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선박 소유자는 중국… 작년 10월 환적 후 재입항"… 文 정부, 억류 조치 안해
  •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공개한 수정보고서 가운데 북한산 석탄이 인천과 포항에 들어왔던 기록.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수정보고서 화면캡쳐.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공개한 수정보고서 가운데 북한산 석탄이 인천과 포항에 들어왔던 기록.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수정보고서 화면캡쳐.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지난 17일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와 다른 곳으로 수출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18일에는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던 화물선 2척이 모두 중국 업체 소유”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던 파나마·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 2척은 사실상 중국 선박으로 확인됐다”며 “불법을 저질렀던 이 선박들은 넉 달 뒤에 한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억류 받지 않고 풀려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아시아 태평양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선박 안전검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화물선들을 소유한 업체는 모두 중국 소재 기업이었다고 한다.

    2017년 10월 2일 인천에서 북한산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는 中다롄 중산구의 한 맨션을 주소지로 해 놓은 ‘다롄 스카이오션 인터내셔널 쉬핑 에이전시’ 소속이었다고 한다. 이 업체 전화번호와 팩스번호도 중국 국가번호인 ‘86’, 다롄 지역번호 ‘411’이 들어 있었다. ‘스카이 엔젤’ 호는 2018년 4월 선적을 ‘바나투’로 바꿔 운항 중이라고 한다. 같은 달 11일 포항에 입항했던 ‘리치 글로리’ 호는 中다롄 사허커우區에 주소를 둔 ‘싼허 마린’이라는 업체 소속이었다고 한다. 다만 전화번호와 팩스번호는 다롄이 아니라 저장성 저우산 지역 번호가 들어 있었다.

    이 선박들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들어온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점은 ‘스카이 엔젤’ 호와 ‘리치 글로벌’ 호가 북한산 석탄을 인천과 포항에 내려놓은 뒤에도 한국에 왔었다는 점이다. ‘스카이 엔젤’ 호는 2018년 2월 21일 군산항에서, ‘리치 글로리’ 호는 2월 20일 인천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때 ‘리치 글로리’ 호는 안전검사에서 문서 업무, 작업 여건 항목에서 미비점 지적을 받은 뒤 운항을 재개했고, ‘스카이 엔젤’ 호는 화재 안전, 운항 안전 등 4건의 결함이 지적됐지만 다시 운항에 나섰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억류나 검사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 세계 상선검색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소개된 중국 화물선 '리치 글로리' 호의 모습.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를 위조해 한국에 들어왔던 선박이다. ⓒ마린 트래픽 화면캡쳐.
    ▲ 세계 상선검색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소개된 중국 화물선 '리치 글로리' 호의 모습.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를 위조해 한국에 들어왔던 선박이다. ⓒ마린 트래픽 화면캡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내놨다. 기존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수출을 도왔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은 유엔 회원국이 억류, 검사,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선박들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과 포항에 정박했던 2017년 10월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고 밝히면서 “당시에는 잡아둬야 할 의무가 없어 보내줬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그러나 이 선박들이 다시 한국에 입항한 때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가 채택된 이후라 한국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왔던 선박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 외에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있었다고 한다. 2017년 10월 이후 중국, 러시아, 일본의 여러 항만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기록도 있고, ‘스카이 엔젤’ 호는 현재 中바위취안 항에 머물다가 공해상으로 나가 사라졌고 ‘리치 글로리’ 호는 日하리마 항에 정박 중이라고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위반한 선박들이 여전히 동북아시아 일대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부 국내 언론은 “수정된 보고서에도 러시아 홀름스크 항이 환적지로 명시돼 있다”면서 ‘미국의 소리’ 방송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의 수정 보고서를 잘못 해석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들어왔고, 이를 운반한 선박이 이후에 한국에 들어왔음에도 한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 없이 이들을 풀어줬다는 것 자체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