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다국적 기업 임원에게도 보육료 지원하는 다문화 정책... '역차별'로 국민은 '영원한 서민'
  • ▲ '악플후기'라는 책을 내겠다고 한 뒤 고마츠 사야까 씨는 욕설, 비난, 저주에 시달렸다. ⓒ관련 인터넷 카페 캡쳐.
    ▲ '악플후기'라는 책을 내겠다고 한 뒤 고마츠 사야까 씨는 욕설, 비난, 저주에 시달렸다. ⓒ관련 인터넷 카페 캡쳐.
    ‘다문화 정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우대 정책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역차별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 지원’이다.

    ‘다문화 가정’ 고마츠 씨의 ‘악플후기’

    2017년 4월, 한국에 와서 사는 외국인이 쓴 책 한 권이 사람들에게 배달됐다. 2016년 가을부터 꽤나 유명해진 책이었다. 이 책은 서점에서는 살 수도 없었고 돈을 먼저 보내야 제작해서 보내주었음에도 사서 보는 사람이 1,000명을 넘었다. 책 제목은 ‘악플후기’, 저자는 ‘고마쓰 사야까(小松清香)’ 씨였다.

    고마쓰 씨는 2000년 뉴질랜드를 여행 중 한국 친구들과 만난 뒤 호기심을 못 이기고 2001년 무작정 한국 부산으로 건너와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일본에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부산대에 입학해 학업을 마쳤다. 이후 한국 남편과 결혼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살고 있다.

    고마쓰 씨가 쓴 ‘악플후기’는 내 눈으로 본 한국사회, 페미니즘, 한국여성, 한국남성, 일본과 비교, 나가는 글이라는 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책 내용은 한국 남성들로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반적인 내용은 페미니즘과 ‘언더 도그마’ 등 ‘정치적 올바름(PC)’에 경도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지만 그 중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적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관련 내용 가운데 일부는 2012년 1월 ‘국민일보’에도 보도됐다. 당시 보도를 보면 고마쓰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보육료 거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 내용은 “한국의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은 한국인을 역차별하는 엉터리 선심 정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 아기는 다문화 가정 아이라서 보육료가 전액 공짜이고 공립 어린이집 입학도 최우선 대상”이라며 “요즘 한국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부러워해 괜히 미안해진다”고 밝혔다.

    한국인 가정은 주택, 자동차 등 재산 평가액에 따라 보육료를 지원해주고 공립 어린이집 입학에도 몇 달 씩을 기다려야 하는데 자신은 이런 번거로움 없이 혜택만 받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주민지원센터에 신청만 하면 매달 받을 수 있는 보육료 39만 원을 ‘양심’에 따라 안 받기로 했다는 게 고마쓰 씨의 설명이었다.
  • ▲ 다문화 가정 보육료 지원을 소개하는 포스터. 한국만큼 외국인에게 친절한 나라가 있을까. ⓒ정부 복지정보 사이트 캡쳐.
    ▲ 다문화 가정 보육료 지원을 소개하는 포스터. 한국만큼 외국인에게 친절한 나라가 있을까. ⓒ정부 복지정보 사이트 캡쳐.
    “억대 연봉 받는 외국인도 다문화 가정 지원받는 게 옳은가”

    고마쓰 씨는 “주변에 억대 연봉을 받는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 중역이 한국 여자와 결혼했는데 다문화 가정이라며 정부로부터 보육료를 지원받거나 어린이집에 등록만 한 채 다니지 않고, 어린이집으로부터 현금을 받는 다문화 가정도 있다”면서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주지 말고 차라리 일본처럼 각 가정에 직접 지원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무조건적인 다문화 가정 지원과 함께 한국인 전업주부들이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탓에 오히려 맞벌이 하는 엄마들은 아이를 맡길 곳을 못 찾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그리고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사람들의 사정을 외면하고 먼저 배려를 받는 것을 특히 미안해했다.

    고마쓰 씨의 다문화 가정 지원정책 비판은 이어졌다. 결혼식, 여행 등에서의 각종 할인, 대입 시험 때 다문화 가정 특별전형, 육아 도우미 무료지원, 취업 지원, 친정부모 초청행사와 고향방문 항공권 제공, 놀이공원 가족 초대권, 무료 건강검진,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응시료 지원, 국민임대주택 1순위 배정, 분양 시 우선공급대상 적용, 전세자금 대출금리 할인 등 자신이 아는 데서만 27가지의 외국인 우대 정책이 있다며 “한국의 다문화 가정 지원정책은 한국인을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마쓰 씨는 2011년 정부와 지자체가 다문화 정책 예산으로 2,000억 원 가량을 사용했던 사실을 지적한 뒤 “민족주의도 나쁘지만 자국민을 내팽개치는 정부는 훨씬 나쁘다”면서 “한국 사람 기준으로 다문화 정책을 세우니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마쓰 씨의 지적은 사실 틀린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블로그로 달려가 온갖 악성 댓글과 욕설이 담긴 쪽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고마쓰 씨에 따르면 심할 때는 하루에 수백 건의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천박한 성적 모욕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악성댓글을 모아 책을 펴냈는데, 출판 또한 ‘자칭 페미니스트’와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테러가 시작됐다.

    이후 알려진 데 따르면 책 출간에 몇 달이 걸리고 비용도 모두 개인이 충당하다시피 한 것은 물론 고마쓰 씨 본인도 온갖 악성댓글과 협박에 충격을 크게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수많은 ‘자칭 진보주의자’와 ‘자칭 페미니스트’이 ‘소신을 밝힌 외국인’에게 테러를 저지른 결과였다.
  • ▲ 한부모 가정 지원의 날을 축하한다는 정부 관계자들.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닐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부모 가정 지원의 날을 축하한다는 정부 관계자들.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닐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문화 가정 지원 대상 vs. 한국인 가정 복지 대상

    정말 다문화 가정이 한국인 가정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걸까. 기초 지자체들이 홍보하고 있는 복지제도 소개, 온라인 복지신청 ‘복지로’ 등을 통해 확인했다.

