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제7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 전영숙 왜관초 교사… 다문화가정·이주노동자 위해 7년간 헌신
  • ▲ 뉴데일리 취재진은 29일 경북 칠곡군 왜관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에서 전영숙 교사를 만났다. 업무를 마친 그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어 교육봉사를 위해 왜관공단 인근의 온누리비전센터로 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뉴데일리 취재진은 29일 경북 칠곡군 왜관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에서 전영숙 교사를 만났다. 업무를 마친 그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어 교육봉사를 위해 왜관공단 인근의 온누리비전센터로 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204번지에 위치한 왜관초등학교는 동대구역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29일 왜관초에서 만난 전영숙(58) 교사는 학교가 문을 닫는 4시 30분까지 5학년 4반 교실을 지키고 있었다. 제자들의 일기장 검사가 남았기 때문이다. 업무를 마친 그는 자동차로 10여분을 달려 왜관공단 인근의 온누리비전센터로 향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전 교사는 경북 칠곡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봉사활동가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봉사 열정은 주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왜관 중앙초에 재직 중이던 지난 2011년부터 2018년 2월까지 다문화 가정의 한국 정착을 지속적으로 도왔다.

    그의 손을 거쳐간 외국인들은 베트남부터 스리랑카, 시리아 난민까지 19개국 300여명에 이른다. 전 교사는 이들에게 한국 정착을 위한 한국어와 동요를 가르치는 한편, 불화가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상담도 병행했다.

    특히 전 교사는 경북교육청 다문화사업인 '다솜이사랑방'과 '한울동아리'를 적극 활용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솜이사랑방'은 다문화 학생의 기초학습 및 학교 적응 지원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이고, '한울동아리'는 한국어교실, 노래교실 등 다문화 학부모를 위한 지원사업이다.

    특히 한울동아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진행되는 사업이었음에도 전 교사는 시간에 관계없이 봉사했다. 어떤 날은 저녁 11시까지도 수업을 진행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전 교사는 일주일 내내 봉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지난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이사장 문용린)이 주관한 '제7회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에게는 홍조근정훈장과 상패, 상금 2천만원이 부상으로 수여됐다. 전 교사는 상금을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 ▲ 전 교사가 왜관중앙초에 재직 중일 때 다문화 방과후 교실(다솜이사랑방)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전영숙 교사 제공
    ▲ 전 교사가 왜관중앙초에 재직 중일 때 다문화 방과후 교실(다솜이사랑방)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전영숙 교사 제공


    선생님 36년째... 장학금으로 상금 쾌척


    올해로 교직생활 36년째의 베테랑인 전 교사는 올 2월부터 왜관초에서 교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 교사는 현재 학교에서 다문화 업무가 아닌 돌봄 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 정년을 맞는 선임 교사가 현재 다문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교사는 선배 교사가 퇴임한 내년부터 왜곡초에서 다문화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정년까지 4년 남은 전 교사는 퇴직 이후에도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에 대한 봉사에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 교사는 학교 업무를 마치고 온누리비전센터 이주노동자 봉사와 그루터기 지역아동센터 등 2곳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거의 매일같이 봉사하고 있다는 그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신앙의 힘"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경을 펼치며 '네 눈을 들어 사방을 보라, 무리가 다 모여 네게로 오느니라. 네 아들들은 먼 곳에서 오겠고 네 딸들은 안기어 올 것이라(이사야 제60장 4절)'는 구절을 인용했다.

    전 교사는 "방학 때 외국에 나간다고 선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을 섬기고 보살피면 그것이 바로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목사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 전 교사는 지난달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이사장 문용린)이 주관한 '제7회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에게는 홍조근정훈장과 상패, 상금 2천만원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기자의 요청에 전 교사가 쑥스러워하며 훈장을 보여줬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전 교사는 지난달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이사장 문용린)이 주관한 '제7회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에게는 홍조근정훈장과 상패, 상금 2천만원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기자의 요청에 전 교사가 쑥스러워하며 훈장을 보여줬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는 두 번째로 '남편의 도움'을 꼽았다. 동갑내기인 김행근 죽전중 교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아무리 전 교사가 봉사 열정이 있다 한들 마음놓고 봉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 교사는 사비로 중고 대형차 '스타렉스'를 구매해 다문화 가족들과  유적지 문화체험 활동을 주도하는 등 물심양면 도왔다. 부부의 봉사는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다문화시대 열릴 것


