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막으러 ‘특별사절단’이 북녘에 간다고?“북녘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 자체 거절”
  • 李 竹 / 時事論評家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평양에 특별사절단을 보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가 이상 기류를 보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난국 타개를 위한 ‘중재자’를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엊그제 아무개 일간지 기사의 일부다.

      북녘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언제 적이었는지 이미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시간상으로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나라 대부분 국민들 기억 속에서는 이미 ‘잊혀진 과거’가 되고 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북녘 핵무기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엄청난 위협도 무감각해진지 오래라고들 한다.
      “비핵화”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귀가 따갑도록 들려서, 아마 그저 그렇게 됐나보다 하는 착각의 결과인지 모른다.
      더군다나 거듭되는 그 무슨 ‘중재자’(仲裁者)라는 언사(言辭)는 정작 북녘의 그 핵무기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이 나라 국민들이 위대한(?) 착각을 하게 만들어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중재자’(仲裁者)... 시장바닥에서의 표현으로는 흔히 ‘거간꾼’이라고도 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는 옛말이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작 ‘나의 일’은 아니다. 그저 ‘복비’나 뜯으면 된다. 허나 거래가 틀어지면 양쪽으로부터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다.

      “①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입니다... ②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 ‘경축사’에서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일부를 베꼈다. 번호까지 매겨가면서.

      ①의 의미는 쉽고 거칠게 풀면, “북녘에 퍼주기를 잘해야 만이 북녘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가 된다. 북녘이 최근 들어 남녘에다대고 어느 때보다 쎄게 짖어대는 바가 이거 아닌가.
      ②는 “북녘이 핵무기를 내려놓으면 사정없이 퍼주겠다”는 것이다. “내려 놓는다고? 택도 없다?”는 어깃장은 일단 접자.
     
      흔한 비유로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경우 같다. 모르긴 몰라도 이게 제대로 된 ‘거간꾼’의 처신일 수가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퍼주기’가 있는데 주목한다. 과연 이건 누구의 몫일까? ‘복비’를 챙겨도 시원찮을 판인데... 그건 그렇다 치자.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비핵화 약속을 했다. 1년 내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양키나라 ‘하얀집’의 콧털 보좌관이 털어놓은 말씀이란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지 못한다... 설령 알아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건 ‘북악(北岳) 산장’ 대변인의 말씀이란다.
     
      옛말에 ‘거간꾼’과 비슷한 일을 하는 ‘중매쟁이’를 일컬어 “잘 되면 옷 한 벌, 잘 못되면 뺨이 석대”라고 했다던가.

      “남과 북 모두 여러 경로를 통해 [특사 파견] 문제를 협의해왔고, 이 시점에서 특사 파견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남북이 좀 더 긴밀하고 농도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 특사가 가기로 했다... 대북 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방안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다...” 그 대변인이 엊그제 언론에 브리핑을 했단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지 않나. 그 진정한 속심이야 어찌 알겠는가 만은 그 무슨 ‘특별사절단’을 보내고 맞고자 하는 이유가 혹시...

      북녘과 입을 맞춰 일단 ‘뺨 싸대기’는 피하고 보자? 더하여,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핵무기의 질(質)과 양(量)을 높이고·늘리는 ‘비핵화’(肥核化)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말을 바꿔가며 양키나라에게 ‘매’를 벌고 있는 북녘의 ‘으니’에게 우정의 충고를 하기 위해서?
      아니 애걸하러? 나중에야 어찌됐던 지나가는 말이라도, 그리고 ‘북녘의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농도 있는 회담’에서 제발 다시 한 번 꼬옥 짖어 달래려고? 이번에는 우렁찬 육성(肉聲)이면 더욱 좋다며...
      “약속한대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틀림없지 말입니다” 이렇게만 되면 2019년 4월 26일 24:00까지는 어쨌든 시간을 벌게 되는 거니까.

      또한 그간 ‘국제사회’의 옷을 입은 양키나라의 제재 때문에 ‘퍼주기’를 머뭇거린데 대해 ‘특별한 사과’[特謝]와 함께 시정 약속도 해야, 다음 ‘평화’ 이벤트도 원활하고 폼나게 진행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북녘 핵무기의 위험성과 위협을 현재 진행형으로 받아들이는 이 나라의 ‘착각이 자유롭지 못한’ 국민들만은 아직도 이렇게 묻고 있지 싶다.
      “과연 북녘의 핵미사일은 누구를 겨냥하고 있으며, 무슨 목적인가? 그게 변했는가?”
      이에 더하여 어쭙잖은 ‘거간꾼’ 행세나 뺨 싸대기 불러들이는 허풍 ‘중매쟁이’ 같은 일은 당연히 팽개쳐야 한다고 중얼댄단다. 요즘은 섣불리 누군가에게 크게 외쳤다가는 큰 코 닥친다는 걸 잘 알기에 그저 우물우물할 뿐이라고.

      한편, 이번의 ‘특별사절단’과 직접 연관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크게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 있단다. 물론 이마저도 거두절미(去頭截尾)한 것이고, 북녘 세습독재자 일당이 3대에 걸친 세월 흐르는 동안 ‘국제적 신사(紳士)’로 진화(進化)했다는 증거가 뚜렷하다면 그냥 지나가는 헛소리가 될 터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정권에게 생존을 보장하거나 최소한 붕괴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애걸복걸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키나라 국방부 아·태지역 부국장 등을 역임했다는 ‘전문가’[척 다운스(Chuck Downs)]가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에 그의 저서에서 강조한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고 한다.

      “어느 미국 협상가가 정색으로 지적한 것처럼, 협상에서 북한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 자체를 거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방세계의 결의가 신뢰성 있고 단호할 때면 어김없이 북한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전쟁 발발 일보 직전에 이를 때면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서둘러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 순간도 계속되는 ‘비핵화’ 사기극(詐欺劇)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쪽이 팔려서 대놓고 “사기 당했다!”는 말을 못하는 즈그 나라 ‘도’통령에게 어쩌면 더욱 절실한 구절일 수도 있지만...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