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영·최문호 기자, KBS에 특채... 심인보 기자는 MBC 라디오 간판 '시선집중' 진행
  • '원대복귀'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인력 빼가기'라고 해야할까. KBS 기자로 활동할 당시 다양한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고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던 기자들이 속속 '본진'으로 회귀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장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징계를 받고 2012년 KBS를 퇴사했던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 1일자로 다시 KBS 기자가 된데 이어, KBS 탐사보도팀 소속 기자로 활동하다 아이템 문제로 상관과 마찰을 빚으면서 뉴스타파로 이직했던 최문호 뉴스타파 기자도 같은 날 KBS에 특별 채용돼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뉴스타파에 남아 있는 KBS 출신 기자는 김용진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뉴스타파에 계속 남아 있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경래 기자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귀환한 선배들이야 거기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이곳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쓰임이 있을 것"이라고 복귀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심인보 기자 역시 "KBS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현장을 떠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저의 첫 번째 정체성은 뉴스타파의 탐사보도 기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석 기자도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심인보 기자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심 기자는 지난 8일자로 가을맞이 개편을 맞이한 MBC 라디오에 합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을 진행 중이다. 물론 심 기자는 여전히 뉴스타파 소속이다. 외부 인사로서 MBC 라디오 새 진행자로 발탁된 것. 타 매체 소속 기자가 MBC에 출연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하거나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문제는 현재 MBC 사장으로 재직 중인 장본인이 수년간 뉴스타파에서 앵커를 지낸 최승호 사장이라는 점에 있다.

    이에 일각에선 최 사장이 과거 소속돼 있던 회사 동료에게 일종의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MBC 사내에도 유능한 기자나 아나운서들이 즐비한데 굳이 비싼 출연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뉴스타파 기자를 영입하는 이유가 뭐냐는 지적이다. MBC는 "진행자 선정 문제는 오로지 제작진이 판단하는 것으로 사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매체도 아니고 하필 뉴스타파 기자가 영입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소위 '공정방송'을 부르짖다 자의반 타의반 KBS를 나온 이들이 경영진 교체 후 다시 지상파로 돌아가는 모습은 일견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다. 언론노조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방송 환경은 수년 전 이들이 목놓아 부르짖었던 이상이자 꿈이었다. 자신들의 꿈이 실현된 마당에 다시 그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자가 누가 있을까? 다만 이들이 복직되는 과정 만큼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경영 기자나 최문호 기자 모두 '특별 채용'이라는 케이스로 KBS에 복귀했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최근 과거 부당하게 징계를 받은 피해자들을 추려 KBS 인사부 측에 복직을 권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측은 "해직 처분이 아닌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간 이들이지만, 당시 취재 기자로서 '보복 인사'를 당해 취재할 기회를 박탈 당했고 기자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에 도저히 회사를 다닐 수 없었던 처지로 봤다"며 "이들에 대해 피해 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퇴사 사유가 이전 경영진이 단행한 인사 조치 때문이라는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형평성'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KBS나 MBC 등 소위 '잘 나가는' 방송사에 들어오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 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외부 인사로 영입되는 경우도 마찬가지. 기성 방송인이나 전문가들 중 난다 긴다 하는 이들도 쉽사리 넘보지 못하는 게 지상파 방송 출연이다. 그런데 회사 사장과 같은 언론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MBC 간판 프로그램 DJ를 꿰차고, 과거 KBS 기자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취재 일선에 '손쉽게' 복귀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시청자들에게 상실된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MBC로 돌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양승동 KBS 사장도 "공영방송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경영 적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고액 출연료를 주고, 그것도 이념과 성향이 남다르지 않은 인사들을 모셔오는 일이 과연 잃어버린 신뢰성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공영방송을 정말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인사조치를 내려야하지 않을까?

    [사진 =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