    전 교사는 20~30년 후의 한국이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주류사회로 진출할 다문화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많은 다문화 아이들이 '비주류'로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로 성장한 다문화 아이들이 한국과 부모 나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1960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한 전 교사는 82년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같은해 9월 대구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11년부터 경북으로 옮겨 왜관 중앙초에서 7년간 교편을 잡았고 올해 2월 학교를 옮겨 왜관초에 재직 중이다. 현재 학교에서 돌봄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내년부터 교내 다문화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전영숙 경북 왜관초 교사와의 인터뷰는 29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공단로 인근에 위치한 온누리비전센터에서 진행됐다.

  • ▲
    ▲ "퇴직 이후에도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봉사를 하고 싶어요" 전영숙 왜관초 교사는 2023년 정년을 맞이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선생님께서 교직에 입문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교사가 꿈은 아니었어요. 이런 말 해도 되나(웃음). 판사가 되고 싶었는데, 어렸을 적 폐결핵에 걸리기도 했고 몸이 또래 친구들보다 안 좋은 편이었어요. 법조인이 되기는 어렵겠다 싶어서 재수해서 청주교대에 갔지요. 아무래도 그때 체력이 약하다보니 안정적이고 방학이 있는 초등교사를 선택한 것 같아요."

    -한적한 마을입니다. 7년 동안 생활해보시니 어떻던가요.

    "도시든 농촌이든, 이방인이 낯선 마을에 들어와 섞여 지내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관은 도시와 농촌의 중간이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잘 어울려주셨어요. 오자마자 부녀회 활동도 했으니까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한적하고 공기가 좋은 점도 왜관의 매력이에요."

    -다솜이사랑방 활동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경북교육청 다문화사업 중에 다솜이사랑방이 있어요. 모든 학교가 하는 것은 아니고, 담당 교사가 계획을 세워 교육청에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사업비를 받을 수 있어요."

    "다문화 가정 중에는 한국어를 비롯해 기초학습이 부족한 아이들이 더러 있는데, 한국어·기초학습·사회성 발달 등 부류를 나눠 방과 후에 아이들과 놀고 이야기하는 식으로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공부에 치중하면 잘 따라오지 못하니까, 우선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흥미를 갖게끔 했지요."

    -다문화 학부모를 상대로 한국어 교실도 운영하셨다지요.

    "한울동아리라고, 다문화 학부모를 위한 사업이 있어요. 결국 엄마들이 깨어나야 아이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가정교육도 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사업이었어요. 엄마들과  수 차례 대화를 나누다보니, '우리들이 (한국)말은 할 줄 아는데, 쓸 줄을 모른다'고 해서 2015년에 한국어 교실을 열었어요."

    -초등교사라 해도 외국 성인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렵지 않았어요. 제 평생 일이 가르치는 일인 걸요(웃음). 2001년에 방송통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한국어 강사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고요. 당시에도 다니던 교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쳤지요."

    -학부모들 반응은 어땠나요.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나요?

    "좋았죠. 국적 취득이 요새 많이 어려워졌는데, 국가에 대한 맹세, 국민의 4대 의무 등 외워야 할 게 많아요. 한국어교실 정원이 10~15명인데, 7명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했어요. 합격률이 높으니 소문이 나서 지금도 많이들 찾아오고 있어요. 특히 동요 교실도 인기가 많죠."

    -동요 교실이요?

    "귀화를 하려면 음정 박자가 맞는 애국가 낭송이 필수에요. 대부분 예체능 교육이 없었던 분들이라, 도레미파솔라시도 전부 처음부터 가르치죠. 음정 박자 틀리면 탈락이니까 프로그램은 전부 동요로 구성돼 있어요. 최신 가요는 자기들끼리 노래방 가서 알아서 잘 부르더라고요.(웃음)"

    -해체 위기에 놓인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상담도 하셨죠.

