을 소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인이다. 개인과 법인 명의로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투자자이기도 하다.

    박신광 회장이 가져간 23억6000만원의 정체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독모터스는 2017년 박 회장에게 월급과 배당 이외에도 별도로 5억7090만원을 지급했다. 이 돈은 한독모터스가 박 회장으로부터 빌려온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다. 한독모터스는 2017년 기준으로 박 회장으로부터 빌린 150억원의 장기차입금이 있다. 연이자율은 3.80%다. 

    한독모터스는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도 한독모터스는 박 회장에게 빌린 236억4000만원의 장기차입금에 대해 연 3.80%의 이자를 지급했다. 이에 따른 이자는 8억9856만원이다. 한독모터스에서 3년 간 총 23억6802만원의 돈이 박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박신광 회장 가족이 지분 100% 소유

    한독모터스는 박신광 회장이 16.60%, 박 회장의 아들인 박재형씨가 56.46%, 박 회장의 부인인 고수옥씨가 13.47%, 박 회장의 딸인 박진영씨가 12.00%, 박 회장의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박철씨가 1.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씨 일가의 100% 가족회사다. 

    박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회사에 거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월급과 배당 이외에도 별도의 보너스를 받아갔던 것이다. 

    한독모터스측은 이에 대해 ”박 회장에게 (2017년) 지급된 5억7000만원은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맞다“면서도 ”박 회장에게 굳이 돈을 빌려온 이유와 이자책정에 대한 부분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상식 밖'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독모터스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은행에서 더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굳이 회장에게 돈을 빌려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 이자가 더 싼데... 왜 회장한테 비싸게 빌렸나

    실제 한독모터스의 2017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KEB하나은행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한독모터스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박 회장보다 낮은 이율을 설정했다. 

    지난 2017년 KEB하나은행은 3.17%~3.35%, 산업은행은 2.01%~3.77%, 신한은행은 3.24%의 이율로 한독모터스에 자금을 지원했다. 박 회장이 설정한 이율보다 최저 0.03%포인트에서 최대 1.79%포인트 낮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쓴다“며 ”굳이 대표이사에게 은행보다 높은 이율로 자금을 빌려온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독모터스, BMW 화재사고로 사업 위기

    한편 한독모터스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 9065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181억 수준이다. 최근 주력 판매모델인 520d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BMW가 모델 대부분을 자체 리콜대상에 올리면서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