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 첫날… 약속 어긋나고 배석자도 파악 못해… 네티즌들 '구하라'에 더 관심
  •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로비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 시작 전 악수를 하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로비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 시작 전 악수를 하는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18일 평양에서 열렸지만 여론의 시선은 정상회담에 쏠리지 않았다. 

    또 우리 측 정당 대표들과 북한 최고인민회의부의장과 만남이 ‘우리 측 불참’으로 인해 돌연 취소되는 등 ‘옥에 티’가 즐비한 평양 정상회담 첫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단순히 정상회담 홍보에 치중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을 때가 됐다는 얘기기도 하다.

    ◆ '정상회담'을 밀어낸 포털 실시간 검색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15분쯤 청와대에서 헬기를 타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흰색 와이셔츠에 붉은색과 하늘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문 대통령은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 공군 1호기는 오전 8시 55분쯤 이륙했다. 같은 시간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네이버 데이터랩’ 참고)는 ‘서울공항’이 장악했다. 이때까지 여론의 시선은 남북정상회담 분위기에 쏠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평양에 발을 디딘 오전 10시 9분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TV화면에 잡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격하게 환영했다. 북한 주민들은 평양 시내 중심지에도 나와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문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했다. 하지만 정작 환영식에는 우리나라 상징인 ‘태극기’는 보이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국가 원수와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는 항상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일까? 같은 시간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서 ‘호원대학교’와 ‘발로텔리(유럽 축구선수)’가 남북정상회담을 순위에서 밀어냈다. 여론의 시선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멀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평화는커녕 북한 비핵화가 한반도 주요문제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벌써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다. 평양에 도착한 문 대통령을 ‘태극기’가 아닌 ‘인공기’로 환영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긴 것과 같다”고 밝혔다.

    ◆ 면담 시간도 제대로 조율 못해

    '옥에 티'는 계속 터졌다. 북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은 우리 측 여야 3당 대표(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1시간동안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 측 여야 3당 대표들은 “일정에 착오가 있었다. 그 시간에는 정당 대표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야 3당 대표들 불참에 북한 측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나. 납득이 안 간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은 당시 여야 3당 대표들을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길에 우리 측 취재진을 향해 “수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남북정당 대표 회동' 불발 소식은 이날 오후 6시쯤 알려졌다. 같은 시간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은 ‘대전동물원’과 ‘이태임 남편’, ‘구하라 카톡’ 등이 장악했다.

    ◆ 회담 배석자도 파악못한 '깜깜이 회담'

    또 다른 옥에 티는 ‘정상회담 배석자 명단’을 몰랐던 청와대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이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측 실무진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위치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 배석자는 2~3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히 누가 배석할지는 좀 더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오후 4시 20분쯤 우리 측 배석자(정의용 국가안보실장·서훈 국가정보원장)를, 오후 5시 50분쯤 북한 측 배석자(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를 각각 공개했다.

    이에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3번째 정상회담. 그런데 뜻밖에도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는 ‘구하라 카톡’이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적어진 정상회담. 어쩌면 식상하게도 느껴진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