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진보정권 文정부...국가정체성의 표류를 우려한다

[서평]건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한국 좌파 70년' 大해부... 남시욱 『한국 진보세력 연구』

이지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12 18:12:34

‘촛불’ 이후, 진보의 확장은 눈부시다. 보수의 궤멸은 참담하다. 그러나 진보의 확장도, 보수의 궤멸도 단순한 ‘돌출’은 아니다. 해방 이후 70여 년, 끊임없이 이어진 좌우 투쟁의 집적이다. 그러나 집권 세력의 일회적 교체를 넘어서는, 정치적 사유와 언어의 대반전을 직시하는 일은 범인(凡人)의 소관이 아니다. 한국현대사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꿰뚫는 일은 쉽지 않다.  

원로 언론인이며, 보수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인 남시욱 선생이 적시에, 자신의 오랜 사유와 연구를 집대성해 내놓았다. 800쪽 분량의 신간 『한국 진보세력 연구』는, 해방 이후 한국 정치사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2018년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반성은 처절하고, 분석은 예리하다.   

저자가 집요한 통찰로 축약한 ‘한국 진보세력’의 역사는, 해방 직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박헌영의 ‘조선인민공화국’으로부터 21세기 초반을 장악한 한국의 좌파 정권에 이르는 진보세력의 길고도 끈질긴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갈래짓고 이어준다. 그의 역사적 통찰이 재건파 조선공산당과 남로당·진보당을 거치고, 인혁당·통혁당·남민전을 둘러, NL·PD·전대협을 아우르는 동안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정체성과 본질이다. 

저자가 ‘제3기 진보정권’으로 분류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성격에 대한 분석은 책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한국 정치사의 요약인 동시에, 21세기 들어 가시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표류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투철한 역사의식과 정통의 보수 이데올로기를 체화한 원로는 현 정부의 ‘정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첫 학생운동권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남시욱은 문재인 대통령을 “헌정사상 최초의 학생운동권 출신 대통령”이라고 규정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진보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민주화를 성취한 양심세력’이란 말로 ‘진보’를 포장하고 있다는 게 남시욱의 견해다. 

그러나 남시욱이 보기에 문재인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맥락에서조차 한국 정치사를 관통해 온 진보 그리고 좌파의 확실한 연장선상에 있다. 

남시욱은 문 대통령의 대학 시절을 두고 “다른 운동권 학생들이 그랬듯 ‘리영희 키즈’에 속한다”고 말한다. 유신 반대 시위에 나섰던 시절, 베트남 전쟁 때문에 미국에 실망했고,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당시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공인받던 리영희의 입장에 강하게 공감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안철수 탈당 이후 새롭게 채택한 당명이 ‘더불어민주당’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영복이 쓴 『더불어 숲』이란 책 제목에서 따온 당명이다. 남시욱은 “자신에 대한 종북 비판에 펄펄 뛰면서 월남식 공산통일을 기도한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공언하는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반문한다. 

청와대와 내각 채운 운동권 출신들

남시욱은 『한국 진보세력 연구』를 통해, 문재인 집권 초기 청와대와 내각의 구성원을 분석하기도 한다. 정권 발족 후 6개월을 기준으로, “청와대 3개실(비서실, 정책실, 국가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63명 중 35%에 해당하는 22명이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이란 통계를 제시한다. <월간조선> 2017년 7월호를 인용해 “청와대·내각 요직 중 공무원 출신을 제외한 67명 중 절반에 가까운 32명이 운동권 출신”이란 분석도 전한다. 

청와대 비서실을 채운 NL파 운동권 출신들이 문재인의 국정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남시욱의 견해다. 그는 “사드 배치문제에서 드러났듯 북핵 위협에 직면해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무정견한 대외정책과 대북 인도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경제지원을 하려는 시도가 좋은 사례”라고 말한다. 

국가정체성의 표류와 친노동 일변도 경제정책

‘건국’을 둘러싼 문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남시욱은 거세게 비판한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1948년 건국설’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019년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선언한 사실을 중시한다. 1919년 상해에서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선언했다는 것이다. 남시욱은 “문재인이 이념적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는 주된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그의 참모들 때문”이라고 정리한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경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파동은 17년 만에 나타난 최악 실업률의 주요 원인이다. ‘장하성’이란 이름으로 상징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국가예산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겠다는 세계 초유의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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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결론은 다시 ‘역사’다.   

2018년 현재, 한반도를 휩쓰는 통일 논의에서 저자는 ‘남북연방제’의 흔적을 발견한다. 북한은 연방제라는 보호막 아래서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선전활동을 통해 남한을 ‘주체의 나라’로 만들려는 정략을 40년 이상 견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핵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남북연방제를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유화주의는 북한정권에 대한 몰이해와 희망적 관측, 그리고 순진함 때문에 우리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청미디어刊, 799쪽,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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