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정부 대북평화정책 적극 지지"선언… 북한 문제 놓고 한국당과 시각차
  •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문희상 국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문희상 국회의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신임 당대표 취임 후 여야 정치 지형이 새롭게 형성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책적 측면에서는 공조를 이루는 모양새였다면, 손학규 지도부가 들어서며 대열이 흐트러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북 기조를 둘러싼 정당의 이념 지형의 변화다. 손학규 대표는 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추세다.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대북평화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는 전날에도 "기본적으로 남북평화 문제에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당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발언으로 알려졌다. 

    대북 문제 '범보수 야권' 대열 붕괴  

    바른미래당이 그간 대북 문제와 관련해 '신중론'을 들고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기조 변화가 생긴 것이다.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바른미래당은 안보에서는 그간 한국당과 엇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손학규 지도부 기조 변화로 대북 문제와 관련 '범여권 공조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당장 여권에서 준비 중인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두고 한국당만 반대하는 상황이 됐다. 판문점 선언 비준안은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상임위인 외통위에서 통과돼야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외통위는 범여권이 11명(민주당 10명, 민주평화당 1명), 야권이 11명(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이정현 의원)으로 캐스팅보트를 사실상 바른미래당이 쥐고 있다. 

    야권 정계 개편 촉발 가능성 

    단면적으로는 범보수 야권의 안보 정책 공조 대열이 흐트러진 것이지만, 향후에는 바른미래당 내부의 노선 갈등이 야권 정계 개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 사이에서는 '판문점 비준안 문제로 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관측대로 갈등이 감지됐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전날 손학규 대표의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협조' 발언에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상욱 의원은 "당내 논의 없이 나온 발언"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는 대표의 돌출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 없는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해 "유엔(UN)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 원칙을 위배하고 북한에 백지수표를 써주는 결과"라며 "비준 논의에 신중했던 당론과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갈등이 감지되자 손학규 대표는 "(지상욱 의원이) 내용을 모르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손 대표는 "나는 ‘성급히 가선 안 된다, 당 내부 합의가 있어야 된다’고 얘기했다"며 "듣기로는 다른 의원이 나중에 (지상욱 의원에게) 얘기했더니 ‘그러면 괜찮지’ 했다더라"고 설명했다. 

  • 바른미래당 '노선' 놓고 이미 파열음

    그러나 지상욱 의원은 손 대표의 발언을 전면 부정했다. 지상욱 의원은 뉴데일리 통화에서 "손학규 대표가 뭔가 착각하신 것 같다. 나는 내용도 잘 알고 있고,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손학규 대표의 말을 보면 국회 비준에 협조하겠다는 결론을 내놨다"며 "대문을 열어준 것이다. 시기적 조건이라는 것은 물러설 뒷문을 열어 놓은 것이지 대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또 "손학규 대표가 보수가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이 그렇다"며 "바른미래당은 처음 만들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정 중도의 결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수주의를 지울 수 없다. 국회 비준 문제는 의총에서 논의 해야할 문제다"라며 "국운이 달린 문제인데 우리 당이 국민 72%가 동의했다는 옳지 않은 설문 결과만 듣고 (정부 여당의 입장에) 올라타고 있는 모습도 마뜩잖다"고 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지도부 한 인사는 지상욱 의원의 이러한 반응에 "그가 강경보수인 것은 다 안다. 그럼 다른 당으로 가야한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