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분에서 당사자들 인터뷰도... 다음주 '2부'에선 '수사 외압' 규명 주력
  • 9년 전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배우 장자연(사진) 사망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가 이 사건을 재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검찰은 과거 불기소 처분을 내렸던 전직 언론인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회부한 상황이다. 

    공소시효 만료(2018년 8월 4일)를 목전에 두고 서둘러 해당 언론인을 기소한 검찰은 조만간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 중 구체적인 피의 사실이 드러난 사람을 추가로 기소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당장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언론인에 대한 첫 공판이 내달 13일 열릴 예정이라, 당시 술자리 현장에 있었던 인사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MBC 'PD수첩'이 2회에 걸쳐 '故 장자연 사건'을 재조명하는 방송을 내보낼 계획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1부는 지난 24일 오후 전파를 탄 상황. 이날 방송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일부 인사들과 인터뷰를 시도한 PD수첩은 내달 1일 방영되는 2부에선 장자연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등장시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을 집중 파헤칠 방침이다.

    ◇ 118명 참고인 조사 → 7명으로 혐의자 압축

    '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숨진 탤런트 장자연이 죽기 전, 유력 인사들로부터 성상납(성접대)을 강요 받고 폭력 등에 시달렸다는 '유서 형식의 문서'를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진 희대의 '성접대 스캔들'을 가리킨다. 

    당시 고인의 문건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27군데를 압수수색하고 무려 118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총력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강요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총 20여명으로 압축됐으나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인물은 7명에 그쳤다. 

    이들은 2008년 8월 5일 밤 10시 30분부터 수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가라오케 VIP룸에서 술자리를 가졌던 인물들로, 이 자리에서 일부 인사가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장자연을 끌어 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성추행을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면서 범행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PD수첩은 이날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강제추행했다는 의혹을 샀던 A씨를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한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A씨를 맞닥뜨린 제작진은 "2008년 8월, 장자연씨와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느냐. 당시 성추행을 했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A씨는 "명함을 달라"고만 말한 뒤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다.

    이에 제작진은 차 문을 막아 서고 "당시 아내 분이 검사라는 점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따랐다는 얘기가 있었다. 혹시 이런 압력이 있었느냐"는 불편한 질문을 재차 건넸다. 격분한 A씨는 담당 PD에게 당장 비킬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제 공간을 침범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며 PD의 얼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PD수첩 제작진과 실랑이를 벌인 A씨는 1995년 모 언론사에 입사, 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2004년부터 정계에 투신했던 인물.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지역구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A씨는 2008년 당시엔 한 사모투자펀드 회사의 상무로 재직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언론사 대표, 유명 드라마 감독도 연루?

    PD수첩의 '취재망'에 포착된 또 한 명의 유력 인사는 굴지의 주류업체 회장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B회장은 2008년 1월 17~20일 고(故) 장자연에게 100만원 짜리 수표 10장을 주고 필리핀으로 동반 여행을 떠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B회장은 무슨 이유로 고액 수표를 줬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김밥 값하라고 줬다"는 석연찮은 대답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당시 경찰은 B회장에 대한 조사를 매듭짓고 내사 종결처리했다.

    이에 제작진은 B회장과의 통화를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끝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드라마 '짝', 'M', '청춘의 덫', '홍길동', '내 인생의 황금기' 등 수많은 히트작을 연출한 C 드라마 감독도 생전 장자연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자연이 남긴 문건에 '태국 골프 접대'에 참여했던 인물로 기록된 C감독은 당시 여행을 떠난 이유를 묻는 제작진에게 "(장자연이)골프를 배우고 싶어해서 그냥 갔을 뿐"이라며 별 의미없이 간 여행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함께 여행을 떠났던 일행이 C감독과 장자연만 두고 숙소를 떠난 사실을 묻자, C감독은 "그들은 2박 3일 혹은 3박 4일간 있다가 먼저 갔고, 나만 남은 게 다"라며 "그게 접대냐"고 되레 제작진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끝으로 거론된 인물은 언론사 대표 D씨였다. PD수첩은 장자연이 어머니 기일에도 모 유흥주점에서 술접대를 했는데, 그 자리에는 유력 일간지 사주의 아들인 D씨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장자연의 로드매니저로 활동했던 한 남성은 "당시 장자연이 언론사 사장을 만나러 간다고 얘기했다"면서 "사장이라는 사람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잘생기고 키도 컸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D씨는 25일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2008년 10월 28일 밤 지인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고 장자연씨가 있었다고 한다"며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을 뿐, 그날 이전이나 이후에 고 장자연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 장자연 소속사 대표가 술접대 주선

    '장자연 사건'의 핵심 관계자는 고인의 소속사(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냈던 김종승(일명 김성훈)씨다. 2008년 8월 5일 밤 10시 30분, 전직 언론인 A씨가 참여했던 강남 모처의 술파티는 김씨가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언론사 대표 D씨가 있었던 술자리나 C감독이 참여한 태국 골프 여행을 주선한 장본인도 김씨였다. 

    김씨가 지인들을 초대한 술자리에 고(故) 장자연 등 자사 연예인들을 불러 소위 '술시중'을 시킨 게 화근이 됐다. PD수첩 제작진과 인터뷰를 가진 고인의 옛 동료는 "장자연은 유력 인사들이 나오는 술자리에 자주 불려나갔다"며 "생전 원치않는 술접대를 지속적으로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같은 이유로 장자연은 김씨에게 수차례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훗날 고인이 '장자연 문건'으로 알려진 문서를 작성하게 된 것도 결국 김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압박 카드용'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씨는 과거 심은하, 최진실, 김남주 등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연예계 스타 제조기'로 불렸던 인물. 1994년 '더 스타즈'란 광고회사를 설립, 연예 기획 사업을 시작한 김씨는 1995년 '스타즈직업소개소'로 상호를 변경한 뒤 1997년 고(故) 최진실과 연예 활동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스타즈엔터테인먼트'로 상호를 다시 교체한 김씨는 2005년 올리브나인의 매니지먼트 계열사로 자사를 편입시켰다.

    수년간 연예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김씨는 2009년 3월 7일 자사 배우 장자연이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일대 위기에 봉착한다.

    ◇ "'장자연 문건'이 유서라는 주장은 허위"

    2009년 3월 13일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장자연 문건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사회 전체에 센세이셔널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4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거론된 '장자연 리스트'는 수개월간 '정재계(政財界)'와 언론계를 옥죄는 굴레가 됐다.

    같은해 6월 24일 일본에 체류 중이던 김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경찰은 7월 10일 구속 1명(김OO), 사전구속영장신청 1명(유00), 불구속 5명 등 7명을 사법처리하고, 13명은 불기소 또는 내사 종결처리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장자연이 김씨에 의해 유력 인사들과의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장자연 문건'이 있음을 수차례 암시,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모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2008년 6월 자신을 비방하는 말을 했다며 장자연을 손바닥 등으로 때리고, 장자연이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전화 및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김씨를 폭행·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원지법은 1심 재판을 통해 2010년 11월 장자연의 소속사 전 대표 김씨와 전 매니저 유씨에게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모욕)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씩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두 사람은 즉각 항소심을 제기했고, 2011년 11월 17일 수원지법 형사항소3부(김한성 부장판사)는 "문자메시지로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는 취지를 단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유씨에게는 원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또한 2014년 10월 12일 서울고법 민사10부(김인욱 부장판사)는 故장자연의 유족이 당시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는 유가족에게 2,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가 사용자로서 장씨를 보호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故장자연을 함부로 대한 측면이 있다"며 "고인이 당한 부당한 대우 등으로 유족이 입었을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