    "불화 원인은 크게 3가지에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시댁 갈등, 자녀 교육문제. 물론 이것들은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따른 소통 차이로 생기죠. 상담은 저 혼자 하지 않고, 상담 전문가와 동행해요. 멀리서 시집 와서 집에만 있다보면 많이들 힘들어하는데, 경우에 따라 취업을 알선해주기도 하죠."

    -취업 알선도 해주시는군요.

    "네, 왜관에 공단이 있다보니, 보통은 공장 쪽으로 취업하는 편이에요. 직접 경제활동을 하면 자기 나라에 일부분 돈도 부칠 수 있고, 집에 있는 시간도 줄어드니 시댁 갈등이 있을 경우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도 있고요."

    -일주일에 얼마나 이런 봉사를 하시는 건가요?

    "일주일 내내 할 때가 많죠.(웃음)"

  • ▲ 동갑내기 전영숙·김행근 교사 부부. 전 교사는 7년간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에 대한 봉사에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신앙'과 '남편'을 꼽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동갑내기 전영숙·김행근 교사 부부. 전 교사는 7년간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에 대한 봉사에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신앙'과 '남편'을 꼽았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는 학교 일도 힘들 텐데,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신앙의 힘이죠. 교회에서 목사님께 '우리 학교에 외국인들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방학 때 (밖으로) 나간다고 선교가 되느냐. 한국에 와 있는 사람들은 우리말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을 섬기고 보살피면 그것이 바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성경을 펼치며) 이 성경 구절도요."

    '네 눈을 들어 사방을 보라, 무리가 다 모여 네게로 오느니라. 네 아들들은 먼 곳에서 오겠고 네 딸들은 안기어 올 것이라' (이사야 제60장 4절)

    "이렇게 해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봉사하고 헌신하게 됐어요. 소문이 나니까 이주노동자 분들도 찾아오시더라고요. 한글을 배우고 싶고, 대학도 가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되니까 여기저기 찾아보다 여기까지 오는 거죠."

    -신앙의 힘도 있었겠지만, 가족의 도움도 컸겠군요.

    "맞아요. 신랑(김행근 교사)의 봉사정신이 없었다면 이렇게 집에서 나오기 어려웠겠죠.(웃음) 같이 봉사하려는 마음과 뜻이 같아서 여기까지 잘 온 것 같아요.(인터뷰 당일에도 김행근 교사는 전 교사와 함께 온누리 비전센터를 찾았다.) 빨래, 청소와 같은 집안일도 항상 같이 하니까 살림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었고요."

    -다문화 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게 있나요. 혹시 현장 교사로서 이 정책은 좋다, 혹은 아쉽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다문화 학부모, 학생들을 위한 사업은 잘 돼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다문화 엄마들이 이런 좋은 사업이 있어도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잘 몰라요. 제가 봉사를 하다보면 엄마들이 '그동안 모르고 살았는데 이런이런 혜택을 알려줘서 고맙다'고들 해요. 이주노동자 정책은 교육부 계통이 아니니까 잘 모르지만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요."

    -정책을 홍보하고 추진하는 방법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신청 방법이나 혜택을 알려줄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업무를 맡은 한국사람만 알고 있다는 게 아쉬운 점이에요. 예컨대 경북교육청에 다솜이사랑방이라는 좋은 정책이 있어도, 담당 교사가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추진되지 않으니 없는 거나 같지요."

    -선생님께서 보시는 한국 다문화가정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20년 후면 한국이 다문화 시대가 될 거라고 하잖아요. 제가 들은 어느 학교는 45명이 전교생인데 한국 학생이 1명이라고 하더라고요. 벌써 면 단위 시골은 한국 학생을 찾기 어렵다고 해요. 한국같은 인구절벽사회에서 언젠가는 다문화가 주류가 될 수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 다문화 인재를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을 한국사회에서 비주류로 치부하고 주류사회로 진출할 인재를 양성하지 않으면 지금 이 많은 다문화 아이들이 자라서 복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거든요. 향후 인재로 자란 아이들이 부모나라와 한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퇴직 이후에도 봉사 계획이 있으신가요?(그는 2023년 정년을 맞이한다)

    "물론이죠. 퇴직한 다음에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해 계속 봉사하고 싶어요. 이번에 받은 상금도 다문화가정 장학 기금으로 쓸 예정이에요."