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한독모터스·한미건설 박신광 회장… "직원에게 청소-수도관 작업" 갑질·횡령 논란
  • ▲ 박신광 한미건설 회장의 서울 서초구 자택. ⓒ뉴데일리 DB
    ▲ 박신광 한미건설 회장의 서울 서초구 자택. ⓒ뉴데일리 DB
    박신광(75) 한독모터스 회장이 계열사 직원에게 자택 청소와 관리, 조경 같은 사적 업무를 시키며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지는 박 회장이 직원에게 자택 관리를 시킨다는 제보를 접하고 서울시 서초구의 박 회장 자택을 10여일 간 취재한 결과, 박 회장이 '자택 관리'에 계열사인 한미건설 소속 직원을 동원한 것을 확인했다.

    박 회장의 집이 있는 곳은 구룡산 남쪽 자락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초구에 속하지만 '강남 속의 시골'이라고 불릴 정도로 조용한 동네다. 자산가들의 고급 주택들이 몰려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토지대장에 의하면 박 회장의 집은 연면적 657.66㎡,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대저택이다.

    박 회장 집앞 낙엽 쓸고 수도관 동파 방지 작업

    박 회장은 연매출 1조원대의 BMW코리아 공식 딜러사인 한독모터스를 비롯해 연매출 수백억원대의 한미건설과 한미석유를 소유한 중견기업인이다. 개인과 법인 명의로 수천억원대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투자자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찾은 현장에서는 직원이 박 회장 집 앞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당시 태풍 ‘콩레이’가 북상한 영향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낙엽과 먼지 등이 많은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한미건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가 타고 온 차량 역시 한미건설의 법인 상용차량이었다. 

    이틀 뒤에도 같은 직원이 박 회장의 집 앞에서 수도관 동파방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작업을 하고 있는 한미건설 직원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회장님 댁인데 날이 추워지기 때문에 미리 작업을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택 관리를 하면서 별도의 수당이 나오느냐”고 묻자 “우리는 월급제”라고 답했다.
  • ▲ 한미건설 직원이 지난 10일(왼쪽)과, 12일 박신광 한독모터스 회장 사택에서 청소와 수도관 동파방지 작업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한미건설 직원이 지난 10일(왼쪽)과, 12일 박신광 한독모터스 회장 사택에서 청소와 수도관 동파방지 작업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만약 박 회장이 해당 직원에게 사택관리 업무를 시키면서 개인적으로 별도의 수당을 주지 않고 한미건설 회삿돈으로 월급을 지급했다면 박 회장은 형법 제355조에 따라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총 가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법제처에 따르면 형법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을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평창동 사택의 경호비를 계열사의 회삿돈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배임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회장 개인 업무에 직원 동원했으면 배임 가능성"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회사의 급여는 업무와 관련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업무에 직원을 동원했다면 배임 이슈가 있을 수 있다”며 “가치산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만약 가액이 5억원이 넘을 경우 특경가법을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 자택의 시공사도 한미건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은 자택 부지를 2006년 7월 매입한 뒤 자신을 건축주로 해서 직접 강남의 한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했다. 이후 시공은 박 회장 소유의 한미건설이 맡았다.

    한미건설 측은 '박 회장 자택 관리 직원이 있는지'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박 회장 자택에 문제가 있을 때 수리하는 직원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월급을 주느냐' '박 회장 자택 공사비는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자세한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한독모터스 측 역시 "회장 자택과 관련된 부분은 잘 모른다"며 "한미건설과는 회장이 같을 뿐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에 그곳의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본지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 회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