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새로운 선택-노력에 국제사회가 화답" 주장… 북한은 '미군 철수' 기존 입장 고수
  •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지난 26일 오전 청와대 측에서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지난 26일 오전 청와대 측에서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간 교착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을 풀고 남북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북한의 입장을 상당부분 옹호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4월 20일, 핵개발 노선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 9일에는 핵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평화와 번영의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며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다짐했다"며 "북미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적대관계 청산,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는 말도 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 있는 내용을 재언급한 것이다.

    여전히 북한 의심하는 미국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이어 국제무대인 유엔총회에서도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 입장을 적극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까지도 미국과 북한은 서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요구하며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는데, 중재자의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이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도 비핵화의 의지가 있다는 북한 측 입장을 전하며 미북 간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 또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그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다"라고까지 말하며 북한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한 발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 의원들은 최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화에 긍정적인 편인 미국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조차도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진정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을 너무 열광적으로 치켜세우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의 확실한 입장 변화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판문점선언 이전 북한 정부가 제시했던 공식 입장과 최근 대남매체를 통해 나오는 북한의 입장이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핵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해왔는데, 최근까지도 북한 대남매체가 남한 일부 매체를 인용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북한의 변함없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

    북한 측은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를 언급해왔다. 북한은 지난 7월 6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 험프리스 기지 내에서 신청사 개관식을 할 때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미군 기지 오염 문제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일을 거론하면서 주한미군기지의 완전한 철폐와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4일에도 《미국은 판문점선언 리행을 방해하는 내정간섭 중단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한의 한 매체를 인용해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즉각 폐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앞서 지난 2016년 7월 7일 북한은 정부 대변인 명의의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북비핵화' 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 뿐이다》 제하 제목의 성명과 내용 면에서 흡사하다. 당시 북한 성명은 "명백히 하건대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다. 여기에는 남핵 폐기와 남조선 주변의 비핵화가 포함돼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 비핵화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다음과 같은 우리의 원칙적 요구부터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성명에서 언급된 '원칙적 요구'는 ▲ 남조선에 끌어들여 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할 것 ▲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페하고 세계앞에 검증받을 것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핵이 동원되는 전쟁행위로 우리를 위협 공갈하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여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할 것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할 것 등 이상 5개 항이다. 

    ◆ "조선반도 비핵화=남한 주변의 핵 폐기"

    북한이 지금까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일관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조선반도 비핵화'이다. 북한 당국이 '조선반도 비핵화'는 바로 "남핵 폐기와 남조선 주변의 비핵화가 포함돼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유엔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거나 또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된다는 어떤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이 일부 있었다"면서 "이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정전체제가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엔사의 지위라든지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