    고마쓰 씨가 지적한 대로 한국인은 소득과 재산 규모를 파악한 뒤 저소득층, 장애인 등 일정 기준이 돼야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다문화 가정은 지원을 받는 데 있어 특별한 제한 기준이 없었다. 법제처 사이트를 통해 찾은 ‘다문화가정지원법’과 그 시행령에도 다문화 가정의 생활수준이나 자산규모를 파악하는 활동은 규정해 놓고 있지만 이를 복지 혜택 수급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복지 신청 사이트에서 한국인 가정, 특히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에 대한 복지 혜택을 찾아봤다. 편부·편모 가정, 조손 가정, 편부모 가정 가운데 자녀가 만 24세 미만인 가정 등에 대한 복지 정책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자격에 제한이 있었다. 2018년 기준 가구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해서 생계급여 수급자 또는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52% 미만 또는 60%, 72% 미만이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기준에 충족이 되는 사람은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제공(변경) 신청서’와 ‘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제공 신청서’, ‘소득재산 신고서’, ‘금융정보 등 제공 동의서’, 임대차 계약서, 제적등본을 온라인 또는 지역주민센터에 제출하고 신청해야 한다. 이때 다문화 가정과 별개로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가정 또한 ‘외국인 등록사실 증명서’를 위의 서류와 함께 제출하면 복지 지원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 놨다.

    임신·출산, 영유아 보육, 아동·청소년 양육, 노년, 장애인 등 다른 복지 혜택에서도 중요한 점은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 상태였다. 이는 ‘역차별’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반면 다문화 가정 지원 가운데 일부는 대상자의 재산이나 소득을 따지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등이 운영하는 ‘다문화가족지원포털’ 안내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지원은 한국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또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난민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물론 국내에 머물다 재난재해 피해를 당한 외국인은 한국인과 동일하게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통과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13만 원의 생계비, 월 62만 원의 주거비, 1회에 한해 140만 원의 복지시설 이용비와 300만 원의 의료비, 교육비와 연료비, 해산비, 장제비, 전기요금 등을 한국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가족 1명이 추가되면 21만 4,100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이런 것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들은 마치 경쟁하듯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었다.
  • ▲ 중앙일보가 2014년 2월 10일 보도한 내용. 기획재정부가 급증하는 다문화 예산 때문에 자국민 역차별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앙일보 조인스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 중앙일보가 2014년 2월 10일 보도한 내용. 기획재정부가 급증하는 다문화 예산 때문에 자국민 역차별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앙일보 조인스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정부 내에서까지 ‘과도한 다문화 지원 반대’ 의견

    ‘자국민 역차별’ 수준까지 가는, ‘묻지마 다문화 지원’ 정책에 대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지난 5년 사이에는 그 정도가 심해 정부 안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2014년 2월 10일 ‘해마다 뛰는 다문화 예산…한부모 가정 역차별 논란’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법무부가 한국어 능력시험 초급시험에 합격못한 외국인 신부(新婦)에게는 결혼이민비자(F-6)를 내주지 않기로 한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다문화 예산 급증에 따른 역차별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기재부 자료를 인용한 데 따르면 2005년 첫 다문화 지원 예산이 책정됐을 때 금액은 2억 원으로 여성발전기금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8년 ‘다문화 가족 지원법’이 제정되면서 317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고, 2012년에는 1,073억 원, 2013년에는 1,232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2013년 예산에 지자체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2,000억 원대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신부를 초청하면 그에 필요한 정착 지원을 정부 예산으로 할 수밖에 없는 현행 구조가 국민들 사이에서 ‘복지 역차별’ 논란을 키운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중앙일보’ 또한 다문화 가정과의 역차별 사례로 국내 편부모 가정 지원 사업을 꼽았다. 2014년 당시 저소득층 편부모 가정은 21만 8,000가구, 다문화 가정 28만 1,000여 가구보다 6만 가구가 작은데도 연간 정부지원 예산은 660억 원에 불과했다는 지적이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재부와 법무부의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됐다. 아니, 정치권과 정부, 언론이 무관심한 사이에 더욱 심각한 문제도 생기고 있다. 2015년 3월 28일 ‘SBS’뉴스는 “복지 ‘빼먹기’ 악용되는 중국 동포 국적 회복”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에 와서 국적을 ‘회복’한 노령의 조선족 중국인들이 노동력이 없음을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 혜택을 받으면서 몰래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초청해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SBS’뉴스는 당시 “국내 중국 동포 대부분이 모여 사는 서울과 안산 지역의 기초생활수급자를 조사해보니, 중국 동포 출신 귀화자는 960가구, 1천200명 선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서울 영등포와 구로구의 경우엔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12명 중 1명꼴로 중국 동포 출신 귀화자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사가 나간 뒤 정부와 광역 지자체는 부정수급 단속과 조사 강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거주 외국인 200만 명이 넘는 지금 이런 복지 부정수급이 어디까지 일어나고 있는지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다른 문제지만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나 지방 선거 투표권을 갖게 된 외국인이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10만 6,000명이 넘었다는 사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에 ‘국민’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간다는 점 등으로 인해 “정치권은 우리와 외국인에게 인건비 경쟁을 시키고 결국 영원히 서민(庶民, 2등 국민)으로 가둬두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리고 있는 난민반대집회도 바로 이런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④자칭 ‘난민’만 문제? 군인보다 대접받는 외국인 범죄자]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