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 '풍계리 핵실험장' 생존자들 증언 공개…“북핵에 인권은 없었다”
  • ▲ 지난 5월 24일 북한 관계자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 당시 외신 기자들에게 3번 갱도를 설명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5월 24일 북한 관계자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 당시 외신 기자들에게 3번 갱도를 설명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은 지난 5월 24일 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행사를 열었다. 당시 외신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측 관계자는 “방사능 오염은 없다”며 “여기 물 한 번 마셔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에 외신기자가 “당신부터 먼저 마셔보라”고 답하자 안마시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서는 정말 방사능 오염이 없었을까. 북한인권감시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비롯해 북한에서 핵무기 개발에 종사했던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18일 공개했다. 실제로는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죽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 폐인이 돼 말라 죽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모은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방사능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사람들을 관련 분야에 배치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풍계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갱도파는 사람들은 다 정치범 수용소 죄수들”이라며 “걔네들이 아파도 방사능 때문에 아프다는 생각을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길주군에 장애인이 많이 태어나고 물이 나쁜데 그게 방사능 탓이라는 생각을 못했다”는 말도 했다.

    평양 시민의 증언은 북한 내부에서도 고위층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정은이 2018년 1월 국가과학원 현지지도를 했을 때 안내를 맡았던 여자 과장이 있었는데 그의 남편이 핵무기 개발에 종사했다고 한다.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핵무기 개발 종사자에게만은 계속 쌀을 배급하고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면서 신체 변화를 살폈다고 한다.
  • ▲ 방사능 피폭 사례 가운데 검열에 걸리지 않는 사례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 前KGB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영국에서 망명생활 중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이 든 홍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블로거 스니치 앤 스내치 화면캡쳐.
    ▲ 방사능 피폭 사례 가운데 검열에 걸리지 않는 사례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 前KGB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영국에서 망명생활 중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이 든 홍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블로거 스니치 앤 스내치 화면캡쳐.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광산에서 일했던 군인들의 피해 사례도 나왔다. 북한은 우라늄을 캐낼 때 군인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이를 맡았던 군부대는 131지도국. 증언한 사람은 “거기서 일을 했던 애들은 아무리 잘 먹여도 몸이 건강해지지 않는다”면서 제대를 한 뒤에서 시름시름 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증언에 따르면, 보통의 북한군은 10년 이상을 복무하는 반면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면 5년 만에 제대를 시킨다고 한다. 문제는 제대한 뒤에 아무리 몸보신을 해도 건강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함경북도의 한 주민은 지인인 간호사로부터 전해들은 방사능 오염 환자 목격담을 풀었다. 핵실험장이나 핵개발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 가운데 환자들을 1년에 한 번 씩 7월에 병원으로 데려 온다고 한다. 이들은 각종 건강검진을 받는데 이때는 함경북도의 모든 의료진이 달라붙어 검사와 치료를 한다고.

    이때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 수는 12~13명. 환자 가운데 상태가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이 ‘영예군인(상이군인)’으로 취급되는데 하반신 불구도 있고 눈이 찌부러진 사람도 있고 아예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을 지원하는 물자가 부족하면 도당을 통해 주민들에게 부담을 지운다고 한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40대 남성은 “우리 동네에도 그런 곳에서 일하고 온 애가 있었는데 말라 죽었다”며 “핵 때문에 그런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길주군 풍계리에서 기형아가 가장 많이 태어난다”

    방사능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소문도 적지 않다는 것이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설명이었다. 황해남도에 사는 50대 여성은 “길주군 풍계리에서 기형아가 많이 태어난다는 소문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고 평양에 사는 20대 남성은 “핵개발 그런 것 때문에 길주군에 벌도 볼 수 없고 기형아가 좀 태어난다는 소리는 들었다”고 답했다. 함경북도 청진시에 사는 20대 남성은 “실제로 길주군에서 기형아들이 가장 많이 태어난다”면서 “그 동네에 가서 거리를 걸으면 쓸쓸하고 한적한 분위기”라고 증언했다.

    양강도 김정숙군에 사는 50대 여성은 지인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좋은 대학을 나와서 핵무기 만드는 곳에서 군복무를 했는데 제대한 뒤에 완전히 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어떤 병인지도 모르겠는데 몸이 핵물질 영향을 입어서, 결국 집에 와서 죽었다”면서 “국가에서 보상을 해줬다 그런 말은 못 들었다”고 밝혔다.
  • ▲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실시 후 핵무기개발연구소를 찾은 김정은. 그가 가는 곳만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실시 후 핵무기개발연구소를 찾은 김정은. 그가 가는 곳만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볼 때 평안북도 영변군 핵개발 시설,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광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가 나왔으며, 이들은 근육 감소, 만성 두통, 감각 이상에서부터 림프암, 기형아 출산, 사망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이처럼 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볼 때 북한은 노동당 중앙당 군수공업부 산하 김정은 직속의 131지도국을 통해 핵무기 개발 작업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을 근무자들에게 고의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핵개발로 인해 북한 주민이 겪는 첫 번째 피해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에 대해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결론내리고 “앞으로 북한 핵무기 개발 시설 주변 지역에 거주했거나 근무했던 탈북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함께 여러 곳의 전문의료기관을 통해 정기적인 검진 및 추적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